10회 유진욱 부장의 출근이 만만찮은 사이다였던 이유

김상경이 연기중인 '청일전자 미쓰리'의 건실했던 가전계열 중소기업 영업부장 유진욱은

눈에 확 들어오는 캐릭터이며

이 답답하고 음울한 스토리를 그래도 지켜보게 하는 힘을 가진 캐릭터다.

그는 그저 제 청춘을 바친 회사 속에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성실히 해낸 직업인이며

동시에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병약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그 곁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내가 이 드라마의 1회에 처음 눈을 주게된 장면은

모두가 멘붕에 빠져 술독을 들여다보는 그 와중에

밤늦게까지 업무를 보고 퇴근하던 유진욱의 모습이었다.

차가운 직장상사이며

사회의 구조로 인해 악역을 떠맡은 1차 하청의 영업부장으로서의 딜레마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사람의 미덕은 성실함과 정에 있다.

그가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위해 어떤 고단한 삶을 살고있는 지를

회사구성원 혹은 하청관계의 인물들은

대체로 알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알 필요도 없어서이고 다른 한편 그가 묵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다양한 이면을 모두 보게된 우리는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 역시 우리처럼 약점과 죄의식을 가진 인간이라 해도 말이다.

아니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오히려 공감하고 연민하게 된다.

때로 냉정해 보여도

이 사람의 성실함과 정은 본질적 매력

'그런데 말이야. 신기한 건 그 가녀리고 연약한 여자가 내게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거야.

모르긴 몰라도 네 아버지께도 네가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

병실복도 벤치에서 오실장과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리 길지 않은 장면과 대화 속에 두 가족의 인생이 효과적으로 담겨있었기 때문이고

오사장이 일벌레가 되게 된 이유에 대한 대사를 포함해

간결한 표현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게 하고 공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10회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쓰디쓴 표정의 오래 모신 상사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유부장의 아픈 표정은

굳이 긴 대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이 캐릭터의 매력을 압축해 보여준다.

그래서 10회 돌아온 유진욱의 그다운 평범한 사무적 표정이

만만치 않은 사이다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 단단한 사람이 한동안의 현실적인 고민 끝에 청일전자로 돌아온 순간

척박하고 위태로운 회사에 그렇게 희망이 엿보였다고 보였다면

과연 비약일까?

이제는 그 볼품없던 나사들의 반란을

기대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9회 눈길을 붙잡았던 허반장과 미쓰리의 대화속 대사처럼

하드캐리하는 악역들은 핵심부품이며

마치 주인공들이 볼품없는 나사같아 답답하고 짜증도 났지만

앞으로 한 번 지켜보기를 바란다.

고전하던 나사들이 자신들을 믿고 서로 의지하게 되면서

핵심부품들로 거듭나는 과정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