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을 전전하다 '기억의 화가'로 유명해진 로드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지를 잡아뜯고 그것을 마을 여기저기에 늘어놓는 엽기적인 방식으로. 

딱히 원한을 살 일도 없이 살아온 나이든 여성 다섯이 차례로 살해당하자 평화롭던 마을은 깊은 혼란에 빠진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대표격인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지만,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탓에 일본 소설이라기 보다는 영미권 소설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문체나 분위기도 영미권에 더 가까운 것 같고.

초반부 길게 늘어지는 종교적인 배경 이야기가 조금 진입장벽이긴 했지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사건이 일어나면서 엽기적인 사건과 기괴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사건의 스케일과 흥미로운 수수께끼에 비해 결말에서 밝혀진 트릭과 결론은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화려하게 벌려놓은 것들을 담아내기엔 지나치게 밋밋한 마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트릭과 엔딩이 뒷받침되었다면 정말 마음에 들었을 소설인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