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남>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

란포는 동기는 부자연스럽지만 플롯의 완성도는 내 장편 통틀어서도 높다고 자평했다는데

그말마따나 동기는 심히 부실하다. 

일단 악역인 마술사. 불륜 사생아로 오쟁이진 남편에게 살해된 아버지의 복수를 명목으로 하는데

일단 죽은 아버지가 아무 과실이 없는게 아닐 뿐더러 복수를 한다쳐도 당사자는 죽고 없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오쟁이 진 남편의 아들 형제와 손자손녀 손자의 약혼녀한테 잔혹한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쉬이 납득가지 않는다. 아무리 20세기 전반 일본이라지만 이게 40년을 들이부어 굳이 해야할 복수인가?

막판에 마술사의 친딸이자 공범으로 등장하는 다에코의 동기는 더 심하다. 

얘는 어릴때 산부인과에서 바꿔치기 당해서 친아버지가 마술사인걸 모르고 자랐다가 자라서 진실을 듣고

아버지, 숙부, 오빠로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복수에 협력한다는 설정인데...

얼굴 한 번 못본 친아버지란 사람을 위해서 그런짓을 한다고? 왜?

작품속 추리도 딱히 돋보이지 않는다. 명탐정 코난식으로 때려맞춰 버리는게 많고 

다에코가 범인이란 증거라고 아케치가 내민것도 전형적인 코난식 증거다. 법정가면 인정안되는거 

마술사에게 결정타를 먹인건 아케치의 추리력이 아니라 괴도 키드 연상시키는 변장술과 쥐도새도 모르는 잠입기술이다

그리고 막판에 밝혀진 오뉴도의 비밀은... 전형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전능한 아케치가 어느새 다 해치웠다

조력자이자 마술사를 아버지로 알고 자란 후미요의 행보도 다에코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잔혹한 성정이 아니라서 

아버지에게 반발하는 것까지는 이해의 범주지만 아케치와의 연모하게 되는 과정은 별 설득력이 없다. 

플롯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의 배치와 인물의 패턴인데 정말 딱 그것만 좋고 

그기에 덧붙인 살들은 어휴... 이 사람이 정녕 대란포라고 불린 일본 추리소설 거장이라고?

20세기 초반 소설이라서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장면들이 왕왕 보인다.

피해자가 참수된 채 발견된 사건 형장에서 웃으며 현장에 남은 증거를 설명하는 경부라던가

방금 눈앞에서 약혼녀가 산채로 사지가 토막나 죽었는데 한 3~4페이지 지나니까 쌩쌩해지는 피해자라던가

란포 이 사람 국문학의 이광수 같은 사람인가? 글 잘 못쓰는데 선구자이자 후배들을 키워낸 아버지 격이라서 찬양받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