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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신간 리뷰』 묵시록 살인사건-니시무라 교타로

리키비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30 00:42:47
조회 762 추천 7 댓글 3
														


[시리즈] 일본 미스터리 신간 리뷰
· 『신간 리뷰』 묵시록 살인사건-니시무라 교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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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나비 떼가 날아든다. 나비가 처음 나타난 곳에서는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찬 청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쓰가와 경부가 이끄는 수사본부는 당황하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청년 신도들의 자살. 그들 뒤에 존재하는 어둠의 집단. 그곳의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정녕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



일본의 미스터리 대문호 니시무라 교타로 선생님의 최신 번역작 묵시록 살인사건을 읽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 선생님은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겠죠. 재작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무려 700권 이상의 추리소설을 집필하신 니시무라 선생님은 엄청난 작업량과 더불어서 항상 준수한 퀄리티의 소설을 발표하시는 점에서 많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특히 재작년 발매한 소설 화려한 유괴에 등장하는 사몬지 스스무그리고 이번 묵시록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도쓰가와 경부와 같이 오랜 기간 사랑받은 탐정 캐릭터를 창조하시기도 하셨죠. 묵시록 살인사건도쓰가와 경부시리즈뿐만 아닌 니시무라 교타로 선생님의 전체 작품을 통틀어 대표작으로 분류되는 작품입니다. 기대를 안하고 읽을수 없죠



줄거리 소개에서와같이 이 소설의 중심에는 사이비 종교가 있습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에 가 자살을 하며 언론과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죠.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기묘한 사건이지만 이들이 대외적으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의미심장한 오브제를 극단적 선택 직전에 사용한다는 점도 이상하죠.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비를 날렸던 것처럼요. 주인공 도쓰가와 경부는 이러한 사건들 배후에 있는 종교단체를 추적하지만,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왜 사건을 벌이는지 파악하는 데 애를 먹습니다. 심지어 혐의점마저 파악하기 힘들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단순히 자살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체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묵시록 살인사건을 이끌어가는 수수께끼는 이 사이비 종교단체의 숨겨진 비밀과 목적이겠지만 그 중심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던 1980년대에 청년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입니다. 인간이 하고자 하는 선택 중 최악은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직 인간만이 자살이란 행동을 하기도 하죠. 소설 속에는 시신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얼굴에 미소가 있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최악의 선택을 하면서 지은 표정이 웃음이라는 광기를 작가는 사이비가 원인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앙은 광기가 터져나갈 여러 구멍 중 하나이며 그 중심에는 근본적인 사회의 결함이 있다고 말하고 있죠. 이 소설 출간 후 4년 후에 옴진리교가 설립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작품 속 사회를 향한 거장의 통찰력이 정확했음을 알 수 있죠.



놀랍게도 이 작품이 그려내는 40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절벽으로 몰고 있는 광기 또한 여전히 계속되고 있죠. 미스터리 작품의 최후 반을 읽을 때는 으레 해결에서 오는 지적 쾌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대신 무력함과 회의감이 느껴졌습니다. 작중 사건의 해결 여부와는 상관없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는가에 작품 또한 의문을 던지고 있었으니까요.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묵시록은 의외로 사건의 중심 소재로 활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이 의문이었는데 작품 전반을 휘감는 분위기를 통해 왜 묵시록이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네요. 특히 제목과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은 길고 씁쓸한 여운을 안겨주었습니다. 작품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최고의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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