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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장문, 씹스포) <메르카토르는 이렇게 말했다> 리뷰

정소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29 03:13:52
조회 765 추천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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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당연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패러디. 5개의 단편집.

일단 전부 읽은 소감부터 간단히 말해보자면,

독자 입장에서-마야 유타카가 아니었다면 도중에 하차했을 책이다.

작가 입장에서-마야 유타카가 아니었다면 책으로 낼 엄두조차 못 냈다.

어쨌든 그만큼 파격적.



1. 죽은 자를 깨우다

고딩 6명이서 놀러갔는데 한명이 떨어져서 죽음. 고작 2층인데 죽나? 아무튼 인싸 죽어죽어.

섬세한 지도를 준비해준 작가의 친절이 고마웠다. 1년 이상이 지나고 대학생(및 재수생)이 되어 다시 모인 5명.

근데 또 한 명이 죽는다.


1년 전 인싸 이쿠노가 죽은 이유: 사고다. 문에 그려진 나비를 보고 놀라서 떨어짐. 이 뭔 ㅋㅋ

아게하를 찬 이유도 이름에 나비가 들어가서. 나비도 바퀴벌레처럼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근데 현재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선 이쿠노가 살아돌아와서 죽였다는 그럴듯한 개소리만 지껄이다 간다.

메르카토르는 우선 의뢰 보수(사고가 일어난 건물)이 탐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납득할 답안만 던진 것이다.

애초에 현관문이 열려있었던 걸로 봐선 용의자의 수는 무궁무진하니까 소거법으론 절대 못잡는다고.

게다가 증거는 자기가 사고현장에서 슬쩍한 물건으로 주작했다.

대놓고 탐정들의 기본적인 행동원리와 사고방식을 놀리는 캐릭터. 어이가 없다.



2. 규슈 여행


불쑥 나타난 메르카토르의 폭거로 인해 소설 원고가 일부 날아간 주인공 미나기.

미나기는 소설 소재라도 달라고 보채자 메르카토르는 주변에서 바로 살인사건을 찾아낸다.


"만약 내가 메르카토르의 등을 찌른다면 그의 말대로 몇 번이고 식칼을 휘둘렀을 것이다.

새끼손가락 끝조차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원고가 날아간 지금은 더 그렇다"

"메르카토르에게 인간의 도리를 지적당하다니 이보다 억울할 수는 없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둘 사이 케미가 웃겼다.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훨씬 쩌는 소설거리가 될거라고 말하는 메르카토르.

그들은 소설을 구상하듯 차근차근 정보를 정리해 나간다. 아예 막간 콩트까지 하는 두사람.


오전 6시에 배달된 조간신문. 거기에 다잉메세지가 적혀있다면 범행추정 시간을 속일 수 있다.

여섯시 전후부터 발견 직전까지의 알리바이만 만들어둔다면 말이지.

그러나 관건은 9시에 올 택배업자. 택배업자가 먼저 도착하면 아직 다잉메세지가 안쓰인 조간신문을 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범인은 9시 이전에 현장에 알리바이를 공작하러 다시 온다. 현 시각은 8시 50분.


훨씬 쩌는 소설거리: 실제 살인범과 미스터리 작가의 대면 경험.


외장하드에 백업했던 원고도 메르카토르가 이미 눈치채고 다 날려버리고, 미나기가 꿈꾸었던 규슈 여행도 물거품행.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 아까부터 범인이 피해자의 여친인 나가토라고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인데 꼭 그렇다고 할 순 없어.

그건 어디까지나 네 단편소설, 픽션 속의 이야기니까."

문이 활짝 열렸다. 경악과 광기로 가득찬 덩치 큰 남자의 눈이 나타났다.


유쾌함이 돋보였던 단편이었다. 나도 나가토가 싱겁게 범인이라곤 믿진 않았다.



3. 수렴


사이비 종교 신자인 '데라오'와 '요코'. 그러나 데라오는 이젠 신앙심이 사라졌다.

또한 '요코'는 자신의 여동생을 자살하게 만든 학교폭력 가해자 중 하나였던 것.

데라오는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요코를 살해. 자살로 위장한다.


사이비 종교 신자인 '요코'와 '우치노'. 우치노는 요코를 강간한 뒤 사진과 영상이 있다며 협박.

그녀를 성노예로 삼는다. 좋아하던 여자인 '나오미'를 '세키야'에게 NTR당한 울분을 푼 것이다.

