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과에서 보여주었던 '라이트'한 이미지를 벗어나서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했음.

- 어떤 창작 영역에서든 이미 자신이 구축해온 단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그걸 실제로 40대가 넘어서 해내다니 정말로 경이로운 일이고, 이 점프 만으로도 존경할 만한 업적임.

- 아직 마쓰모토 세이초나 교고쿠 나츠히코에 비하기는 한참 아래지만, 그런 대가들의 경지에 닿을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품게할 정도임

- 작품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흑뢰성" - 어두컴컴한 감옥의 성 에서

어두운 지하감옥에 갇혀있던건

간베에 뿐 아니라 실은 무라시게 스스로였으며

무라시게 뿐 아니라 난세의 사무라이들, 민중들 모두 였다고 하는

숨쉴수없는 폐쇄감이고 막막함임

일본 장르문학에 흔한 그로테스크하거나 기괴한 묘사는 일절 자제되어있지만

읽을수록 숨이 점점 막혀오는 현기증이 나는 작품.

- 중반까지는 착각했음. 애초에 좌파적 메시지를 담았던 빙과, 안녕요정이나 전국시대 민중의 입장에서 역사를 해석하려했던 개는 어디에 등의 문제의식은 이제 버리고, 지배계급이던 무사의 시선으로 역사를 보려하는건가? 문제의식이나 비판의식을 버린 건가? 했는데

후반갈수록 왜 그랬는지가 점점 더 다가오면서 무사들의 세계의 허무함이 드러나더구만

- 아무리 본격이 날고기어도, 본격은 결코 사회파를 이길수 없는데, 그것은 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이 아무리 더 말초적으로 "흥미진진"해도, 이 흑뢰성이 담은 메시지를 이길수는 없다는 것. 유리탑의 살인은 외관은 번쩍번쩍 번드르르하지만, 흑뢰성이 품은 지하감옥의 어둠은 시대와 인간의 어둠으로 빽빽히 들어차있다, 라고 말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