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넨 미키토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치넨 미키토의 작품들은 기대 이하의 작품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좋은 평가를 받은 《유리탑의 살인》을 내기도 했다.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항상 미쉐린 3성 식당은 아니어도, 어느 나라에서든 동일한 만족도를 주는 맥도날드 같은 작가다. 어느 작품을 읽더라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종이학 살인사건》도 평범하게 읽기 좋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비유하자면 기욤 뮈소 같은 경향이 있다. 기욤 뮈소 작품들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치넨 미키토 또한 비슷한 형태의 작품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많은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의사다. 작가가 현직 의사이기에 그런 것 같다. 기욤 뮈소는 '가장 재밌게 읽은 기욤 뮈소의 작품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가장 처음 읽은 것.'이라는 농담 섞인 비판을 받고는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넨 미키토에게 그런 비판은 없다. 미스터리 장르에 주력인 만큼 같은 트릭 방식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치넨 미키토(Mikito Chinen, ちねん みきと, 知念 實希人)

 1978년 10월 12일 오키나와 출생, 일본의 소설가, 의사. 치넨 미키토는 도쿄 지케이카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부터 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의사이다. 그의 소설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의 배경이 되는 호스피스 병동도 의사라는 그의 직업적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11년 『레종 데트르』로 제4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고, 이 작품은 2012년 『누구를 위한 칼날』로 개정되어 재출간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 『가면병동』, 『아메쿠 타카오의 추리 카르테』, 『블러드라인』, 『당신을 위한 유괴』, 『시한병동』, 『검은고양이의 소야곡』 등이 있다.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은 다양한 장르의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최고의 정점을 찍은 수작으로 평가된다.

 《종이학 살인사건》의 줄거리는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남긴 '내가 죽으면 즉시 시신을 해부하라'라는 유언으로 시작된다. 시신을 해부하자 놀랍게도 아버지의 위벽에 새겨진 암호를 발견한다. 이 암호를 쫓아가는 것이 줄거리이다.

​ 치넨 미키토의 글쓰기 철칙은 '중학생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쓴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문장들이 간결해서 속도감이 좋다. 100페이지를 넘겨도 피로감이 적다. 《종이학 살인사건》도 1시간 정도 만에 100페이지를 넘기며 읽었다.

 이야기에 철학이나 사회 비판 요소가 담겨있으면 더 좋지만, '장르 소설은 재미만 있어도 된다.'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종이학 살인사건》은 무난하고 가볍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