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라면 가게, 인기 메뉴는...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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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나폴리탄] 여기는 라면 가게, 인기 메뉴는...

ㅇㅇ(58.29) 2024.05.11 10:09:06

조회 2272 추천 36 댓글 4

어느 날, 난 외출을 나섰다.

밤이 되어 배도 고파졌다.

아파트를 지나 상가 건물들. 그곳엔 수많은 가게가 있었다.

한 가게마다 존재하는 땅값, 월세, 건축비, 리모델링비.

그 중 새로 문을 연 라면 가게가 눈에 띄었다.

양 옆의 화환, 축복과 함께 있는 주인의 미소.

그 환대하는 미소와 안도의 미소가 공존하는 그 표정이.

라면을 시켰다.

미묘하고 불쾌하며 그 끝에 나온 즐거운 맛의 라면.

그냥 라면이였다.

옆에 아이와 엄마가 찾아와 가장과 손님에게 인사한다.

아이의 해맑은 표정과 주인장의 환대하는 표정이 교차되며

내 머릿속을 젓가락질 한다.

모자는 떠나고 부만이 남아 우두커니 있었다.

완식 후, 주인장은 할인 쿠폰을 앱으로 내밀었다.

1천원의 할인,

1천원의 재료,

1천원의 건물,

1천원의 유지,

그리고, 1천원의 마진.

잠시 후, 나는 눈치채고 말았다.

저렇게 열심히 해도,

저렇게 1천원의 마진을 남겨도,

저렇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도,

저렇게 귀중한 자식이 있어도,

저렇게 성실히 해도,

저렇게 노력해도,

저렇게 삶에 필사적일지라도,

무너져내려질 수 있는게 현실이라는것에,

저렇게 불태워도, 파멸될 수 있음에,

나는 가게를 나올뿐이었다.

입은 그저 라면을 씹기만할뿐, 숨을 쉬지는 않았다.

여기는 라면 가게.

인기 메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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