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악역이나 비열하거나 비겁한 캐릭터들도 나름대로 입체적이고 양먼적인 모습이 다 드러나서 좋다.

드라마 속에서 가장 비열한 협잡꾼에 가까운 애썰월드도 그냥 입만 산 캐릭터가 아니라 나름대로 명민한 판단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나머지 악역들도 단순히 악하거나 비겁한 게 아니라 각자 나름의 능력도 있고 적어도 최후만큼은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들이라는 게 보여지면서 단순히 나쁜놈들은 약하고 멍청하다 이런 이분법식 묘사가 아니라서 마음에 듦.

특히 이 드라마 팬들은 국내외 막론하고 웨식스 왕들이 너무 다 무능하게 나온다고 불만이 많은 것 같던데

난 사실 이게 무능하다기보다는 우트레드 같은 장군과 모든 측면을 다 고려해야 하는 왕의 역할 차이 때문이라고 봄.

실제로 전략, 전술적 능력을 보이면서 적들을 무찌르거나 하는 건 결국 장군의 역할이고

왕은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중재하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건데

맨날 우트레드가 사고쳐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당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우트레드를 품고 가려고 하는 알프레드는 물론이고

에드워드도 머시아의 정세를 빠른 시일내에 안정화시킨다던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뒤늦게 받아들이긴 하지만 어쨌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리는 에드워드라던가 이게 꼭 무능한 거라고 생각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여튼 드라마의 스토리 진행이

우트레드가 대접받음 -> 우트레드가 사고쳐서 쫓겨나거나 박대당함 -> 웨식스가 데인족 등 외부의 침략을 받음 -> 우트레드가 이걸 막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사고친 경력 때문에 개무시당함 -> 우트레드 일당이 어찌어찌 해결하고 웨식스 왕가도 사후적으로 다시 우트레드를 후원함

이 원패턴 무한 반복인 건 좀 많이 결점이지만

여튼 캐릭터들이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건 장점인 것 같다.

이 드라마 자체가 선과 악이 모호하고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뒤섞이면서 잉글랜드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해서 그런지

캐릭터들을 단순히 나쁜놈, 좋은놈으로 묘사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런 선악같은 게 뒤섞여 있는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 4까지는 오프닝에서 드러나는 '라스트 킹덤'이 마지막 잉글랜드의 왕국 웨식스였다면 시즌5부터는 마지막 데인랜드인 노섬브리아가 그 '라스트 킹덤'으로 반전되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혼란스러운 정체성이 계속해서 뒤섞이고 반전되던 중에, 처음에는 웨식스 왕가에 충성하는 것에 극도로 경기를 일으키던 우트레드가 하나의 잉글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알프레드의 신념에 차츰 감화되면서 결국 극장판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을 잉글랜드인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키고, 자기가 나서서 잉글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많이 감명깊었다.

+) PC요소도 뭐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허용수준이고, 특히 여성캐릭터들이 전사로서 활약하는 것도 바이킹스 수준처럼 무슨 병신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그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여전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무엇보다 그냥 병신같은 악녀뽕 빠진 게 아니라 이것도 어느정도는 입체적으로 나온다. 바이킹스처럼 남자인척 허세부리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이 정신적인 측면에서 '강인하다'라는 게 잘 표현돼서 좋음. 특히 수녀 캐릭터랑 이디스.

+2) 그리고 스토리 전개 이외에 또 결점이 하나 있다면 병신같고 일관성 없는 한국어 자막 번역이다. 뭔 시발 지명, 인명이라도 좀 일관성있게 번역을 하던가 예를 들면 중간부터 아일랜드를 자꾸 이얼랜드라고 자막에 왜 적어놓는지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