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처럼 진실하고, 칼날처럼 곧았다."("Steel True, Blade Straight.") - 아서 이그네이셔스 코난 도일의 묘비명.

1. 마틴 부스가 1997년에 발표한 아서 코난 도일 평전을 모두 읽었다.(한국어 번역서는 2007년 출간.) 마틴 부스는 이 책에서 코난 도일의 생애 전반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는데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던 코난 도일의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모습,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 재학과 졸업, 지속적인 후원자의 존재, 개업의로의 생활과 결혼, 셜록 홈스 시리즈의 탄생,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문학 활동, 전업 작가로의 전향, 언론 기고 활동, 운동을 사랑했던 스포츠맨으로서의 면모, 다양한 취미와 사교 활동, 보어 전쟁 참전과 애국 활동, 국회의원 선거 출마, 셜록 홈스의 죽음과 부활, 사립 탐정으로의 활약, 제 1차 세계대전 때의 활약과 순회 강연, 젊은 시절부터 관심을 보였던 심령술에 본격적으로 매진했던 말년과 죽음에 이르는 코난 도일의 매우 복잡하면서도 장대한 일생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성공했다.

2. 이렇게 치밀하고 성공적인 작업을 통하여 마틴 부스는 코난 도일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그저 셜록 홈스의 창조자이자, 탐정 소설의 부흥을 가져온 선구자라는 한정된 시각에서의 평가가 아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에서의 평가를 진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오랜 시간 동안에 이미 잊혀지고 외면되었던 한 예술가의 초상을 꼼꼼하게 복원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3. 주지하다시피 평전이라는 저작물도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전기 작가의 의도적인 미화나 지나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독자에게는 맹목적인 추종이나 순응이 아닌 엄밀한 의미에서의 비판적 읽기가 필요한데 그러한 측면에서 바라보더라도 마틴 부스의 아서 코난 도일 평전은 무척 깔끔하면서도 훌륭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코난 도일의 삶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통하여 쉽고 간결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전기로서의 정확성과 많은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재미까지 갖춘 무척 보기 드문 평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