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밑에 감평을 요청하신 [검열됨]이라는 작가 분의 [검열됨]이라는 무협을 읽었습니다.

천 년 전, 무림의 대종사였던 주인공이 천 년 후의 무림세가에 환생하는 이야기인데,

안정적인 문체로 부드럽게 쓰여진 글이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장르소설을 쓸 때 신경써야 할 부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케릭터와 사건이 될 것입니다.

물론 저 두 단어는 몹시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케릭터를 잘 쓰는 법을 고려해보자면 신경써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지요.

케릭터의 배경부터 케릭터의 성격, 케릭터의 능력과 케릭터의 성장방향 등 여러가지를 신경써야 합니다.

과거 크게 유행했고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정착해버린 소위 '헌터물'이라는 장르와 '회귀'라는 소재를 예시로 들면,

'엄청난 헌터였으나 최종보스를 물리치지 못한(배경)' '유쾌하고 장난기 있는 성격의(성격)' 헌터가

모든 일이 발생하기 전의 과거로 회귀해서 다시금 '자신의 스킬'(능력)을 얻고,

'히든 피스나 아이템을 찾아(성장방향)' 강해지는 식이 되겠지요.

지금 [검열됨]이라는 글도 그렇습니다.

과거 고금제일인이었다는 케릭터의 배경이 그려지고, 천 년 후에 환생해서

전생의 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이 초반부 3개 화를 채우지요.

그러나 케릭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건입니다.

사건 역시도 케릭터만큼이나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사건이 갑자기 튀어나올 리는 없으니 사건의 배경을 신경써야 하고,

소소한 해프닝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안정에 크게 영향을 끼칠 치명적인 사건인지 성격도 신경써야 하고

사건이 주는 위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또 그것으로 인해 어떤 성장 -혹은 보상-을 얻을 것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사건의 배경을 더 깊이 고려해보라' 라는 점입니다.

글의 초반부이니 바로 사건이 나오기보다는 그 배경이 그려져야 할 시점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외부의 환경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케릭터와 함께, 지금 이 케릭터가 처한 외부의 환경이 그려지면 글이 더 풍성해집니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작중 주인공의 환생처로 등장하는 사마세가가 가난하다(배경)는 묘사가 초반부에 들어간다면

주인공이 조연에게 무공을 가르치거나 하는 장면에 '몰락한 집안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기게 됩니다.
배경이 탄탄하면 자연히 사건도 거기서 나오게 됩니다.

집안을 부흥시키려는 케릭터가 있고, 그걸 막으려는 사건이 나오는 식이지요.

물론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고 무사히 자신의 목적을 수행할 것입니다.

만약 사마세가가 라이벌 가문에 의해 패배하여 몰락중이라는 배경이 있다면

주인공이 조연을 가르치거나 하는 장면에서도 '라이벌 가문을 이겨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길 테고요.

물론 어떤 배경을 만들고 어떤 사건을 만들 것이냐는 작가의 몫입니다.

작가는 최대한 머리를 짜내서 재미있는 사건을 만들어야하겠지요.

여기서 다시 [검열됨]으로 돌아가면

초반부 3개화에서 주인공의 배경과 주인공의 능력회복은 그려지는데요

외부 환경에 대한 묘사가 전무합니다.

앞서 말했듯 집안이 가난하다거나, 외부의 적이 있다거나 하는 배경 설정이 드러난다면

독자는 '주인공이 능력으로 위기를 타파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질테지만

그런 외부 환경이 없이 그저 환생해서 무공을 되살릴 뿐이니

독자는 주인공이 되살린 무공으로 무엇을 할지 짐작할 수 없으니 기대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좀 심심한 맛이 나게 되지요.

평은 이만 줄일까 합니다.

여담 1) 본문에는 적지 않았습니다만, 케릭터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최근 장르소설에서는 케릭터의 성격이 심하게 쿨하거나, 심하게 까불거리는 유쾌한 성격이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필시 독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듯 무미한 케릭터라면 독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좀 더 선명한 성격, 그리고 독자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성격이 무엇이 있을까 고심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믿습니다.

여담 2)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약간의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대 바둑왕이라는 단어는 국수같은 단어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여담 3) 전신세맥에 세관을 설정하는 무공이라는 개념이 약간 낯설고 어렵습니다.

여담 4) 혹시 제가 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한 거라면 잊어주세요 '-'

여담 5) 이 글은 30분 뒤에 폭파됩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813304

ps

휴 간만에 팁 하나 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