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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지 ‘알 빠가?’ (非문학 시리즈)

탐정B문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22 23:10:08
조회 211 추천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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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 본 글은 완역본이 아니라 원문 일부를 한국어로 초록(abstract)화 시키고 글쓴이가 정리한 ‘컨텐츠’임. 원본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큰일 남. 일부 문장, 단어, 표현 등은 그대로 괄호에 넣어둠. 또한 추리장르 비평의 특성상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는 부분도 많기에 글 분류를 리뷰/스포 태그로 가져가겠음.


취미로 올리는 글들임, 장르를 함께 즐기고 읽어가는 연대로써 봐주길 바람.


오늘도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의 회색 뇌세포가 활발히 자극받길 빌며.



읽어보기에 앞서

“왜 읽냐?”. 과도하게 문명화된 질문이다. “알 빠가?” 이 질문의 가면을 쓴 기만적인 선언이야말로 기존의 영토를 교란한다. 지금까지 소개한(그래봤자 4명이긴 하지만) 글쓴이들은 나름의 비판과 함께 ‘미스터리’란 장르를 받아들이며 옹호했다. 이 글이 올라가는 공간 또한 통념적으로 ‘즐기는’ 이용자들의 영토다. 하지만 에드먼드 윌슨(Edmund Wilson)은 “알게 뭐냐며(who cares)”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하는 ‘안티테제’다. 물론 구조주의적 테제(structuralist thesis)가 그러하듯 최소한 둘 이상의 언어적 분열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윌슨은 고고한 혁명가라기보단 지극히 원론적인 위치요 동시에 한쪽이 무너진다면 결박된 다른 영토의 의미 또한 붕괴한다는 여지에 있어서 필연적인 등장인물이다. 그래서 흥미로움에 끌려 페이지를 넘기다 그 지당함에 역설적으로 맥이 빠지기도 한다. 장르에 대한 부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장르를 강화하고 완성한다. 핵심은 에드먼드 윌슨의 견해가 단순히 미스터리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대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매나아’라 칭한다 해도 경유하게 되는 고민을 짚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늘어지는 도입부, 지나치게 복잡한 설정, 공감하기 힘든 문제의식, 몰입이 떨어지는 문체 등.


‘만족’했기에 다시 찾는가? 아니면 ‘부족’해서 또 문을 두드리는가?


원문: Who Cares Who Killed Roger Ackroyd? (1945)

저자: Edmund Wilson


Abstract

3개월 전, 추리소설에 대한 글(Why Do People Read Detective Stories?/1944)을 올린 적이 있다. 셜록 홈즈 이례로 이와 같은 소설들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는 난 미스터리 작가들에 관련된 칭찬들과 논의들이 활발한 만큼 그 기대가 컸다. 하지만 선택한 표본들은 실망스러웠고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장르 전반에 대한 나의 인상과 함께 언급했다. 놀라운 점은 내가 이따금 보이는 소련(Soviet Union)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 보다, 더욱더 많이, 상당한 양의 항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에게 온 39편의 편지 중 나름의 논지를 인정할 수 있는 건 7통 밖에 없다. 그 외는 다들 크게 상심하고 충격을 받았는지 똑같은 말만 늘어놓는다. “당신이 추리소설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제대로 된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다”, “이 작가라면 분명히 당신도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한 여성은 내가 입장을 재고하기 전까진 나의 글을 다시는 읽지 않겠다는 가혹하디 가혹한 편지까지 붙였다. 한편으론 자크 바르준(Jacques Barzun), 조셉 우드 크러치(Joseph Wood Krutch),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 같은 작가들이 추리소설을 옹호하겠다며 글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자기 목소리가 빠지면 안 되는 줄 아는 버나드 드 보토(Bernard De Voto)도 납셨다. (...)


편지를 쓴 사람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도로시 세이어즈를 나에게 추천했는데 그중 18명은 나에게 읽기를 강요하게까지 했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녀의 8권의 책 중 나인 테일러스(The Nine Tailors)는 혼자 읽기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책을 펼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난 소설적 재미를 좀 기대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내가 접해본 모든 분야의 책을 통틀어 가장 진부하고 지루한 책이다. 초반부는 영국의 교회들이 종을 치는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런 정보가 궁금하다면 차라리 백과사전을 찾아보거나 주종술(campanology)에 관련된 글을 읽기 추천하겠다. 이 부분은 거의 다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뒤에 나오는 통념적인 영국 마을 인물들의 대화를 건너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


도로시 세이어즈가 글을 잘 쓴다는 말을 종종 듣긴 하는데 나에게 답장한 사람들도 그녀를 일종의 문학적 에이스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론 더럽게 못 쓴다: 단순히 문학이하(sub-literary)의 글들이 넘쳐나는 분야에서 다른 추리소설가들보다 좀 더 의식적으로 문학적인 서술을 할 뿐이다. (...)


열정적인 추리소설의 애독자들은 이 시점에서 내가 짜임새 있는 글, 성격 묘사, 인간미(human interest) 심지어 분위기까지 그다지 기대해선 안 될 것들을 찾으려 하기에 추리소설에 부정적이라며 분개할 것이다. (...) 앞서 소개한 여류작가들(도로시 세이어즈와 마저리 알링햄)을 향한 일련의 폭로 앞에 내가 존 딕슨 카의 ‘화형법정’은 상당히 즐거운 독서였음을 밝힌다면 상당히 뜬금없을 수 있지만 흑마법(black magic)이 약간 가미된 이 공포는 작가가 기존의 추리소설보다 대체적인(alternate) 가설의 여지를 둘 줄 아는 괜찮은 기교라고 생각한다. (...)


몸(Maugham), 드 보토, 크러치 이 세 작가는 소설의 경향이 너무나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이고 상징적으로 변모하면서 대중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순수서사(pure story-telling)는 추리소설뿐이라는 맹점에 빠진 것 같다. (...) 챈들러는 최근 글에서 자신을 대실 해밋의 제자라고 여기며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문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피력하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쓰는 글은 해밋은 커녕 그래이험 그린(Graham Greene)과 알프레드 히치콕에 가깝다. (...)


아편 중독자가 입문자에게 첫 모금이 불쾌하더라도 참으라는 조언을 하듯, 적지만 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용감한 독자들을 안심시키고 지켜야 함을 느낀다. 일부는 내가 (나쁜)추리소설과 느슨한 애호의(lax-mental habit) 수준에 있는 독자 간의 상관관계를 간과했음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거야말로 최악의, 대부분의 추리소설 독자는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지 확인하지 않고 책을 덮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진정한 중독에 대한 증언일 뿐이다. (...)


그래서 추리소설 중독자들에게 선언한다. 제발 내가 제대로 된 작품을 읽지 않아서 그렇다는 편지 좀 그만 써라. 나에게 시간 낭비와 지적 저해(degrading intellect)의 늪에서 자신을 해방했음에 감사함을 표한 7명의 서신자들에게, 거드름으로 가득 찬 우드로 윌슨(미국의 28대 대통령 맞다;;/궁금하다면 2018년 5월 23일자 John Cuneo의 NYT 에세이를 참고하거나 이를 다시 소개한 2020년 7월 20일 최원국 특파원의 조선일보 기사를 검색해보길 바란다)과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통념에 의해 고통 받을 필요가 없음을 순수한 정신으로 전달하고 싶다. “동지들이여 우리가 비록 소수일지언정, 문학은 우리의 편이다”. 읽히고, 연구되고 알려야 할 수많은 책이 있는 상황에서 쓰레기를 펼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일류(first-rate) 작가들이 종이부족으로 인해 출판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용지를 남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좋은 일에 써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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