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케이스의 사건을 접할 수 있는 건 장점

작중 힌트를 많이 주기 때문에 풀이가 어렵지 않아서
가벼운 추리싸움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나쁘지 않은 수준

여기까지가 칭찬할만한 부분의 전부



- 표지

주연 인물, 배경, 마지막 반전까지 과한 친절로 이미지를 알아서 깎아먹고 있다

문고본은 해당 문구가 뒤에 있지만, e북은 피할 수도 없고..
민감한 부분도 스포를 당하기 싫은 독자에게는 지뢰표지의 표본 수준이다



- 끔찍한 주연인물

먼저 탐정이자 주인공급 인물인 시즈카

추리소설에서 탐정의 역할은 전개의 핵심이자 작품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시즈카는 주연이라고 하기에도, 탐정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공기같은 인물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문제편 - 경찰 가쓰라기가 여대생 마도카에게 사건을 가져오고
조사편 - 둘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가
추리편 - 마도카가 할머니 시즈카에게 사건에 대해 말해주고, 시즈카카 해답을 주면
해결편 - 가쓰라기 또는 시즈카가 추리쇼를 펼치고 사건이 해결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즈카는, 손녀 마도카에게 설교나 설명충이 되는 것 외에는
철저하게 사건과 유리되어 있다.

크리스티의 안락의자 탐정 '미즈 마플'의 경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다 잡담의 내용이 사건의 핵심을 찌르면서 극적으로 사건으 진상을 밝혀내는 데 비해

시즈카의 말은 5할이 꼰대느낌 나는 설교, 4할이 나무위키 읽는 듯한 설명충 진행, 나머지 1할이 나는 벌써 풀었음 하는 오뚜기 3분 추리가 전부다.


추리 과정은 문제 해결편에서만 나올 뿐이고
에피소드 내내 줄창 나오는 '전직 20년 경력 판사' 시즈카와 '법대생' 시즈카의 대화는 사건 해결과는 상관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결국 가장 재밌어야 할 탐정의 추리 파트가 소실된 셈.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가 재밌기라도 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정의란 이렇고, 증거는 이렇고, 해외의 유명한 판례는 이런게 있고..
이게 독자들이 보기에 재밌을거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정녕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라고 쓴건지 한숨이 나올 지경

오히려 할머니라면 사건에 휘말리는 걸 막고, 보호하고 아껴주려고 해야하는게 보통일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할머니가 아니라 '전직 판사' 이자 '멘토' 역할만 부각되다보니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어색하게 다가온다

애초에 이럴거면 학교 선생님이 됐건, 이모가 됐건
아니면 아예 시즈카라는 인물이 없더라도 이야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는 셈

(역전재판 4편에서 갑분싸 배심원제도 나오면서 개연성과 재미가 바닥으로 쳐박는 것과 똑닮음)



경찰 가쓰라기와 여대생 마도카도 인물 구성이 빈약한건 매한가지

우선 사건 휘말리게 되는 것부터가 작위성이 심하다.

아무리 그래도 '형사'가 '여대생'에게 사건 자문을 구하고, 사건현장에 같이 들어가서 현장검증도 하고, 같이 잠입수사도 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다른 심리묘사나 복선, 임팩트 있는 달달한 대화도 없이 싹트는 애정... ?????

전개도 작위적이지만 썸타는 과정도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코지 미스테리를 표방한 것 치곤
'한나 스웬슨' 시리즈나 '고전부' 시리즈에서는 사건을 빼도 골드미스 여성향 판타지나 십대 청소년의 로망 판타지가 남아
나름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사실 이 작가의 전작인 '안녕 드뷔시'(2009)도
작중 인물의 대사나 전개의 작위성은 어색하거나 과장된다 싶은 부분이 컸는데
이 작품(2012)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라 그런지 개선이 된 점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갤에서 나눔 받은 책이지만, 박한 평가를 줄 수 밖에 없어 슬픈 책

점수를 매기자면 1/5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