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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안녕 요정> 미수록 단편 '화관의 날' 번역앱에서 작성

책덕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02 23:14:55
조회 471 추천 10 댓글 5
														

멀리서 포성이 울린다. 다시, 울린다.
이윽고 희미한 땅울림이 마루를 흔든다. 소리가 들려올 때부터 방이 흔들릴 때까지의 시간이 길었기에, 대포의 포탄이 멀리 떨어진 것을 알았다. 최근에는 소리와 흔들림의 시간차로, 포탄이 쏘아진 위치까지 대충 알게 되었다. 이 거리에서는 그러한 것에도 환하게 되어간다. – 매우 아름답고 풍족하고, 올림픽이 개최될 정도로 평화로웠던 마을이었는데.
 
우리들은 거리 중심부에 가까운 고층 주택에 살고 있다. 경찰서나 시청 등 공공건물이 모인 일대에도 가깝고, 거리를 포위한 군대가 이러한 공공시설을 노려 대포를 쏘아대는 통에, 가까이 포탄이 떨어지는 일도 있다. 처음 한동안은 잠드는 것조차 불가능했지만, 무서운 일이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또 시작되었나. 싫네.”
 
그렇게 말하며, 사촌인 야카가 접시를 운반해 온다. 야카 일가, 크르스마노비츠 일가는 아버지 쪽의 친척으로, 살고 있던 아파트가 피탄당했기 때문에 이 집에 피난해 왔다. 우리 아버지와 오빠는 정부의 일로 집을 비우기 일쑤이고, 어머니는 스코페(마케도니아의 수도)에 있는 친정집의 상황을 보러 간 길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렸기에,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넓은 이 집에 친척이 온 것은, 내게 있어서도 고마운 일이었다.
 
테이블 위를 정리하면서, 가볍게 말을 던진다.
 
“곧 끝날 거야.”
“이 포격이? 아니면, 저 불량배들의 포위가?”
“어느 쪽이든.”
 
야카는 비웃는 듯한 웃음을 띄웠다.
 
“글쎄, 그건 어떨까.”
 
거리가 군대에 포위되었을 때, 우리들은 그들이 곧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거리의 남쪽 고지가 점거당해, 그곳에 대포가 설치되었을 때도, 그 대포로부터 최초의 포탄이 발사된 후에조차, 이러한 일이 오래 지속될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군대도 역사가 있는 이 거리를 불태울 리가 없다, 지금은 일부 사람들이 지나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으로, 곧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라고.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났다. 군대는 토치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다.
 
문득 창문을 바라보니, 밖은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가에 의자를 두고 담배를 피고 있던 큰아버지가 먼 곳을 바라보며, 불쾌한 듯 내뱉는다.
 
“명예로운 연방군이, 무슨 꼴이냐. 내가 있었던 때에는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었어.”
 
큰아버지는 군인이었지만, 재작년 훈련 중 다리뼈가 부러져 제대했다. 자신이 군에 남아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야카가 놀리는 듯이 웃어 보였다.
 
“아버지. 저건 연방군이 아닌 모양이에요.”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은, 국제사회와의 합의에 의거해 이 마을의 포위를 풀고, 철퇴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거리에 대포를 쏘고 있는 것은 연방군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군으로부터 떨어져나온 자들이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바보 같은 소리. 연방군의 차에 타서, 연방군의 총을 갖고… 연방군의 군복을 입은 녀석까지 봤어.”
“하지만 다른 이름을 일컫고 있어요. 차라리 이 마을도 이름을 바꾸면 좋을 거야. 그렇지, 로스 엔젤레스가 좋아. 지금보다는, 세계가 관심을 가져줄 듯해요.”
 
그리고 야카는, 내가 테이블 위에서 치우려고 손에 든 액자에 얼핏 시선을 보냈다.
“아, 도쿄도 좋을지도.”
 
액자 속에는, 4명의 일본인과 함께 웃고 있는 내가 있다. 이즈루, 마치, 모리야, 후미하라… 정말로 즐거운 나날이었다. 마음 속 어딘가에, 일본에 머물지 않았던 자신을 비웃는 기분이 든다. 안전하고 즐겁고, 좋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였던 일본을 떠나, 어째서 나는 이 나라에 돌아와버린 것일까 하고, 그렇게 자신에게 되묻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후회하고 있다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나는 역시 돌아가는 것을 골랐겠지.
 
