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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유리탑의 살인 다 읽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05 22:09:59
조회 506 추천 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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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신간으로 나오는 책은 그것만으로 화제성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언급이 많다던가, 인기를 끈다는 것만으로 평가를 보증하긴 어렵다 생각한다.


그래서 유리탑의 살인 사건 역시 평이한 수준의 책을 생각했다.

평이하단 기준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이미 닳고 닳은 추리물의 세계에서

기대를 충족시키는게 그렇지 쉽진 않을 것이다.


이 책 같은 경우 그 닳고 닳은 추리물들을 작 중 내내 언급하고 있다.

책 전반에 깔린 추리소설에 대한 헌사가 녹아져 있고,

이것이 스토리 핵심적인 부분까지 연관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추리소설 독자들에겐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Who done it-

용의자들도 희생자들도 전통적인 방식에 충실하다.

하지만 유리관의 범인과 유리탑의 범인이 다르기 때문에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절반의 정답만 된다.

누가 범인인 것을 넘어 동일한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느낌도 받았다.


재밌는 점이라면 추리소설에서

주인공, 화자, 탐정, 시체, 의사, 형사가 범인인 경우가 많다 한다면

이 작품은 전부 해당한다.


How done it-

첫번째 사건은 진행과정을 밝히고 시작하고

세번째 사건은 진짜 그건가 싶었는데 진짜 그거였다.

작 중에서 비슷한 트릭의 소설이 언급되기도 하고.


한눈에 봐도 정성껏 쓰인 두번째 사건은 고전적인 트릭들을 잘 버무려 풀어냈다 생각한다.


상황이나 트릭이 작위적이란 느낌은 물론 있다.

탈출 불가능한 공간.

그곳에서 펼쳐지는 살인.

그리고 굳이 그래야 할 당위성.

이 부분은 추리소설이 가진 한계도 있다 생각하고 이 정도의 편의주의적인 전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위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작가들도 있고,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추리소설의 메타픽션이 이 작품의 진상이다.


작 중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내용들은 진상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연극의 배우들에게 연극과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건의 해답은 진상과는 관계없이 풀린다.

복선들은 대체로 다 뿌려져 있다.

세번째 사건은 역시 좀 이상한거 같지만.


개인적으로 밀실임을 보증하는 부분은 분량을 줄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소설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다소 늘어진다고 느꼈다.


Why done it-

진상없이 마무리 되더라도 색다르게 느꼈을지 모른다.

다양한 변주를 주려는 소설이 많은 가운데 주인공이 범인,

그것도 초장부터 밝히고 결말까지 유지된다면 그거대로 흥미롭지 않았을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재미를 주는 요소들도 들어가 있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 부분은 엉성하다 욕을 하는걸 보면,

작가 입장에서 많은 의미를 둔 부분은 아닌 거 같다.


계속해서 제시되는 메타픽션 암시. 거기에 사건은 다 해결됐는데도 

지나치게 많이 남은 페이지는 사건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메타픽션은 굉장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르다.

작가가 강압적으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내밀 수 밖에 없는 구조고,

이건 독자들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생각나는 몇몇 작품들만 해도 독자들은 메타픽션식 전개를 굉장히 불쾌하게 받아들인다.


반다인 7조

  1. 추리 소설에는 반드시 시체가 있어야 한다. 살인이 아닌 범죄를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 살인보다 가벼운 죄를 가지고 수백 페이지 책을 읽게 할 수는 없다. 독자의 노고는 보상되어야 한다.


7조는 기본적으로 범죄의 무게를 말하고 있지만, 그만큼 책을 읽어준 독자들에 대한 보상의 영역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 안에서 픽션이라는 선언을 해버린다면,

픽션 내에서 픽션을 만들 수 있고, 픽션이라 선언한 주체도 픽션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서 확정지을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어진다.

이야기가 텅 비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읽어준, 그것도 수백, 수천페이지를 본 독자들의 노고 없이 이야기가 끝나버린다면,

허망함을 느낄 독자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특정 세 작품을 예시로 들고 싶지만 스포일러 때문에 언급하진 않음.


유리탑의살인의 후반에 들어서 메타픽션 언급은 자칫 이러한 감정을 들게 할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은 소설 속 이야기라는 반전 아닌 반전.

