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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악존않에 대한 짦은 메모 + 아버지의 반말? 앱에서 작성

고미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3 15:44:52
조회 780 추천 31 댓글 10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가장 눈여겨 볼 특징은 시점의 불분명함입니다. 영화는 그 어떠한 인물에도 시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이는 특히 자동차로부터 촬영한 장면에서 문제시됩니다. 자동차에 탄 것은 분명 인물들인데, 어떤 숏도 탑승한 인물들의 시선과 포개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인칭시점처럼 보이는 데도요. 이야기의 초점 또한 아주 균질하게 배분되어, 누구라도 주인공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 같은 군상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릿해진 초점 아래에서 자연스래 부각되는 것은 공간입니다. 여러 군상들을 뒤로 한 채로 펼처지는 숲이라는 공간. 그러나 동시에, 그 어떤 말을 내뱉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강조되지도 않습니다. 은연중에 숲의 시점을 대변하는 숏들이 나오기는 하지만(와사비의 시점에서 찍힌 숏처럼), 숲은 그 모든 인물을 포개는 자신의 존재를, 긴 오프닝 롤 이후로 두드러지게 내보이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엔딩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미스테리한 영화의 엔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영화의 엔딩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슴과 사라지는 사슴. 그리고 갑자기 사원의 목을 조르는 아버지, 그리고 오프닝과 포개어지는 숲.

아마도, 아버지가 본 사슴은, 오랜 숲 생활로부터 비롯된 추론을 그대로 시각화한 장면일 것입니다. 그는 실제로 사슴의 시체만 보고서 그 사슴이 어떻게 죽었는지 쉽게 추측하곤 했으니까요.

다시말해, 그는 안개 속에서 자신의 딸아이가 쓰러진 것을 보자마자 총을 맞은 사슴, 그러니까 인간을 해하는 사슴이 아마도 자신의 딸을 해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 챈 것입니다.

쓰러진 딸을 목격한 찰나의 순간, 그의 마음에선 끔찍한 고통이 차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총에 맞은 불쌍한 사슴을 탓해야할지, 그 총을 하필이면 빗겨 쏜 사냥꾼을 탓해야할지, 혹은 내 옆에 있는, 딸의 하교시간에 겹처 찾아온 사원을 탓해야할지, 아니면 비록 그들 탓에 정신이 어수선해졌다곤 하더라도, 딸를 데리러 가는 것을 다시금 까먹어버린 자신을 탓해야 할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모두의 탓입니다. 영화 내내의 초점이 그러했듯, 아주 균질한 정도로 말이지요. 누구도 탓할 수 없기에, 그 누구라도 탓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도리없이 자신의 몸을 벅벅 긁는 아토피 환자가 떠오릅니다. 어제 먹은 기름진 음식탓인지, 어머니가 임신 기간에 무슨 잘못된 음식을 먹은건 아닌지, 그저 내 dna가 저주 받은 것인지. 그 모두를 탓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달아오른 몸을 피가 나올 지경으로 긁어댈 뿐인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그는 사원의 목을 조릅니다. 그 사람의 탓이라서가 아닙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따라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인 셈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움칫하고 차오르는 것. 악의 탄생이란 그러한 것이며, 그렇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헐떡이는 아버지의 목소리 위로, 다시금 숲이 포개어집니다. 숲은 언제나 가만히 그 상태로 존재했으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악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 왜 심부름꾼 아빠가 도쿄사람들을 향해 반말을 쓰는지가 의문이 들어서 일본에서 살다온 친구에게 물어보았는데요, 흥미로운 대답을 들었습니다. 친구는 그걸 반말이라고도, 무례하다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더군요. 오히려 제 말을 듣고 놀라면서,,, 되게 설명하기 어려워하던데, 표현에 따르자면, 상대를 향하는 "어투"가 아니었다고 하더라구요. 단지 도쿄사람들은 비즈니스적 상황에 걸맞는 어투를 썼고, 아빠는 그러지 않았고 일상대화의 맥락으로 말했을 뿐이라고. 조금 특이한 어투라고는 할 수 있는 정도? 굳이 번역하지면 하쇼, 하슈 정도로 할수도 있을텐데 그렇다고 사투리에 해당하지는 않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만약 회사 사원들에 비해 나이가 훨씬 어렸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반말을 사용했어도 자기는 이상하다고 생각 하지않았을거라고.... 무튼 번역자체는 반말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투로는 절대 하대했다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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