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
판타지 세계임에도 미스터리한 사건의 원인이 "암튼 마법임!"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음.


복선도 체계적으로 잘 깔아놓음. 대표적인 예가 3편의 보가트 수업에서 리무스 루핀이 "은빛 구체"를 보는 장면.

루핀이 늑대인간이기에 보름달을 두려워한다는 것의 복선임.

거기에다가 서술 트릭도 사용함.

2편에서는 소거법으로 생각하면 지니가 범인이라는 결론이 쉽게 나오는데도 작가가 지니의 존재를 희미하게 설정해놓아 우리의 관심과 의심 밖에 두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놀라운 반전이 되었음.

게다가 대사도 얼마 안되니 그녀는 소심하고, 말도 안하고, 심지어 주인공들과 어울리지 않는 1학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 결정적인 순간들에서는 아주 세심하게 그녀의 감정 변화를 캐치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지.

해리포터는 영국의 마법 사회와 달리 우리에게도 공평하게 마법세계의 미스터리를 탐험하게 허락해주며 그 단서를 비겁하게 숨기지 않고 다채로운 묘사를 통해 제공함.

그 와중에도 그 단서가 너무 뻔하지도 않으니 추리물로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함.

때로는 우리는 주인공을 앞서갔다는 쾌감을 느끼기도 하며, 주인공들과 함께 찾아내고 놀라며 몰입하기도 쉬움.


5편에서 예언자 구슬의 인물이 트릴로니 교수라는 사실을 해리는 몰랐지만 독자는 알아챌 수 있게 했을 때

톰 마볼로 리들의 놀라운 애너그램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

이렇게 맨 마지막 100페이지 정도에서 모든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장면은 놀라움과 카타르시스의 연속이지.

10대를 노린 수많은 판타지 작품들 중에서 해리포터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이렇게 미스터리적 요소를 훌륭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