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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번역] 제3세계 민족주의와 5.16앱에서 작성

김갑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3 08:37:10
조회 405 추천 11 댓글 0
														

수에즈 사건이 발발하자,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움직임은 강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미국은 반둥 회의 참가국들의 잠재적인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수에즈 운하와 관련된 회의의 외연을 확대시켰다. 수에즈 운하 회의를 단순히 미국·프랑스·영국과 이집트의 문제로 국한할 경우, 여러 신생독립국가들의 반감을 사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단결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1955년 반둥 회의 이후 증대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956년 8월 16일 개최된 런던 회의는 미·영·프가 주축이 된 18개국 안과 인도·인도네시아· 소련·실론이 제창한 4개국안이 대립했다. 다수의 국가가 지지한 18개국 안은 수에즈 운하를 국제관리기구를 통해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4개국 안은 이집트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한국 언론은 이와 같은 결과를 보면서, 이집트의 주권회복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나세르의 저항은 일부 한국인들에게 아시아의 능동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였다. 당시 『한국일보』논설위원이었던 유광열에 따르면 아랍인들의 저항은 공산국가가 ‘명일의 적’이 될지라도 ‘금일의 적’인 식민주의와 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말레이반도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뻗은 게릴라전쟁은 그 주류가 민족의 자결에 있는 것이지, 소련에의 복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이제 아시아는 여러 민족자결운동을 통해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 유럽과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계의 중심을 변형시키고 있었다. 이는 서구인들이 말한 ‘불변의 아시아’,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아시아적 정체성’에 대한 생생한 반례였다.

이어 같은 해 10월 23일 발발한 헝가리 사건은 세계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평가를 전격적으로 변화시켰다. 헝가리 자유운동의 소식은 당대 한국 사회에 신속하게 전달되었다. 한국에서 소련군에 혈혈단신으로 대항하는 헝가리 인민의 봉기는 반공적인 동시에, 소련의 ‘적색 제국주의’ 지배에 항거하는 약소국 헝가리 민족주의의 틀로 이해되었다. 시인 김춘수는 “부다페스트 소녀의 죽음”을 통해 소련군에 의해 죽음을 맞은 소
녀와 ‘음악에도 없고 세계지도에도 없는 이름이 없는 한강의 모래사장의 말없는 모래사장을 움켜지고 영문도 모르게 죽어간 열 세 살 난 한국의 소녀’를 연상한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행동은 “네 혼자 한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소련군의 개입에 대해 헝가리가 ‘중립’을 선언한 것은 ‘중립’이 자동적으로 용공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서 자유화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이해하게 되었다. ‘약소민족의 비분’에 대한 공감은 나세르를 중심으로 대아랍국가가 건설되고,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몰락하는 것을 ‘역사의 의지’로 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세르가 아니라, 식민주의의 해소에 저항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행동이 ‘광적인 것’으로 그 해석이 변모되었다. 강대국의 정복정책을 비판하는 한국인들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소련을 겨냥한 것이기는 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인들은 약소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를 급속도로 심화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소련에 의해 신음하는 헝가리의 상황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언설은 약소국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라는 한국인의 주문이었다. 네루와 나세르에 대한 개인사적인 접근이 활발하게 소개된 것도 이 맥락에서였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민족자주정신을 공약수로 하여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다시금 등장했다. 훗날 전혀 다른 삶의 행보를 보여주는 박정희와 리영희가 나세르에 함께 열광한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다.

“수천년래의 봉건아성을 무너뜨리고 생기충일하는 현대 <에지프트>를 건설하려는 <나세르>의 자세와 투지! 동서의 강대세력, 그 한복판에 서서 실리외교를 추진하며 제3의 세계를 외치면서 세계균형을 조정하고 나서려는 그의 철학은, 확실히 약자가 창조하여 가는 현실의 기적이 될 것으로, 이는 우리의 관심을 모아 마땅하리라 믿는 바이다.” (박정희)

(중략)

비록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민족일보』를 위시한 혁신 세력이 추구했던 대미 자주, 중립화통일론 등은 정치적으로 억압되었지만, 박정희 군사정권도 아래로부터 분출하는 민족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1963년의 선거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윤보선 후보가 나세르를 찬양했다는 이유로 박정희 후보를 비판하자, 박정희는 자신의 민주주의는 ‘민족적 민주주의’며, 윤보선의 공격을 사대주의이자, 외세의존주의,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정희는 서구적 민주주의에 실망한 민족주의 지식인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김종필은 아시아·아프리카 민족주의와 민족적 민주주의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대학생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인도네시아나 나세르의 민족주의와 우리 민족주의의 차이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드골 대통령은 불란서를 위해 위대한 것이지, 우리를 위해 위대한 것은 아니다.” 이상을 추구하는 공간이 다를 뿐, 기본적인 입장은 같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박정희는 1963년 선거 공약으로 후진국 정상회담의 개최를 내세웠다. ‘외세’로 대표되는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는 후진국의 문제를 공동의 논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기발한 것’이었다. 이는 미국에 전면적으로 의존했던 이승만·장면 정권과 박정희 정권의 차이기도 했다.

- 옥창준, 《냉전기 한국지식인의 아시아 상상》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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