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카이 히우의 "홍성기담"이라는 2017년도 작품이 있음. 

한국에 "죽음과 모래시계"가 정발되었기 때문에 이건 아마 읽은 사람도 있을거임. 

국내에 어느 출판사도 미쳤다고 이런 작품을 정발할 가능성이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그냥 아예 스포를 다 까버린다.  

이 작품은 흑뢰성처럼 전국시대가 배경임. 가상의 인물인 타카기 타츠마사가 다스리는 성에서 타츠마사의 일족이 차례대로 살해당하는 사건을 신하가 해결하는 연작단편집임. 전반적으로 트릭들이 다 골때리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사건의 트릭이 제일 막나간다.  

사건 : 계속되는 일족의 죽음으로 정신이 피폐해진 타카마사는 극도의 공포에 질린 끝에 천수각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나 그 다음날 타카마사는 천수각 3층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천수각 3층은 창은 물론 출입문도 단단히 잠긴 상태였고, 천장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천장에 미리 숨어있는것도 불가능햇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밀실에 있는 타카마사를 살해한 것인가? 

트릭: 범인은 천수각을 통째로 끌어당겨 높이가 비슷한 망루 옆으로 옮긴 뒤 망루에서 천수각 3층으로 이동한 것이다. 망루와 천수각은 사람이 건너가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져 있지만, 망루 지하에는 성 옆의 하천을 끌어들여 작동하는 거대한 수차가 있었다. 이 수차는 망루 중앙의 거대한 기둥과 연결되어 있어서 수차를 회전시키면 망루 전체를 회전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천수각의 기단에는 움직이기 용이하도록 둥근 통나무가 깔려있기 때문에, 망루와 천수각을 사슬로 이은뒤 망루를 회전시키면 천수각을 통째로 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범인은 망루에서 천수각으로 사슬을 타고 이동한 뒤 천수각 기와를 통째로 뜯어내고 들어가 타카마사를 살해한 것. 

추리소설의 트릭을 이따구로 쓰면 안된다. 기술이 발전된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에서도 건물을 물리적으로 통째로 옮기는 트릭이 나온다면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을텐데 하물며 일본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이딴 트릭을 썼다. 애초에 수차의 힘으로 건물을 통짜로 회전시킨다는게 가능하기나 할까? 땅속에 통나무를 깔아뒀다고 건물이 움직이다면 애초에 그게 씨발 제대로 서있기는 할까? 차라리 특수설정 미스터리에서 이런 트릭을 썼다면 그래도 용서해줄 여지가 조금은 남겠지만 이 작품은 본격 미스터리인 것처럼 해놓고서는 마지막에 이런식으로 뒤통수를 갈겼다는 것에서 더욱 괘씸하기 그지없다. 더 열받는건 흑뢰성을 읽고 일본 역사 추리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원서를 찾아보던 중에 하필 그 다음 작품으로 고른게 이거였다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