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역이 잘 된 건지 원서부터가 우수한 건지, 오래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초창기 신본격보다 훨씬 잘 읽히는 느낌.

고전을 읽을 때마다 퍽 겁에 질린 채 첫 장을 넘기곤 하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던 모양입니다.

2. 다만 걱정이 해소된 것과는 별개로 재미는 그닥 없었습니다.

<이누가미 일족>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엔진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다마요고 하나는 가면의 남자입니다.

다마요라는 인물의 범상치 않음과 가면 쓴 흉인의 신비로움이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와 전개를 책임지는데,

문제는 이야기 중간부터 이 엔진이 하나씩 퍼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먼저 다마요. 줄곧 적당한 거리감과 신비로움을 유지하던 이 인물은 중간에 시점 변경으로 무고한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그동안 쌓아올린 매력을 잃습니다.

그리고 가면 쓴 남자. 1950년대 당시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대의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 뻔한 반전이라 별로 감흥이 없습니다.

3. 또한 아쉬운 것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탐정의 캐릭터.

해당 시리즈를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썩 마음에 드는 유형의 탐정은 아닌 듯 합니다.

카리스마나 비범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개성이라고 할 법한 부분은 말더듬이인 점밖에 없는데,

딱히 탐정으로서의 우수한 논리 전개나 활약을 보여주는 부분이 없어서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탐정의 추리보다는 사실은 이랬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 라는 식이라....

총평:

걱정한 것보단 잘 씹히는 밥, 하지만 어째 죽 같기도 하다.

별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