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txt - 자작 시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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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시] 눈사람.txt앱에서 작성

어려운날(39.7) 2020.04.26 15:54:36

조회 94 추천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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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소복이 쌓인 눈밭에는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았다.

그 위로 놓인 녹슨 그네는

삐걱댈 줄도 모르는 것처럼 서 있었다.

그 쓸쓸한 풍경을 덮었던

나의 어린 시절은 샛별처럼 희미해졌다.

소음이 사라진 놀이터,

동네를 휘젓던 자전거를 생각하다

그만 커튼을 쳐버렸다.

저 눈밭은 무수히 짓밟혀 다 사라져야 한다.

저 그네는 하루 종일 삐걱대며

듣기 싫은 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 무언가는 사라져 버렸고

다시는 시끌벅적한 나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하얀 눈이 잔뜩 쌓인 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되었다.

저녁에는 그네에 앉았다.

삐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노을을 보고 울었다.

눈사람이 보고 싶어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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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1_0222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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