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이 미스터리 팬덤에서 가지는 입지나 의미에 대해서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50년 전통 맛집으로 소문 난 식당이라고 해서 문고리를 맛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듯이, 본 작품에 대해서도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뜬금없는 비유지만, 정말 맛있는 소고기 스테이크집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가게의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는 먼저 나오는 5kg의 공깃밥을 반찬 없이 목구멍으로 넘겨야합니다.

이 가게는 훌륭한 식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분명 스테이크 맛을 잊지 못하고 "대단한 스테이크였다...."라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열에 아홉은 공깃밥만 먹을 바에 다른 식당을 가고 말겠다고 하겠죠.

제게 점성술 살인사건이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사건이 해소되는 시점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차곡차곡 빌드업을 쌓는 책은 분명히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공깃밥이 아니라 에피타이저라고 불러야겠지만요.

하지만 점성술 살인사건은 공깃밥입니다. 에피타이저, 샐러드가 아니라 그냥 공깃밥만 한가득 먹입니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역시 앞에 나온 공깃밥들을 먹기 잘했어..."라는 생각은 좁쌀만큼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건 공깃밥이 아니야!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는 특A급 공깃밥이라고!" 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쌀을 썼든 어떻게 씻었든 공깃밥은 공깃밥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공깃밥을 먹여야 하는 경우에는 이게 공깃밥이 아니라는 눈속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눈속임은커녕 공깃밥에 소금 뿌려주는 정도의 배려도 없습니다.

마지막에 어찌저찌 스테이크가 나오긴 하지만, 이미 제 배는 공깃밥으로 가득차서 고기가 들어갈 곳도 부족했습니다.

수기로 시작해서 미타라이와 주인공의 사건에 대한 대화, 그 후로 죽어라 이어지는 척봐도 무의미한 현장 탐방.... 전부 텁텁한 공깃밥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읽을 생각이었던 책이니 시간을 투자한 걸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두 번 읽으라고 하면 차라리 굶고 말겠습니다.

"본격이 원래 그런 거야!"라고 하신다면, 그거야말로 할 말은 없습니다.

존중을 담아 별점은 매기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