조그만 미련을 뿌리치는 듯이, 액자를 난로 위에 눕힌다. 큰어머니인 드라가나가 복숭아 색깔의 벙어리 장갑을 손에 끼운 채 얼굴을 슬쩍 비추었다.
 
“너희들, 리리아나의 생일인데도 듣기 싫은 소리만 하고 있지 말아줘. 로나츠(보스니아의 요리)는 이미 다 되었어. 바클라바는 조금 걸리겠지만.”
 
리리아나는, 야카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다. 바클라바는 이 주변에서는 흔해 빠진 구운 과자이지만, 설탕이 꽤나 손에 들어오지 않아, 한동안 입에 대지 못하였다. 혀가 녹을 정도로 단 바클라바는, 어린 사촌 여동생의 생일 축하에는 안성맞춤일 터이다. 큰어머니는 방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리리아나는 어디에 있니? 오늘의 주역은.”
 
그러고 보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야카가 허리에 손을 대고, 콧김을 거칠게 한다.
 
“또 그 녀석! 어차피 침대 속이겠죠.”
“무서워하고 있는 거야. 무리도 아니지. 아직 8살이니까.”
“오늘부터 9살이에요. 언제까지나 벌벌 떨고 있어선 안돼요.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으니까.”
 
리리아나는 피난해온 때부터 거의 입을 열지 않은 채 웃는 일도 없이, 줄곧 멍하니 있을 뿐으로, 야카는 그런 여동생에게 화가 나 있었다. 야카는 리리아나를 부르러 가면서, 거친 말을 내뱉을 테지. 이런 상황에서 생일을 맞이한 사촌 여동생에게, 이 이상 슬픈 생각이 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보고 올게.”
“그래, 부탁해.”
 
방을 나와, 야카와 리리아나에게 할당된 침실로 향한다. 좁은 복도는 크르스마노비츠 일가가 가져온 짐으로 가득하여, 조명을 켜지 않았기 때문에 발 밑이 어둡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어도 무언가에 발이 닿아 버린다. 군대가 발전소를 확보한 탓에 전력은 소형의 가솔린식 발전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절전을 위해 복도의 조명은 죽 꺼진 채였다.
 
침실의 앞에 서서, 미소를 만든다. 내가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는, 리리아나가 더욱 무서워하게 되어버릴 터이니까. 문을 노크하고, 밝은 목소리로 부른다.
 
“리리아나, 있니?”
 
어둑어둑한 방에서, 리리아나는 야카가 말한 침대 속이 아니라, 작은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숙이고 있던 얼굴이 살포시 들어올려져, 어두운 속에서도 알 수 있는 새카만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커튼을 통해 희미하게 파고들어오는 빛의 덕택에, 손에 쥐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내 책이다.
 
9살의 아이에게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저 책을 손에 쥔 것도, 대충 지금 리리아나와 같은 정도의 나이 때였다. 살며시 리리아나에게 다다가, 눈높이까지 쪼그려 앉아 말을 건다.
 
“책을 읽고 있었니?”
 
리리아나는 꾸벅 고개를 끄덕이고, 가냘픈 목소리를 냈다.
 
“이 책, 거짓말 뿐이야.”
“어째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살해당한 아버지는 잊어도, 빼앗긴 재산은 언재까지도 잊지 못한다.’ 라고 쓰여 있는 걸. 거짓말이야.”
 
한순간 숨을 멈추고, 잠시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본의 친구에게 비밀인 척하고 인용한 한 구절이, 지금에 와서 어두운 곳에서 불시에 나를 푹 찌르듯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 자전거는 불타버렸고, 꽃 보물 상자도 부서져 버렸어. 하지만, 아버지가 무사한 쪽이 훨씬 기뻐. 이거, 이탈리아인이 쓴 책이지? 이탈리아인은 거짓말을 해.”
 
피난하고부터 거의 입을 열지 않았던 리리아나가, 증오를 내비치며 말했다. 참을 수 없게 되어, 나는 그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네. 거짓말쟁이네.”
“아버지, 죽으면 싫어. 어머니도, 심술궂은 야카도, 마야도!”
“괜찮아. 괜찮아. 여기 있으면 아무도 죽지 않아.”
 
리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그렇게 반복했다.
 
