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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바다거북 수프 게임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17 15:51:09
조회 36220 추천 546 댓글 34
														

"심심한데 바다거북 수프 게임 할래?"


할 이야기가 떨어질 즈음, 친구가 흥미로운 제안을 해 온다. 바다거북 수프 게임이라...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 대충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안다. 밤중에 남자 둘이서 꼴사납게 술이나 마시다 느닷없이 할 놀이로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알딸딸하니 술안주로나 삼자는 마음에, 나는 친구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호응한다.


"아, 그래 뭐 좋지. 근데 그게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내가 수수께끼를 내면 네가 추리해서 맞히는 거야. 너는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 할 수 있어. 네가 질문을 하면 나는 '예', '아니요', '관련 없습니다' 정도로만 대답해 줄 거야."


내 긍정적인 반응에 친구는 즐거워 보인다. 뭔가 생각해 둔 문제가 있었나?


"그래 해보자. 근데 뭐, 재미있는 문제라도 있는 거야?"


"딱 좋은 문제가 하나 있지. 자, 한 남자가 어떤 사실을 알게 되고 황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갔어. 그런데 몇 분도 안 돼서 집으로 다시 돌아왔고, 사망했어. 어떻게 된 일일까?"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생각해 둔 문제를 꺼낸다. 전형적인 바다거북 수프 스타일의 문제. 뭐, 일단은 기본적인 것부터 물어봐야겠지.


"집 밖으로 뛰쳐나간 이유가, 알게 된 '어떤 사실' 때문입니까?"


"예."


"남자는 병을 앓고 있었습니까?"


"아니요. 남자는 건강한 사람입니다."


"남자가 사망한 이유가 '어떤 사실' 때문입니까?"


"음... 직접적이진 않으나 관련이 있습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것이 중요합니까?"


"아니요. 근데 그냥 성인 남자라고 하자."


"집이 주택인지, 아파트인지, 뭐 그런, 어떤 종류인지가 중요합니까?"


"아니요."


남자가 병을 앓고 있었는데 약이 떨어진 건 아니고... 그럼, 뭐지. 나는 언제 채웠는지도 까먹은 술잔을 비우며 잠시 고민한다. 창밖에 요란한 빗소리가 사고를 방해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놀이에 걸맞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 그래, 중요한 걸 안 물어봤네.


"남자가 사망한 건 자살입니까, 타살입니까?"


"타살입니다."


타살이라고? 내가 은연중에 병사나 사고사 같은 것으로 근거 없는 단정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어린애마냥 반응한 것인지,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란다. 타살이라면 집에 있던 누군가한테 살해당한 건가?


"남자는 집에 혼자 있었습니까?"


"아니요."


"남자는 집에 있던 사람에게 살해당했습니까?"


"예!"


"그래? 음... 편의상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부르자. 남자가 집에서 뛰쳐나가기 전에도 집에 범인이 있었습니까?"


"예."


"집에는 남자랑 범인만 있었습니까?"


"예."


"남자는 범인과 아는 사이입니까?"


"예."


그럼 강도 살인은 아니라는 거고. 조금씩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바다거북 수프 게임은 이런 재미지. 뭐야. 친구의 표정이 나보다도 더 진지한 게, 한껏 심취해 있는 모양이다. 쟤가 저 정도로 진지한 것도 오랜만에 본다.


"그니까, 남자랑 범인은 아는 사이인데, 집에 둘이 있다가 갑자기 남자가 뛰쳐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범인에게 살해당했다. 정리하면 이런 거야?"


"그렇지."


"음... 그럼, 범인이 살인자라는 걸 알게 됐다거나 뭐 그런 건가? 아! '어떤 사실'이 범인이 살인자라는 사실이야?"


"아니요! 아니 애초에 범인은 남자를 죽이기 전까지는 살인자는 아니야."


"아, 그럼 '어떤 사실'이 남자를 해치려고 한다는 사실이야? 아니, 사실입니까?"


"그... 넓게 보면 그것도 맞긴 한데, 좀 더 구체적인 거야."


"일단, 남자가 집을 뛰쳐나간 것은 범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였던 거지?"


"예."


"남자는 '어떤 사실'을 통해 범인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까?"


"예."


뭔가 거의 다 온 느낌인데... 내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 친구는 나에게 술을 한 잔 더 따라준다. 나는 내가 언제 비웠는지도 까먹은 술잔이 다시 채워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사나워진 빗소리 속에 나는 취기를 이겨내려 몸을 비튼다.


"남자는 자발적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까."


"아니요."


"범인이 남자를 집으로 다시 데려왔습니까."


"예."


"남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까."


"아니요. 까먹은 모양인데, 남자는 집에 돌아와서 사망했어. 힌트를 주자면, 밖에서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어."


문제를 까먹을 정도로 몽롱해진 정신에 정답에서 다시 멀어질까 걱정되는지, 친구가 힌트를 주며 나를 정답으로 몰아넣는다.


"의식을 잃은 상태... 그 이유가 '어떤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까."


"예."


"남자가 어떤 약물 같은 것을 먹었습니까."


"예."


"아... 남자는 집에서 범인이 준 음식 같은 것을, 약물이 들어있다는 것을 모르고 먹었습니까."


"예."


"남자가 알게 된 '어떤 사실'이 자신이 먹은 것에 약물이 들어있다는 것입니까."


"예."


"범인은... 남자의 가족입니까."


"아니요."


"친구입니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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