그래서 이 언급이 나올 때는 힘이 빠진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서 이상함을 느낀다.


재밌는 서술트릭이라 느꼈는데,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에게 각각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발언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각기 인지하고 있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현실은 책 바깥에 있지만

등장인물에겐 현실은 책 안에 있다.


여기서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발언을

등장인물들은 작 중 현실 내에 맞게 해석을 하지만

독자들은 소설 바깥을 인지했다고 해석하게 된다.


실제론 등장인물들이 소설 바깥을 인지하는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 소설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위로의 인식이 아닌 아래로의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면 메타픽션보단 모작품처럼 연극이라 볼 수 있지만,

등장인물이 바라보는 세계에선 추리소설의 재연,

독자가 바라보는 세계에선 작 중 현실은 소설이고,

그래서 이 연극이라는 것이 작중작의 재연이기 때문에

메타픽션이라는 느낌이 잘 녹아든다.


그리고 작중작 내용을 실존하는 것으로 만드는 시도가 나오기 때문에,

메타픽션 속 이야기가 작 중 현실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메타픽션의 단점은 작중작이나 작품이 의미없게 소모되는 형식이 많은데,

유리탑의살인은 그것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소설의 제목도 의미가 생기는데,

독자의 현실과 작 중 현실에선 유리탑의 살인.

작중작에선 유리관의 살인이라는 제목이 붙는다.


서술되는 세계를 넘나들면서 모호해질 수 있었을 이야기를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이 이 곳은 현실이라는 발언을 하는만큼,

메타픽션 특유의 두루뭉술함은 제거해버린다. 


메타픽션 장르를 채용하면서도 내용은 명확하기 때문에,

메타픽션의 독특함에 끌리면서도 그 애매모호함이 싫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여기까지가 메타픽션 부분의 감상이라면

이제부터 진범에 대한 감상.


명탐정에 대한 집착과 명범인이 되는 과정은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추리소설의 개연성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비해선,

다분히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전히 취향의 영역이라 이것 자체로 좋고 나쁨을 논할 순 없는 문제지만,

소설 속 장치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개연성으로 걸고 넘어진다면

이 부분 역시 어느정도 걸고 넘어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점으로까지 느끼진 않았다. 

시작부터 서브컬처 느낌을 주고 있었으니 동기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결말에선 진범과 범인 모두 생존하고, 여지는 주지만 이들에게 있어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죽은 사람에 대해선 죽을만했다는 묘사는 있지만, 범인들은 살인을 저지르거나 시도했던 인물들이고, 

범죄가 처벌받지 않는 작품이 그걸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이 작품은 픽션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선동할만한 부분이 아니라면,

독자들이 선악보다는 감정이입한 대상을 우선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진범이 악역으로 충실하다는 부분을 포함해서.


외모적 묘사는 본격에도 이런 묘사는 찾아볼 수 있고, 영매탐정 죠즈카를 봐서 별 생각이 안 들었다.


총평-

진상 이전을 본격, 진상 이후를 변격이라고 한다면,


본격 부분은 작 중 인물들의 입을 빌려 굉장히 자학하고 있다.

그런것치고는 즐겁게 봤으며, 작위적인 부분도 추리소설의 장치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났으면 세번째 트릭의 미흡함으로 인해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변격 부분의 복선도 깔아두곤 있지만, 전체적으로 쌓는 과정이 꽤 길어서

결말 한 페이지를 위해 수백페이지를 요구하는 작품이 떠올랐다.


물론 변격 부분 역시 많은 분량이 할애됐고, 본격 부분의 이야기도 꽤 재밌게 볼 수 있다.


변격 부분은 가짜추리-진짜추리로 진행되는 작품들과는 다르게,

메타픽션적으로 두 개 다 옳은 추리였다는 점이 좋았다.


메타픽션의 독특함을 가지면서도 특유의 허망함은 없앤 작품.

물론 나머지 내용도 알찬 편.

약간의 서브컬처 느낌은 있지만, 영매탐정 죠즈카를 먼저 보면 해결된다.


개인적으론 전체가 좋은 작품보단 특정 부분의 장점이 큰 작품을 좋아하고,

이 작품이 그런 경우에 해당됐다. 물론 나머지 부분도 괜찮은 편.


10점 만점에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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