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은 끝나고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교토
하지만 이는 내 안배 안이었다
자고로 어촌마을은 인스머스랑 야남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법
이네후나야를 보러 가기 적당한 날씨였다
이번 여행은 작년과 달리 하루를 좀 느긋하게 시작하는 편인데
이날은 작년처럼 후다닥 일어나 아침거리와 함께 특급 기노사키에 올랐다
그도 그럴게 거리만 따지면 왕복 300km니...
후쿠치야마에 도착하니 맞이해주는 탄고릴레이
작년 릴레이카모메를 생각해보면
릴레이 붙은 건 특급이나 신칸센과 연동해 움직이는 열차들인건가?
드디어 입갤 아 마 노 하 시 다 테
참 볼 때마다 이름이 좆간지다
열차 시간과 비스무리하게 오는 버스
조심해라 나는 화장실 간다고 꾸물거리다가
카사마츠 공원입구까지 서서 버스 탔다
그리고 3시간 반을 달려서 기어코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시골성분을 가득 채워주는 풍경이다
캬
무카이 양조장
길을 걷다가 달콤한 사케 냄새가 나면 여기다
주로 적미를 사용하여 적초나 붉은 사케를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한때는 무료시음을 운영했던거 같은데
코로스19 이후로는 더 안 해주는거 같다
대신 적미 술지게미로 만든 모나카를 하나 샀다
먹고 나면 입에서 사케 향이 떠돈다
이네후나야는 비단 풍경만 느끼는게 아니라
바닷소리와 솔개의 울음 바다의 짠내
살짝 비 내리는 차분한 분위기 전체가 어울리는 그 하모니가
참 뭐랄까 존재하지 않는 바닷가 시골의 기억을 헤집는다
시치멘도 가는 높은 계단 위
은근 사진스팟인지 사람들이 대기타고 있다
시치멘도는 버려진 신사다
버려진 신사야 뭐 교토에서 특이할 것도 없지만
여기는 신사 앞에 거대한 충혼비도 같이 방치되어있다
태평양 전쟁의 상흔으로 추측될 뿐
무슨 비인지 어째서 버려진건지 알 길은 없었다
이네후나야 구경은 그쯤하고
점심을 먹으러 이네후나야를 빠져나왔다
풍경은 GOAT지만 먹거리는 JOAT다
갤에서 추천받아 온 건데
인테리어가 이렇게나 예쁠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에 응하듯 맛도 지렸다
고베에서 와규 안 먹었던게 살짝 후회될 정도
와규란 이렇게나 맛있다는 것을...
후추역 바로 앞에 있는 모토이세코노신사
모토이세라는 말에서 보이듯 이세신궁의 전신으로
이곳에서 수많은 황실 유물들이 발굴되었다한다
카사마츠 공원으로 올라가는 후추역
리프트와 케이블 둘 다 운영하지만 비 올 땐 케이블만 운영한다
올라가는 도중부터 아마노하시다테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도착하면 곧바로
아마노하시다테의 아름답게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으로는 잘 안 와닫겠지만
비구름이 살포니 내려 앉은게 마치 용과 같이 신비함을 더해준다
신사 옆에는 포토 스팟이 있는데
사람들이 죄다 가랑이 사이로 보는 그걸 하고 있다
그리고 카사마츠 공원 마스코트인지
아마노하시다테 마스코트인지는 모르겠는데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너무나도 익숙한 그림체에 놀랐다
갑자기 여기서 나오시면...
아마노하시다테를 바라보며 잠시 발을 쉬었다
여기가 설악산 지리산 같은 포지션인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말 많다
다 보고 도로 후추역으로 내려왔다
이제 도로 아마노하시다테 역으로 가야 교토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반대편에 있는 상태
이는 무엇을 뜻하냐
아마노하시다테가 닉값을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발과 다리를 염려하는 일붕이들은 얌전히 페리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자
가는 내내 아마노하시다테를 볼 수 있어서 관광적으로도 좋다
그리고 중간으로 갈수록
바닷바람 때문에 소나무들이 점점 마이클잭슨이 되어간다
아마노하시다테 신사
이게 보인다면 이제 거의 다 왔다는 뜻이다
카사마츠 공원 가기 전에 갔던 모토이세와 이곳
그리고 마나이 신사 이 세 곳을 가면 굉장히 길하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사실을 아마노하시다테 신사에 도달했을 때나 깨달았기에
대길 버프는 전혀 받지 못했다
시발
그리고 심지어 아마노하시다테 고슈인은 접근성 구린 먼 다른 신사에서 받으랜다
고슈인 운이 참 십창난 날이다
신기하게도 바다 한가운데인데 담수가 나온다는 우물
그리고 굉장히 어이없게도 호소카와 가라샤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데
뭐 여기서 나들이를 한건 맞지만
불과 1년 후 아버지가 혼노지의 변 때문에 남편에게 유폐당하고
세키가하라 전쟁 때 성이 함락되어 자식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자살했다는 역사를 생각하면
저렇게 러브러브한 그림을 그려두는 것은 좀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아마노하시다테의 명물이라는 치에노모찌(지혜의 떡)
지혜는 잘 모르겠고 앙금이 겉에 떡이 안에 있어서
앙금 맛이 진하게 달다
슬프게도 아마노하시다테도 5시가 넘어가니
식사사정이 이네후나야의 그것과 비슷해진다
이대로는 차라리 에키벤을 먹는게 나을 정도라
그냥 바로 특급 하시다테로 교토행을 결정했다
가는 길에 보인 의문의 성
후쿠치야마 성인가...?
이세탄에서 오므라이스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며 생각했다
아마노하시다테에 1박 잡는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교토-구레 당일치기 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교토-이네도 상당히 체력을 잡아먹는다
물론 풍경의 가치는 그 거리의 값을 해준다
하지만 장기여행에서 체력의 안배를 생각하면
길게 가는 일붕이들은 1박을 고려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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