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의 묘미는 시행 착오와 가설 수정이다.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틀렸다면 수정해야 한다. 컴퓨터로 퍼즐 게임을 푼다면 잘 모를 수 있다. 잘못된 풀이를 하는 순간 경고 할 테니까. 온라인 노노그램 퍼즐에서 잘못된 위치에 색칠 한다면 바로 경고가 뜬다. 하지만 종이에 인쇄 된 퍼즐을 푼다고 생각해보자. 경고가 없다. 가설을 검증 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 나중에 꼬인다.

추리 소설도 똑같다. 독자가 자신의 가설을 검증 할 타이밍이 필요하다. 탐정이 틀리는 씬은 아주 좋은 기회다. 탐정과 같은 추리를 했던 독자라면 즉시 가설을 수정해야 한다. 다른 추리를 했던 독자도 가설을 검증 한다. 탐정의 추리가 틀렸다고 판정 됐단 말은, 그 판정을 내릴 새로운 단서가 발견 됐단 뜻이다. 그 새로운 단서를 활용해 추리를 검증 한다.

물론 그런 씬이 없어도 '알아서 중간중간' 검증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명시적으로 중간 점검 지점을 지시 해주는걸 선호 한다. 수시로 좌우를 확인하며 운전 하기 보다, 네비게이션이 "500m 앞 좌측에 휴게소!"라고 알려주는걸 좋아한다. 계속 자신의 가설이 맞을까 메타적인 고민을 하며 진행 하는 것 보단, 일단 맞을거라 가정하고 쭉 진행 한 뒤 중간 점검 지점에서 돌이켜 보는 방식을 선호 한다. 이쪽이 사고력의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 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 말고도 나의 '중간 점검' 지점은 더 있다. 탐정이 틀리는 씬에서만 중간 점검을 한다면, 전혀 틀리지 않는 탐정 시리즈에선 점검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선 안 된다.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다른 중간 점검 지점에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