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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순서의 문제⟫

USER0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04 13:01:00
조회 764 추천 1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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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의 문제⟫

평점: 85점


도진기 작가의 진구 시리즈 첫 작품이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주인공 진구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백수다. 뛰어난 추리력을 가졌고 돈 냄새를 잘 맡지만, 도덕이나 윤리에 둔감하다. 요즘 흔한 ‘고기능 소시오패스’ 컨셉의 주인공인 셈이다. 작가의 다른 주인공 고진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둘 다 법률 지식이 뛰어나, 법의 빈틈을 악용한다. 반면 고진은 수수께끼 풀이 그 자체를 즐기고, 진구는 철저히 돈을 벌기 위해 수수께끼를 푼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잘 읽었다. 한국 본격 추리의 희망을 느꼈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여줬다. 다만, 도진기 작가 특유의 낡은 문체와 낡은 세계관-예컨대 ‘티켓 다방’ 같은 것들-은 조금 아쉬웠다. 요즘 세상에 티켓 다방이 어딨나? 이런 부분은 작가의 나이를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재미 순으로 에피소드들을 나열하자면, ‘티켓 다방의 죽음’, ‘순서의 문제’, ‘뮤즈의 계시’, ‘대모산은 너무 멀다’, ‘환기통’, ‘막간: 마추피추의 꿈’, ‘신 노란 방의 비밀’.

순서의 문제
이 책의 표제작이다. 진구가 어떤 캐릭터인지 독자들에게 알리기에 적당한 에피소드였다. 돈 냄새를 잘 맡고, 필요하다면 거짓말도 능수능란하게 하며, 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진구가 잘 그려졌다. 사건의 진상도 두가지 트릭을 사용해서 짜임새 있었다. 다만 그 중 하나는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할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대모산은 너무 멀다
헨리 캐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를 패러디 한 에피소드. 솔직히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9마일은 너무 멀다⟫를 패러디 한 작품이 나올 줄이야. 작가가 본격 추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은 왜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탔을까’에서 출발한 연쇄 논리가 재밌다. 하지만 ⟪9마일은 너무 멀다⟫도 그랬듯, 이런 안락의자 추리는 어쩔 수 없이 논리적 비약이 있다.

막간: 마추피추의 꿈
‘막간’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잠시 쉬어가는 에피소드다. 그래서 다른 에피소드들 보다 분량이 조금 짧다. 형사 범죄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일상 미스터리다. 어떻게 늦게 출발한 진구가 더 일찍 도착 했느냐는 문제인데, 의외로 트릭은 간단하다. 다만 국외 항공편을 자주 이용해봐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니었다.

티켓 다방의 죽음
이 단편집의 베스트 에피소드. 최근에 읽은 단편 중 최고였다. 후더닛도 하우더닛도 와이더닛도 아니다. 범행 현장을 조작해서 자살을 타살로 만드는 이야기. 다른 에피소드에서 진구가 셜록홈즈였다면, 이 에피소드에선 모리어티 교수였다. 의심을 심고 가설을 만들고 경찰 수사를 원하는대로 유도한다. 장편으로 발전해도 괜찮을 이야기였다. 경찰이 진구의 유도에서 벗어날 때 마다 새로운 가설을 던져 사건을 굉장히 복잡하게 만드는데, 사소한 단서로 이 복잡한 사건을 명쾌하게 정리해버리고 복선을 회수하는 결말은 일품.

신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비밀⟫을 패러디 한 에피소드. 개인적으론 가장 재미없는 에피소드였다. 논리적인 추론으로 사건이 해결 되는게 아니라, 특별한 과학적 지식을 통해 한방에 사건이 해결 된다. 그리고 사건 그 자체 보단 주인공 진구의 과거사 떡밥에 더 신경을 쓴 듯 했다. 시리즈화를 노린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떡밥을 뿌리는건 에필로그에서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단편 안에서는 그 단편에 회수 될 복선만 사용 되어야 한다. 시리즈 전체에서 ‘거시적으로’ 사용 될 복선은 모든 단편이 끝난 뒤 에필로그에서 하시길.

뮤즈의 계시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크로스 오버 하는 에피소드. 알리바이 트릭과 시체 소실 트릭이 사용 됐다. 가수 백지영씨의 노래가 결정적인 단서로 사용 되는데, 사소하면서도 강력한 설득력이 있는 단서였다. 진구가 진상을 추리 하는데 실패 했던 이유가 “차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전개도 재밌었다. 진구는 한 수 위의 명탐정인 고진의 조언으로 진상을 알게 되는데, 이 모습은 마치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셜록 홈즈의 모습 같았다. 마지막 법정 씬은 조금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래도 소설의 재미를 위해 이정도 연출은 괜찮다고 생각 한다.

환기통
진구가 그의 ‘왓슨’ 해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기 뒤에 있는 사람을 공격 했을까. 이것이 핵심인데, 이 수수께끼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풀린다. 사건 자체가 간단하고, 트릭도 아주 간단한다. 게다가 도치 서술 구조를 취하고 있어 막간 다음으로 가벼운 에피소드다. 가볍기 읽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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