물론 나도, 내 재산이 불타버리는 것보다는 아버지나 오빠, 어머니가 목숨을 잃는 쪽이 견디기 힘들다. 뿔뿔이 흩어져버린 그들이 무사히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초조함으로 소리지르고 싶어지는 기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 거리에, 아니 이 나라에 사는 누구라도, 개인과 개인으로 보면 그것은 똑같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키아벨리는 죽이는 것보다도 빼앗는 쪽이 증오를 부른다고 쓰고, 그리고 지금 이 거리는, 그의 책에 나온 대로 빼앗긴 것에 원한을 품은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개개인의 사랑은 집단의 이익에 압도당해 버린다. 나는 그것을 추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내려 퍼붓는 포탄이 몇 번이나 증명해 왔다.
 
마키아벨리의 한 구절은 옳다. 하지만 리리아나에게는, 아직 그 옳음을 이해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내 품 속에서, 그녀는 흑흑 흐느끼기 시작했다. 또 멀리 포성이 울려, 거리의 어딘가가 부서져 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흐느껴 울던 목소리가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려, 나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자, 오늘은 네 생일이야.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어. 축하하자꾸나.”
 
리리아나는 내 귓속에 속삭였다.
 
“세르비아인이라도 축하받을 수 있어? 세르비아인인데, 축하받아도 돼?”
 
아아, 그런가.
그러니까 리리아는 줄곧 침묵하고 있었던 건가.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한 것이다. “이 전쟁은 세르비아인 탓이다. 세르비아인 놈들, 네놈들의 탓이다.” 라고.
 
불쌍한 리리아나, 네게 무슨 죄가 있겠니! 나는 리리아나의 뺨에 양 손을 갖다대고,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야, 리리아나. 모두, 네가 태어난 날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단다.”
 
거짓말의 기색이 없는지 탐색하는 듯, 리리아나는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마주 쳐다본다. 그 작은 얼굴에는 기쁨도 신뢰도 없었다. 두려움과, 내가 다시 ‘거짓말이야. 세르비아인을 축하할 리가 없잖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만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이 무슨 일인가.
어떤 때라 하더라도, 설령 거리가 불타버리는 때라 하더라도, 이런 작은 여자아이가 슬픔에 잠긴 채 생일을 맞이하다니 있어서는 안 된다. 아니, 이런 때이기 때문에야말로, 기쁜 일은 기쁘게, 슬픈 일은 슬프게, 나날의 일들을 있는 대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야말로, 이 현실에 저항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불에 타 주저앉은 폐허에서라도 첼로를 연주하고, 축구 시합에 흥분하고, 사촌 여동생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말이 없는 채인 리리아나에게, 나는 물었다.
 
“저기 리리아나, 생일에는 어떤 걸 하니?”
 
검은 눈동자가 망설임으로 흔들린다.
 
“으음… 바클라바를 먹어.”
“드라가나가 만들고 있으니까, 이제 곧 다 될 거야.”
“노래를 불러.”
“그렇구나. 모두 노래부르자.”
“촛불을 밝혀.”
“분명히 있을 거야. 작년 내 생일에 샀던 거.”
 
리리아나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확 얼굴을 밝히며 집게손가락을 내밀어왔다.
 
“그리고, 꽃! 꽃을 장식해!”
 
그녀가 가리킨 끝에는, 내 머리를 장식한, 일본에서 친구가 보내온 목제 머리핀이 있었다. 리리아나의 활기찬 목소리가 기뻐서 나도 미소지으며, 세밀한 조각이 장식된 머리핀을 쓰다듬었다.
 
“그러네. 꽃. 리리아나는 꽃이 좋니?”
“응. 마야, 그거, 무슨 꽃이야?”
“이건 말야, 수국. 저 멀리서 피는 꽃이야.”
수국이라는 말을, 리리아나는 두 번 반복해 중얼거렸다.
 
“멀리라니 어디? 부코바르(크로아티아의 도시)?”
“좀 더 멀리야.”
“으음, 그럼, 베오그라드?”
“더 더 멀리. 대륙의 저편이야.”
“나, 수국을 보고 싶어. 저기 마야. 진짜 수국은 어떤 색깔을 하고 있어?”
“여러가지로 변해.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아름다운 색깔이야. 네가 크면, 보러 가면 좋을 거야.”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리리아나가 중얼거렸다.
 
“음, 가고 싶어. 갈 수 있으려나.”
“갈 수 있을 거야. 반드시.”
 
성장한 리리아나가 일본을 방문하여, 수국을 손에 든 그 날을 상상한다. 반드시 그 때는, 파괴된 이 거리도 되살아나 있을 것이다. 나는 또다시, 리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확실히, 축하에는 꽃이 필요하다. 매일을 살아가기에 급급하여, 그런 것도 잊고 있었다.
 
