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고건·안철수·반기문과 윤석열의 차이점은 권력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뚝심과 맷집이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 정의를 얘기하는 대표적 사례이자 ‘뚝심’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사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야 박근혜, 문재인 두 정부와 연달아 충돌하는 심적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탄압을 조국 사태 이후 1년 반 이상 단기 필마로 버텨낸 맷집을 가졌다. 열광적 정치 팬덤을 업은 제왕적 대통령과 벌인 싸움을 법치 수호의 명분으로 치러낸 뚝심도 있다.”
그동안 언론에 나온 대통령 윤석열의 뚝심에 관한 말이다. 그는 뚝심의 상징이자 화신으로 우뚝 서면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뚝심은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을 말한다. 그런 뚝심으로 말하자면 윤석열이 뚝심을 발휘한 주요 대상이었던 전 대통령 문재인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저는 저하고 생각이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정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는 상대 진영의 비판과 공격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게 문제일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는 뚝심이라고 하면 문재인보다는 윤석열을 떠올린다. 왜 그럴까? 문재인은 자신보다 센 권력의 비난과 심적 압박에 견뎌내는 맷집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는 뚝심에 대한 평가가 권력관계에 민감하다는 걸 시사한다. 박해를 이겨내는 맷집을 보여주지 못한 뚝심은 뚝심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이는 뚝심이 강한 사람이 자신의 권력이 커지는 지위 변동을 무시한 채 예전에 하던 대로 밀어붙이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검찰총장과 대통령은 둘 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존경을 누릴 수 있지만, 자기 위에 그 어떤 권력도 두지 않은 대통령에게 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에게 필요한 건 적절한 용인술에 기반한 경청이다. 대통령이 다뤄야 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분야는 검찰총장 업무의 수십, 수백 배가 될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확고한 소신과 뚝심을 갖는 건 위험하다.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때엔 다변과 다혈질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주제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 자신의 법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일상적 업무에서의 실수는 별문제 없이 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변과 다혈질은 오히려 박학다식하고 박력 있다는 칭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뤄야 하는 대부분의 문제에 전문성이 없다. 또한 어떤 결정이건 일사불란한 수직적 위계 구조로 인해 밑으로 내려갈수록 철칙으로 둔갑하는 증폭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검증·교정 기능이 사라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다변과 다혈질이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더욱 위험한 건 나의 저항은 아름답지만 너의 저항은 추하다고 보는 내로남불이다. 문 정권의 내로남불에 저항한 상징자본을 통해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자신에 대한 저항을 사실상 탄압하는 권위주의자 행세를 했으면서도 그게 왜 문제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지지했던 이유가 그런 내로남불에 의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과거 권력에 저항하던 시절의 ‘뚝심 맨’으로 착각했다.
이 세상을 늘 민감하게 사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때론 둔감은 축복이다. 특히 맷집을 키울 걸 강요받는 정치인에게 둔감은 꼭 필요한 자질일 수도 있다. 둔감력을 키우자고 역설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늘 자신의 모든 것이 언론을 통해 중계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 둔감함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처럼 평소 민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은 자신의 둔감이 뚝심과 맞물려 대통령직 수행엔 저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과 닮은 사람들만 찾는 유유상종의 유혹에서 벗어나 여론에 민감한 사람들을 곁에 많이 두는 게 뚝심과 둔감의 저주에서 탈출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그 민감한 사람들에겐 직언을 할 수 있는 둔감과 뚝심이 필요하니 이거 참 야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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