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재미있게 봐서 그의 자매편이라는 환야도 보게 되었다.

1995년의 효고현 남부 지진이 일어났을 때 미즈하라 마사야는 아버지가 빚에 몰려 자살한 상태였다.

근데 고모부가 거의 사기로 만들어 낸 차용증을 들이대면서 생명보험금으로 갚으라고 요구한다.

그 날 밤 지진이 일어나서 고모부는 대들보에 깔리고 그 기회를 이용해서 마사야는 고모부를 죽인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신카이 미후유는 그 상황을 이용해서 마사야를 자기 수족으로 만든다.

그러면서 신카이 미후유는 지진으로 사망한 여자의 신분을 가로채서 완벽하게 신분세탁을 한다.

이 두 남녀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악을 저질러가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이 환야다.

근데 속을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일방적으로 이용해먹는 관계이기도 하다.

백야행하고 구조가 너무 비슷한데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백야행은 남녀 주인공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독자가 짐작만 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독자는 쉽게 사건들을 추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설마하면서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환야는 그런거 없고 남녀 주인공의 범행들을 그냥 다 대놓고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그 결과 백야행에 비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하고 긴장하게 되는 긴박감이 많이 떨어진다.

또 한가지는 백야행 남녀 주인공들이 최초에 범행을 저지르는건 절박한 상황 때문이었다.

상황이 절박하다고 살인 강간을 하는게 이해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딱한 마음은 갖게 된다.

환야는 그런거 없고 그냥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구 범행을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환야는 백야행보다 재미가 훨씬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환야가 두툼한 두 권짜리 소설이기는 한데 다 읽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대통령선거도 있고 해서 내가 쉬엄쉬엄 읽은 탓도 있으나 백야행만한 몰입감은 없었다.

물론 백야행만 못하다는거지, 술술 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한 필력은 그대로 살아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 상위권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래도 읽을만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