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으니까 안 본 사람은 보지 말 것.

난 이 영화의 본질이 종교영화라고 봄..

예루살렘의 유대인의 시점에서 본 예수 그리스도.

즉 한국인 주민들은 유대인이고 쿠니무라 준은 예수임.

유튜브에서 댓글로도 남긴 적이 있는데,

이 영화는 신약성경을 걍 180도 뒤집어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함.

기독교도인 나홍진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좋은 사람들이 불행을 당해서 일찍 죽는 걸 보고서 과연 신에 대한 믿음이 옳은 건가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다"

이런 의문에서 예루살렘 유대인들이 왜 예수를 못 박아 죽였는지에 대해서 나름의 추측을 전개한 작품이라 보거든.

즉 곡성은 신약성경의 데칼코마니 버전이란 것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1. 일본인(쿠니무라 준)은 예수 그리스도에 해당하고 곡성 주민은 예루살렘 유대인들에 해당함.

2. 첫 장면에서 쿠니무라 준의 낚시 장면은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대응함.

실제로 쿠니무라 준은 자신의 정체를 미끼로 곡성 주민과 관객들을 낚고 있음.

3. 신약성경에서 예수는 사람들의 병을 고쳐서 기적을 행함.

그러나 영화에서는 쿠니무라 준이 병의 원인으로 지목됨.

이것은 당시 유대인의 시점에서 예수가 질병을 몰고온 자로 보였을 것이란 의미임.

4.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무당(일광)은 사도 바울에 해당함.

신약성경에서 사도 바울은 기독교 신자들을 심하게 억압한 유대인인데,

나중에 기독교로 개종하여 널리 전도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음.

그러나 유대인의 시점에서 사도 바울은 처음부터 예수와 결탁한 스파이로 보였을 것임.

그래서 영화에서 일광은 처음에는 일본인을 욕하고 저주하지만 나중엔 일본인과 한패로 등장하는 것임.

5. 마지막 장면에서 쿠니무라 준이 손바닥에 난 못 구멍을 보여준 후 악마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예수 부활 소식을 들은 유대인들의 인식을 보여줌.

유대인들은 그것이 거룩한 기적이 아니라 악마의 흑마술이라고 생각했을 것임.

6. 영화에서는 쿠니무라 준이 악마로 비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매모호한 장면이 몇개 삽입되었음.

가령 쿠니무라 준이 트럭에 실린 한국인(박춘배)의 시체를 보고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나,

쿠니무라 준이 도망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임.

이것은 예수가 죽은 나사로를 부활시킨 이야기와 겟세마네 동산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야기를 반영한 것임.

이 장면들을 통해 사람들은 쿠니무라 준의 정체를 추측하기 어려워하게 됨.

7.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쿠니무라 준이 악마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2000년 전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예수를 악마로 본 것과 같은 현상임.

즉 우리가 2,000년 전의 예루살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예수에게 돌을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함.

그만큼 예수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거란 얘기임.

난 위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도 유튜브나 기타 사이트에서

'일본인이 악마냐 아니냐'로 토론하는 걸 좀 이상하게 생각하는 편임.

이건 마치 '예수가 정말로 신의 아들이냐 아니냐'로 토론하는 것과 똑같아 보이기 때문임.

예수가 신의 아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듯이

일본인이 악마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음.

그래서 나홍진 스스로도 관객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이 정답이라 한 거고.

영화를 보고서 일본인이 악마라고 생각한 사람은

예수에게 돌을 던진 예루살렘의 유대인처럼 생각한 거고

일본인이 억울하게 탄압 당하는 희생자라고 생각한 사람은

예수를 믿고 따랐던 사람처럼 생각한 것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