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 사가노 료가 자신의 세계에선 태어나지 않은 누나 사가노 사키가 사는 평행세계로 떠나며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당하는 소설입니다.

료는 평형세계를 경험하며 사가노 사키의 행동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본인보다 항상 좋은 결과를 불러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보통의 청춘 소설이라면 료의 형의 진부한 조언처럼 사키의 행동으로 잘못된 결과가 나온 사건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음을 설파하며 끝을 맺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보틀넥은 가차 없는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료는 종장에 이르러 여자친구 노조미가 자신을 왜 평형세계로 보냈는지 깨닫습니다.

P.182 그러나 스와가의 경우는, 사가노가의 둘째 아이가 료건 사키건 어떻게 될 리 없었다. 사태의 근본에 있었던 것은 수천만 엔 단위의 돈이다. 다른 집 자식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P.310 그녀가 잃은 것을 나는 지난 이 년간, 아니, 그보다 더 오랫동안, 나서부터 줄곧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상황에 몸을 맡기고 방치해 두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무언가를 바꿀 가능성이 있던 료에 비해 스와 노조미는 돈이라는 현실에 막혀 변화의 갈림길마저 박탈당한 상태였던 겁니다.
과연 료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료가 마지막에 다시 한번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 서야하는 집 그리고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이 종장이 없었다면 사가노 료가 삶을 포기한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마지막에 이르러 지금까지 행동하지 않은 주인공에게 행동했다면 바꿀 수 있었어라는 메세지를 던져줬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아니라면 너무 잔혹한 이야기니까요. 어쩌면 저도 옵티미스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