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기승전결 조까하는 새끼들은 인간을 아주 저차원으로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예시가 뭐냐면 일단 장면이 강렬하면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함. 아니면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를 쓰면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함. 그것도 아니라면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면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함.


결과물은 100중에 90은 똥임.


10의 예외를 두는 것은 플롯이니 기승전결같은 것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이런 인간들은 걍 화성학 안 배우고도 작곡 가능하고, 누가 알려줬다거나 하지 않아도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천재들이다. 사실 본질을 파고들자면 이런 천재부류의 인간들도 결국에는 법칙을 꿰고 있는 경우가 많아.(본인은 근데 안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플롯은 인간의 뇌를 가지고 노는 거야. 그게 가장 효율적이니까 그런 형태가 된 거지.


처음에는 주인공에 대해 알려주고 사건을 일으켜서 흥미있게 만들고 점점 그걸 고조시키고 그러다가 빵 한 다음에 마무리에서는 대부분, 혹은 모든 문제들이 어떤 형태로건 귀결이 되고.(시리즈 형태라면 안 그럴 가능성이 높고.)


보통 망생이들이 플롯을 초반에 만만히 보고, 굳이 필요 없을 거 같은데 하고 막 글을 써.


그럼 내가 위에 언급한 3가지 경우에 속하게 됨.


1. 강렬한 장면들만 만들면 이야기는 어떻게든 되지 않나? 하다가 망함.

특징 : 맨날 싸이코 같은 년놈들이 나와서 때리고 부수고 하거나, 반전은 계속 일어남. 혹은 능력이 미칠 정도로 계속 강해짐. 나중에는 우주 파괴 차원 파괴 씹가능해지거나 매번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어 나옴. 그것도 아니면 제 나름 클리셰 박살내보겠다고 뭐 이것저것 클리셰 언급하면서 박살은 존나게 냄. 클리셰만 존나게 박살 냄.


작가의 기대 : 이렇게 썼으니까 반전이랑 장면 강렬함 개쩔겠지?

독자 반응 : 아, 점점 지루해진다

이유 : 자극의 역치가 높아져서 그럼.


작가 나름의 해결책 : 자극을 더 세게 한다. 그럼 다시 재미있어 하겠지?

작가 나름 해결책에 대한 독자 반응 : 오, 하다가 다시 지루해진다. 혹은 파워 밸런스 붕괴라며 비웃게 된다.


문제의 원인 : 자극의 역치가 높아져서 그럼. 계속 자극의 강도를 올리면 문제 없지 않을까, 하는데 이게 결국 품은 문제가 뭐냐면 반복은 결국 자극에 내성을 만들고 그건 결국 지루함을 만들게 됨.

해결책 : 플롯을 익혀서 자극에 대한 역치를 낮추는 방법들(서브플롯의 활용이라든가 문제의 해결과 반복구조를 확립)


반론 1 : 내가 봤던 만화나 소설들이나 보면 자극 점점 강하게만 하거나 시작부터 끝까지 강렬하기만 해도 재미있는 내용들 많던데? 

반론에 대한 반론 : 그런 것들도 살펴보면 비밀이 점점 해소된다든가 쉬어가는 화가 있다든가 기타 다른 플롯의 장치들이 다 있다. 

없는데도 성공했다면 그게 기형적인 거고 극소수인 거임. 


       

2.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가 됨

특징 : 이야기의 큰 흐름과 관계없는 사건들이 자꾸 발생함(소위 산으로 간다) 심한 경우 장르가 바뀐 듯한 느낌을 줌.  혹은 이상한 구간에서 계속 늘어짐.

 

오바해서 조금 긴 예시 : 가령 미래에서 온 컴퓨터가 주인공에게 능력을 줘서 1부2부까지는 아이돌을 육성하고 있었고 대성해서 세계 굴지의 프로듀서가 되는데 3부 때 갑자기 테러리스트들 공격에 아이돌들이 다 뒤지는 바람에 열받아서 이를 퇴치하기로 마음 먹고 미래 컴퓨터로 무공을 수련해서 제거 함. 헌데 4부 때 다른 차원에서 갑자기 초강자가 등장해서 너같은 인간은 처음이라면서 차원의 통로를 열어서 주인공을 초빙함. 들어갔더니 콜로세움같은 곳이고 주인공은 검투사로 싸우게 되고 승승장구해서 결국 왕이 됨. 5부 때 왕이되었는데 숱한 후궁들 중 하나가 바람을 피우고 자신의 외도 상대를 왕으로 만들려고 주인공에게 독을 먹임. 주인공은 독을 먹고 죽진 않지만, 죽은 척 정체를 감추고 자신에게 독일 먹인 후궁이 누구일까 탐색해나가고 추적해나가기 시작함.


늘어지는 예시 2 : 프롤과 1화에 소시민이던 주인공이 힘을 각성하고 2화 때 이제 그 힘이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단계인데, 이 힘 파악을 위해서는 점쟁이를 만나야 한다는 걸 알게됨. 근데 그 점쟁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종의 티켓이 필요한데, 이 티켓을 찾아 대모험. 그래서 이 대모험이 60화 정도 됨.



작가의 기대 : 이렇게 썼으니까 이야기도 다양해지겠지. 

독자 반응 : 이야기가 산으로 가네요

이유 : 주인공의 목적이나 없고 이야기에 개연성이 없고 큰 흐름에 속하지 않아서 그럼.


문제의 원인 :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그곳까지 도달하기 위한 지도와 루트가 있다면 그것을 쉽게 달성함.

               근데 목적지만 있고 도달하기 위한 지도나 루트가 없거나, 혹은 막연히 어떤 목적지가 있겠지 하고 탐험을 떠나면 도달 못하고 이야기가 표류함.

해결책 : 주인공의 결핍이나 목적과 그 목적을 추구하는 이유부터 해서 흐름에 개연성이 있게 일을 해결해나가야 함.



3. 생생한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함.


예시며 작가 기대며 반응 다 쓰기 좆같아서 걍 쓴다. 그 놈의 생생한 캐릭터에게 적절한 무대를 갖춰줘야 그 캐릭터가 활약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든지 할 거 아니냐. 

네 머릿속에 생생한 다크나이트 조커를 스펀지밥에 등장시킨다거나 손오공이 아이돌 매니저 한다거나 그러면 이야기가 된다고? 안되요, 씨발.





해답 : 위 123과 같은 경우를 안 만들려면 플롯과 구조가 무엇인지 조금 개념은 잡아본다. 작법서를 읽어라.(당장에는 뭔 개소리고 고리타분한 얘기인가 싶어도, 나중에 또 내공이 쌓이고 보면 또 새로 깨닫는 부분들이 있는 보석같은 원론들이 있기도 하다. 당장 웹연갤 판갤에 언급되는 글먹팁도 곱씹어보면 이 원론에 부합하는 얘기들인 경우가 대부분임. 단지 그것이 미시적이거나 세부적이거나 예시가 달라서 새로운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공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게 귀찮으면 걍 네가 조온나 익숙한 소재를 가지고 네가 조온나 흡사한 이야기를 참고해서 써라. 그럼 적어도 아, 이럼 안 되겠구나 하는 건 감이 올 거다. 

감 안 오면 노답인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