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스는 안정감, 단단함, 수비의 미학이 있는 종족이었다. 브루드워 시절부터 저그의 럴커 조이기, 끝이 보이지 않는 저글링, 히드라, 숨통을 조여오는 테란의 메카닉 등등 온갖 풍파를 버티고 버텨야만 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게이머들이 프로토스를 선택한 이유. 조합이 갖는 시너지, 유닛 하나하나의 중요성, 그리고 한 방이 있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에서 프로토스는 이전과 다르다. 사도, 예언자, 차원 분광기를 활용해 초반부터 후반까지 상대방을 괴롭히는 특출날 견제 수단을 활용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전략형 프로토스의 대명사로 불린 선수가 있다. 얼마 전 SK텔레콤 T1으로 이적한 김명식이 그 주인공이다.

kt 롤스터에서로 데뷔한 신인 시절에는 전략만 뛰어난 선수라는 평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기본기까지 어느 정도 갖추면서 김유진과 함께 확실한 전략형 프로토스 투 톱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kt 롤스터에서 나온 뒤 약 1년 동안 프라임, 스베누, TCM, SK텔레콤 T1까지 팀을 옮기며 꽤 긴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이제는 SK텔레콤 T1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임하고 싶다는 김명식.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Q. SK텔레콤 T1에 입단한 계기는?

예전부터 SK텔레콤 T1이 가장 좋은 팀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2016년부터 해외팀에 있어야 할 메리트들이 사실상 사라져서 자연스레 국내 팀으로 복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협회 소속 팀으로 팀을 알아보던 중 포스팅을 통해 SK텔레콤 T1과 좋은 인연이 닿아서 입단하게 됐다.


Q. 숙소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적응은 잘하고 있나?

원래부터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했던 팀인데, 막상 합류해서 겪어보니 상상 이상으로 좋더라. 덕분에 연습에만 몰두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 팀에 오기 전에는 (박)한솔이만 알고 있었는데, 팀원들 중 형보다 동생들이 많아서 친해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Q. SK텔레콤 T1으로 이적하면서 개인적인 목표도 달라졌을 것 같다.

확실히 달라졌다. 내가 해외 팀에 3~4개월 정도 활동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어떤 상황이든 나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도 최고로 받쳐주니 다른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묵묵하고 꾸준하게 걷는 게 목표다.



Q. 약 1년 사이에 kt 롤스터에서 프라임, 스베누, TCM, SK텔레콤 T1까지 팀을 네 번이나 옮겼다. 힘든점은 없었나?

내 프로게이머 인생을 크게 봤을 때, 이적할 때마다 사정이 좋았던 좋지 않았던 모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모두 장, 단점이 있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확실히 배울 점은 다양했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Q. 이제는 팀을 옮기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는 정말 정착하고 싶다. 1년 동안 팀을 많이 옮기면서 프로게이머 시절의 '사춘기'였던 것 같다. 이제는 확실히 성숙했다(웃음).


Q. 전략적인 선수라 게임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이 강점일 것 같다. 공허의 유산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초반부터 엄청 부유해졌다. 그래서 최적화된 초, 중반 올인이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근데 그게 나한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엄청 세밀한 최적화에 약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이 타이트하면 최적화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은 그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Q. 공허의 유산에서는 어떤 점을 잘하는 선수가 성적을 잘 낼 것 같은지?

두 가지로 압축하면 견제와 움직임이다. 견제를 잘하고,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이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나도 얼마 전에 (박)령우에게 저글링 드랍에 지기도 했고(웃음), 프로토스는 사도, 테란은 해방선 등 견제 수단이 많아졌다. 


Q. 특히 2015년부터 전략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본인만의 남다른 개념이 있는 것인가?

원래 전략적인 플레이를 더 선호하고 좋아했다. 사실 예전에는 전략적이기만 했다. 하지만 노력을 많이 하면서 전략적인 면에 기본기가 어느 정도 더해지면서 성적을 낼 수 있던 것 같다.


Q. 전략을 구성할 때 노하우가 있는지?

일단 아무거나 모든 걸 다 해보는 편이다. 나보다 게임을 못하는 선수라도 배울 점은 최소 하나 이상은 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게임을 보는 눈이 높아지면 이런저런 전략을 말로 했을 때 '이건 ~~한 이유로 안돼'라고 애초에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직접 해보는 편이다. 생각과 실천은 꽤 차이가 크다.



Q. 최근 가장 화두인 사도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해 달라.

확실히 좋은 유닛이다. 일단 너프가 확정되었는데, 해방선이나 가시 지옥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kt 롤스터로 시작해서 현재 SK텔레콤 T1 소속이다. kt 롤스터와 프로리그 대결은 어떨 것 같나?

kt와 SKT는 확실히 라이벌 의식이 있고,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내가 kt 롤스터에 있을 때도 그랬다. 경기가 주는 무게감이 크지만, 그만큼 기회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팀을 많이 옮겼는데, 이번에는 정말 다른 마음가짐으로 SK텔레콤 T1에 합류했다. 팀의 명성에 걸맞게 열심히 노력할테니 좋은 시선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