“리리아나, 내가 클로버 화관을 줄게. 마로니에가 늘어선 공원에 피어 있을 거야.”
“화관? 나도 갈래!”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밖은 비가 오고 있는 듯한데다, 무엇보다도 이 아이가 없어져서는 드라가나와 가족들이 걱정할 터이다.
 
“너는 아버지와 가족들과 함께 있으렴. 밖은 위험해.”
“…위험해?”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라고 말해도, 리리아나는 듣지 않을 것이다. 조금 생각한 뒤에, 급수소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거리에 총을 든 군인이 들어와 있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쏘아 협박을 한다고 해. 이웃집의 조르쟈가 발 밑을 맞아서, 정말 무서웠다고 말하고 있었어.”
“총에 맞았어?”
 
리리아나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럼, 나는 집에 있을래. 야카가 심술궂게 굴지만.”
“야카도, 오늘은 너를 위해 노래를 불러 줄 거야. 생일인 걸.”
 
방금 마키아벨리를 읽고 있던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리리아나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야카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즐거울 것 같네.”
“그러네. 자, 저쪽 방에 가 있으렴. 드라가나가 찾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로부터 뛰어내려 달려가다가 리리아나는 문 앞에서 뒤돌아보았다.
 
“마야, 고마워. 약속이야!”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방의 커튼을 열고 빛을 불러들인다. 밖은 아직 비가 내리고 있지만, 빗줄기는 약하고, 이 정도라면 우산은 필요 없겠지. 나는 창 밖을 보고, 문득 이방에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목적지도 없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을 때, 비가 오고 있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은 남자를 보고, 그만 이상한 착각을 했던 일. 그 뒤에 말을 걸어 준 모리야가, 이즈루를 소개해 준 것. 마치나 후미하라가 다정하게 대해 주었던 일. 그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비의 추억을 떠올리자, 우산을 쓰고 갈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리리아나를 집에 두기 위해 말한 것이기는 해도, 정말로 거리에 병사가 들어와 있다면, 펼쳐진 우산은 다소라도 내 모습을 감춰줄 테지. 침실을 나서며, 현관을 찾았다.
 
“어라.”
 
하지만, 주워든 우산은 부러져서 굽혀져, 도저히 펼쳐질 것 같지 않았다. 크르스마노비치 일가의 짐을 옮겨왔을 때, 무언가에 찌부러져 버린 것 같다. 부서진 우산, 이런 것까지 추억과 같다니, 무언가 이상했다. 굽은 우산을 손에 들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자, 큰어머니인 드라가나가 부엌으로부터 얼굴을 내밀었다.
 
“어라, 마야. 외출하는 거니.”
“리리아나가 꽃을 갖고 싶어하니까, 꺾어 오려고 해.”
 
드라가나가 내가 갖고 있는 우산을 보고, 미안한 듯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그거, 미안하게 됐어. 남편이 수트 케이스를 떨어뜨렸어.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눈이 핑핑 도는 듯한 매일이라서.”
“신경쓰지 마세요. 이 정도의 비라면, 우산은 필요 없으니까.”
“바클라바가 곧 구워지니까, 조심해서 다녀오렴.”
“응.”
 
신발을 신고, 현관 문을 연다. 5월의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은 납빛으로, 거리의 어딘가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는지, 비 속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라이플 총의 가벼운 마른 총성이 들려온다. 클로버가 핀 공원은 바로 저 곳이다. 꺾어서 돌아오는 것뿐이라면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화관을 준다면, 리리아나는 어떻게 웃어 줄까. 그 미소는, 광기에 둘러싸인 이 거리에서, 우리들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철학적 의미를 내어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버팀목이 되어줄 것임에 틀림없다.
 
갑자기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그 차가움에, 나는 가만히 목을 쓰다듬었다. 내 집을 돌아보며, 문 저편의 따뜻한 세계에 전한다.
 
“곧 돌아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렴.”
 
가랑비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리에, 나는 뛰쳐나가고 있었다.
------


<さよなら妖精>, 東京創元社, 2016, 米澤穂信, P.315~326


이 내용은 국내 판권 소유자인 엘릭시르가, <안녕 요정>의 신장판이 나온다면 번역 수록하겠다고 함. 근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름.


어쨌거나 저작권자의 허락 없는 무단 번역이므로 문제시되는 즉시 삭제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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