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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시인장의 살인> 소감앱에서 작성

ㅇㅇ(211.184) 2021.07.10 00:08:43
조회 422 추천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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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도서관에 갔는데 우연히 발견한 <시인장의 살인>

내용은 하나도 모르지만 왠지 추갤 념글에 감상글이 자주 오르내리길래 한번 꺼내서 읽게 됨.

그리고 1시간 동안 다 읽어본 소감으로는 뭔가 독특하고 참신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정쩡하고 아쉬운 작품이었다.



먼저 생화학 테러와 좀비라는 소재, 그리고 추리라는 장르를 한데 엮어서 시도한건 꽤 기발했다.

서문을 보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좀비가 대놓고 당당히,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좀비라는 단어가 나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애초에 시인장이라길래 난 뭐 시 쓰는 시인인줄 알았지;

그리고 좀비가 극 중 계속 위협적인 소재로 등장하며 트릭에도 활용되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존재를 내비치던 것, 이것 또한 여러모로 괜찮았다. 단순히 좀비를 하나의 장치로만 쓸게 아니라 세계관의 한 축으로 넣겠다는 작가의 의도도 나쁘지 않았고.


다만 맘에 안 드는게 있다면 좀비와 추리라는 두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되었는가, 등장인물들을 잘 활용했는가, 그리고 범인의 트릭과 동기 등이 있겠다.

먼저 사건의 배경인 외부의 괴생물체에 의해 폐쇄된 저택부터.

본격적인 추리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난 이 작품이 저 멀리 어느 사신탐정 소년의 에피소드 <마견숲의 살인>과 유사하다는 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폐쇄된 연구소와 별장, 밖을 배회하며 등장인물들을 위협하는 미친 개와 좀비, 위험요소에 의해 공격받는 주인공 일행 등등.

물론 세부적인 내용이나 트릭, 동기 등등은 여러모로 달랐지만, 시인관을 보면서 계속해서 김전일의 데자뷰가 느껴짐을 아주 강하게 느꼈다.

문제는 광견과 좀비라는 두 소재가 주는 위압감의 차이다.

사실 두 경우 다 위험한건 매한가지다. 광견에 물리면 광견병에 앓다가 죽고, 좀비에 물리면 좀비가 되서 죽는다.

하지만 김전일에 나온 사건의 경우에는 누가 봐도 개가 아닌 사람이 했다고밖엔 볼 수 없는 살인이 발생하고, 때문에 광견떼의 도래라는 사건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가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가, 그리고 그 트릭은 무엇인가라는 추리물의 본 사건에 비교적 집중할수 있었다.

광견 떼는 어디까지나 범인이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해 사용한 장치 중 하나이고, 추리를 보조하기 위한 요소였으니까.

반면 시인장의 좀비는 광견 떼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물려도 최소한 며칠은 있어야 발병하는 광견병에 비하면 서너시간이면 좀비가 되는게 훨씬 무섭지 않겠는가. 게다가 몇십마리 정도 되었던 광견떼에 비해 좀비 떼의 규모는 수백명이라고 묘사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성적인 추리극이 가능할까.

또한 좀비가 저질렀다고밖엔 보이지 않는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면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지금 추리소설을 보는건지, 아니면 영화 월드워 Z의 후반부를 보는건지.

좀비들로부터 달아나고 쫓기는 일련의 상황이 생존 아포칼립스물로는 나름대로 볼만했으나, 그동안 추리에 대한 내 관심과 흥미는 머나먼 우주 저 너머로...

여기에 더해서 작중 전개와는 따로 노는 생화학 테러 실행자에 대한 묘사도 좀 생뚱맞았다. 마치 <관 시리즈>처럼 처음부터 시리즈로 내놓을 생각이었던지는 몰라도 좀비와 추리가 물에 섞인 기름처럼 어중간하게 노는 와중에서 떡밥까지 살포하는건 너무 작가의 욕심인건 아닌지.

물론 작가도 이런 좀비물로서의 반전을 기대하고 이 작품을 썼을테고, 상도 여러 개 탄 거로 보아선 확실히 많은 사람들에게 재밌게 각인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라는 소재와 추리물이라는 장르가 너무 성급하게 섞인 나머지, 상대적으로 더 정적인 추리물로서의 이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으로 등장인물의 활용.

먼저 여성 탐정과 남성 조수라는 조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군데군데 씹덕스러운 묘사가 보이긴 했지만, 내 마음과 신경은 온통 좀비에 가 있어서 그런지 썩 거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좀비사태 초기에 급 퇴갤한 인물들이 여러모로 아쉬웠다. 살해 트릭과 주인공을 묘사하기 위한 두명은 뭐 그렇다쳐도, 남은 두명을 딱히 희생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특히 주인공의 선배를 이런 식으로 일찍 써먹고 죽인 점은 내가 이 소설에 대해 가장 아깝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가 후반까지, 적어도 추리부문에서 활약하고 갈때 가도록 만들었더라면 추리부분의 재미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밀려온다.


범인의 트릭은 볼만했다.

좀비의 습격이라는 상황과 희생자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한 첫번째 살인(방조), 그리고 직접 손을 쓴 두 건의 살인도.

다만 희생자의 특징 탓에 범인을 특정하기 쉬웠던 부분은 한 가지 마이너스. 죽거나 잡아먹힌 졸업생들+앞잡이한테 원한을 살 만한 인물은 작중에서 같은 여자들밖에 보이지 않는데, 아닐거 같은 인물은 하나씩 빼다 보면 윤곽이 너무 드러나니까.

그리고 범행 동기는 너무 전형적인 복수라 약간 김이 샜다. 이런 미친 상황에서 미친 범죄를 저지를 정도면 화끈한 동기가 나올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위에서 언급한 김전일의 사건보다도 약하지 않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종합해서 보자면, 가볍게 읽기엔 좋고 작가의 장르 크로스오버도 참신했지만 역으로 추리물로서의 읽는 재미가 반감된건 많이 아쉬웠다.

마침 후속작이 있고 평이 상당히 괜찮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을지 기대되며 리뷰를 마쳐봄.





여담: 근데 밑에 똑같이 시인장 읽은 사람 있길래 좀 놀랐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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