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키 유코는 2008년에 만 40세의 나이에 <임상진리>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늦깎이 작가다.

국내에는 <고독한 늑대의 피>와 <반상의 해바라기>가 먼저 출간되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작품을 먼저 읽게 되었다. 작가는 여성임에도

그동안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많이 써왔는데, 이번에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필력이 상당하다. 500여 쪽에 달하는 분량 속에서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가독성이 매우 좋아서 힘들이지 않고 쭉쭉 읽을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도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다만,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 완급조절이 약간 아쉬웠다. 많은 분량을 바탕으로 결말 직전까지

이리저리 발로 뛰며 수사를 하는데, 적은 분량의 결말부에서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엮어서 설명하느라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중간에 반전이 하나 있는데

이 반전은 반전 자체로는 놀랍지만, 작품 전체로 보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 반전이 없어도 작품의 전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의 여러가지 떡밥들이 회수가 되지 않은 채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에필로그는 달랑 2쪽 분량이라서 왜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고, 매력적인 주인공 형사 콤비에 대해

궁금한 점이 너무 많이 남았다. 유즈키 유코 씨, 설마 이 작품 후속작 안 내는 건 아니겠지?? 후속작 안 내는 건

이 콤비에게 너무 미안하잖아?? 후속작 내는지 안 내는지 지켜볼게.

그밖에 역시 많은 분량 때문인지 중간중간 현실성이 떨어져보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애초에 '시라이 도모유키'의 그런 작품들도 재밌다고 읽는 내가 그런 걸 따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이라는 문학은 무엇보다 논리적이고 재미있다면 그것으로

최소한의 할 일은 다 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유즈키 유코 씨. 이 작품 후속작좀 꼭 내주세요.

점수 : ★★★★★★★★☆☆ (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