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고보니 연극원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오폴드-로엡 사건이라는 실화 모티브가 있었음

레오폴드와 로엡은 그들이 평범한 인간들의 평범한 도덕을 초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동네 14살 짜린가 소년을 계획범죄 납치살인한 젊고 유복하고 아이큐 높은 명문대학생들이었고, 서로 동성애 관계였던 걸로. 아무튼 얘들도 똑똑했다고 자신했던 것 치고는 아주 멍청하게 잡힘.

이걸 염두하고 보니 영화 오프닝부터 전에 납득이 안 갔던게 납득가더라. 

그러니까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에 브랜든과 필립 두 주인공이 친구를 목 졸라 죽이잖아. 

근데 그 친구라 교살당하면서 비명을 지름. 교살당하면 켁켁거리지 저런 화려한 비명을 지르나, 의아했는데 다시 보니 일종의 교성을 은유했던 것 같음

즉 오프닝의 살인씬 자체가 살인을 일종의 섹스, 오르가즘에 빗대고 있음. 그래서 그 행위가 끝난 후 브랜든이 불 키려고 하니까 필립이 만류하는 거, 필립은 헉헉대며 방금 전 행위를 후회하는 듯 하고 브랜든은 만족하며 담배불을 붙이는 것 이 모든 게 둘 사이가 연인이고 둘이서 처음으로 금지된 섹스=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나타내는 것 같음. 그 후에도 이런 걸 암시하는 대사가 꽤 많음. 

그러고나서 또 알고보니 브랜든과 필립을 연기한 두 배우 역시도 게이였고, 히치콕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섭외한 거고 

심지어 필립을 연기한 배우는 역시 게이였던 각본가랑 영화 찍는동안 연애까지 하게 됨.

그리고 지미 스튜어트가 연기한 루퍼트 교수 역할도 원래는 게이 배우로 섭외하려 했다고 함. 최소 그 당시 게이설은 돌았던 캐리 그랜트나 몽고메리 클리프트 같은 배우로. 근데 걔들이 다 거절해서 지미 스튜어트가 맡게 된 것. 그리고 지미 스튜어트의 이미지에 따라서 역할 자체도 좀 보수적으로 바뀌었고. 

암튼 여기까지 염두하고 보니, 브랜든과 필립의 다소 어처구니 없던 살인동기도 납득되는 바가 있음. 자신들의 우월함과 특별함을 증명하려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좀 유치하고 치기어리잖아. 거기에 니체의 사상을 갖다붙인다 한들, 그것도 견강부회일 뿐더러. 좀 말이 안됨. 그런데 만약 그들이 동성애자라면, 그 시대적 한계 안에서는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았을 수 있고, 그래서 기존 질서에 대한 반감, 원한감정을 가졌을 수도 있음. 그렇다면 아마 거꾸로 그들이 심판하는 자가 되어서 일종의 복수 적어도 풍자를 저지르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 덧붙여 루퍼트 교수 캐릭터도 설명이 됨. 처음 봤을 땐 브랜든과 필립과 같은 생각이었던 루퍼트 교수가 나중에 일 터지니까 그들과 대척한다는 게 억지스러웠는데, 원래대로 루퍼트 교수도 게이였다면 그 역시 충분히 기존질서에 대한 반감과 원한감정을 가졌을 수 있음. 즉 브랜든과 필립과 같은 입장이었던 거고 다만 그는 직접 살인으로 복수하기보다 언변으로 현실을 비꼬고 풍자하는 차원에 더 가까웠던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