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조국근대화론을 주장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자주,자립,자위라는 민족주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국력배양을 강조했던 것. 한국의 역사 속에서 동학농민운동을 비롯한 변혁운동이 실패하고 외세에 예속되었던 것은 국가의 경제적, 무력적 역량의 부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박정희의 인식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개발과 국방건설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박정희의 인식, 이것이 10월 유신까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세계관임. 문제는 경제건설과 국방강화라는 소기의 목표는 달성되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자주성 배양이 아니라 강대국에 대해 종속되는 형태로 귀결되었다는 점에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정신'이라는게 있다면 오늘날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것은 근대화가 아니라 주체성의 배양임. 주체성의 배양이란건 외래문화를 전면 배제한 형태의 순수민족문화의 실체를 찾는게 아니라 현실에 살아가는 우리의 자각과 필요에 입각한 전통의 재구성과 외래문화의 섭취를 말하는 것. 이런 민족자주정신을 무시하고서 오로지 물질만을 쫓아 박정희를 '가난을 물리친 지도자'로만 평가절하하는 것은 박정희를 오래된 박물관에 가둬두고 그 진정한 의의를 은폐하려는 보수의 술책에 지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