요코는 복수를 위해 권총으로 우치노를 살해. 자살로 위장한다.


우치노는 세키야를 권총으로 살해. 동기는 당연히 NTR.


세 살인의 공통요소는 '카테지나 서'. 읽으면 죽은 뒤에 부활해 현인신이 될 수 있다는 괴문서다.

카테지나 서를 지켜달라는 의뢰와, 성공보수가 카테지나 서인 의뢰를 동시에 수락한 메르카토르.

얼핏보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의뢰인데..


교주 고바리가 살해당한채 발견. 외딴 섬이니 용의자는 신자5명+집사+메이드=총 7명.

메이드 아오야마가 의심받아 감금됨. 참고로 메르카토르는 범인이 튈 수 있게 배까지 방치했다.

메르카토르는 논리정연하게 증거를 토대로 다음 피해자와 범인를 세 쌍까지 좁혀간다.

아까 나온대로 요코 피해자-데라오 범인/우치노 피해자-요코 범인/세키야 피해자-우치노 범인.

그러나 세 피해자 중 누가 죽을지는 그도 모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확인을 해야 알 수 있다.


탐정임에도 사람이 죽는 걸 냅두자는 메르카토르. 당연히 조수 미나기는 반발했지만 범인에게 권총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깨갱했다.

이미 앞에서 후던잇 와이던잇 하우던잇을 전부 까발린 도서 미스터리조무사이긴 한데, 중요한건 메르카토르와 미나기의 태도겠지.

답안은 3개중 마음에 드는거 아무거나 골라잡으라는 건가 ㅋㅋ



4. 대답없는 그림책


메피스토 고등학교 씹덕 물리교사 나스노가 살해당했다.

친척(시나노)이 연루된 경찰서장과 딸(오토리)이 연루된 야쿠자한테서 동시에 사건해결 의뢰를 맡은 메르카토르.

용의자 학생 20명의 동선을 전부 짠 작가가 대단했다. 난 보자마자 ㅈㅈ쳤는데.

논리정연하게 추론하여 가능성들을 소거하는 과정은 멋졌다. 그런데 결국 이 사건엔 범인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버린다.


씨발?



불가능한 것을 전부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말이 되지 않더라도 진실일 수밖에 없다...

추리소설계의 전설적인 명언을 토대로 논리를 통해 독자들을 엿먹인 단편이었다.


'메르카토르의 말은 마치 신탁처럼 묵직하게 실내에 울려퍼졌다.'

->어차피 '탐정'역은 작가가 내리는 신탁을 말할 뿐이고, 독자들은 그걸 받아먹는 수밖엔 없음


그런데 단편 제목이 왜 '대답없는 그림책'이지? 설마 노트북을 오역한건가? 에이 설마...



5. 밀실장


1편의 그 사고가 일어난 건물을 받아챙겨 별장으로 삼은 메르카토르.

그러나 밀실 상태인 지하실에서 시체가 홀연히 발견된다.

범인은 탐정 메르카토르 또는 조수 미나기.

서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해야하지만, 딱히 확실한 단서나 방법도 없기에 논의는 평행선만을 달린다.


"부조리를 부조리가 아니게 만들면 그만이거든."

설마 이 새끼..

그는 지하실 통째로 아까 주문했던 시멘트로 메워버릴 심산이었다.

부조리한 시체엔 부조리한 해결법이 어울린단다.


"시체를 묻으면 그 범인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꼴 아니야?"

"패배라니 타당하지 않아. 수사의 목적은 승패를 가리는 게 아니라 진실의 추구니까."

->그리고 사건의 해결이 반드시 진실을 추구함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나중에 "네가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는가 아닌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대사에서 다시 드러난다.



"부조리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드러내주는 법이지."

->소설에 있어서 독자의 기존 인식따윈 무의미하다.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시체가 잠든 별장에 휴양 와서 과연 제대로 쉴 수 있을까?"

->미스터리를 그대로 남겨둔 추리소설에서 독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그것도 나름의 재미지."


어쨌든 둘은 시체를 은폐하고 그대로 별장을 쓰기로 합의했다.


선문답 같은 대화문들이 많이 나와서 어지럽다.

이정도면 유희 목적의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철학적 사고실험같았다. 메타픽션스럽기도 하고.



메르카토르의 추리는 항상 옳다. 왜냐하면 메르카토르 아유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옮긴이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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