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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감상 (노스포)앱에서 작성

까악내가까마귀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12 17:00:18
조회 1456 추천 18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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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장소는 일본의 한 마을. 마을을 오랫동안 다스려왔던 한 구가에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난해함 앞에 전말을 해명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기괴한 내용의 민담과 구가 내 세 집안의 미묘한 기싸움만이 유난스레 부각되기 시작한다. 세월이 흐르고, 전쟁이 끝나 풍파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때에, 구가에 다시 한번 피바람이 불어닥치는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며, 동시에 가장 환상적인 작품이다. 독기 어린 액자식 구성 아래 펼쳐지는 사건의 내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난해하다. 액자 안의 인물들이 시도하는 모든 추리는 무용지물이며, 끈적한 분위기 아래 독자는 액자 속 인물들과 함께 갈 길을 잃고 만다. 그러나 오싹하고 섬뜩한 액자 안의 질주가 끝난 뒤 액자 밖에서 밝혀지는 진상은 뜻밖에도 논리적이고 단정하다.

책의 주요한 특징을 하나 꼽아보자면, 나는 진상이 드러나기 전까지의 철저한 폐쇄성을 꼽아보고 싶다. 책은 시작부터 몇 겹의 액자 안, 트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배경 속으로 독자를 밀어넣고 사건을 관망하게 한다. 민담, 마을의 전통, 토속적인 소재 등 사건에 얽힌 주요 요소들 역시 극히 지역적이며 폐쇄적인 것들이다. 독자의 숨통이 조여드는 동안에도 탐정은 오지 않고, 외부인의 개입은 더 많은 수수께끼를 던져 줄 뿐이다. 결국 명쾌하게 해결된 것 하나 없이, 모든 수수께끼는 퀴퀴한 어둠 한 구석에 묻혀 방치된다.

그러나 액자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폐쇄성은 도리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된다. 도조 겐야의 늦은 등장은 마치 구원자가 나타난 것 마냥 반갑게 느껴지고,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수수께끼들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한다. 촘촘하게 짜여진 논리의 연쇄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절묘하고 탄탄하며, 끝내 액자의 테두리를 뒤흔드는 화려한 마무리로 귀결되고, 여운 아닌 여운과 함께 책은 끝이 난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책의 액자식 구성이 도조 겐야 시리즈의 단점을 완벽하게 덮어주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많이 번복되는 결말부의 추리 파트나 호러적 요소의 심심함 정도가 도조 겐야 시리즈의 단점으로 자주 꼽히는 부분인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모두 액자식 구성의 절묘한 활용으로 극복해냈다. 특히 추리 파트의 경우에는 아예 본래의 패턴을 역이용하는 기교를 부리기까지 한다. 작가가 어느 선까지 안배하고 이런 구성을 내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토속적 소재, 고풍스러우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주는 구가라는 배경, 작품의 기저에 깔려 소설 내내 독자를 압박하는 섬뜩한 공포감까지. 이 책은 요코미조 세이시를 연상케 하는 훌륭한 일본풍 고딕 소설의 전형이자, 긴다이치 시리즈에 대한 완벽한 헌사이다. 호러와 추리 사이의 능청스러운 줄타기는 여전하며 마무리의 한 방은 묵직하다. 모든 면에서 정점에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탁월함으로 가득한 걸작이다.

평점 : ★★★★★★★★★★ (10/10)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일본 추리소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 1월에 읽고 감상문 한 번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디시앱 잘못 지워서 다 날아갔다가 오늘까지 와버림. 안 읽어본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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