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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꼬마마법사 레미 17 3rd ~COME ON!~ 4-1모바일에서 작성

꼬마마법사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14 22:02:20
조회 942 추천 5 댓글 4
														

제4장


하나와 유메


연휴가 끝나니까 드디어 초여름다워졌어. 초록빛은 신선하고 바람도 기분 좋아. 밝은 햇살 속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면 상쾌하다기보다는 덥지만 말야. 여름도 거의 다 왔네.


치어리딩 동호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동호회에서 동아리로 승격될 수 있게 하나도 모모코도 후회 없는 활동을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어.


아이코는 현내 기록을 경신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코너링만 극복하면 일본 고교 신기록이나 일본 신기록도 사정권에 들어오나 봐. 매일 하는 연습에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부러운 건 간사이의 몇몇 대학에서도 추천 입학 제안이 들어온다는 거야.


나한테도 어디든 좋으니까 추천 입학 제안이 들어왔으면 좋겠어. 그렇게 남한테만 기대서는 안 되지. 나도 참……


하세베네 엄마의 재혼 얘기가 나왔을 때 이토코네 삼촌의 의견을 듣고 눈이 확 뜨이는 거 같았어. 초보 마녀로 돌아온 뒤 우리는 다양한 사건과 만남으로써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건 아직 안 돼 있었어.


이토코네 삼촌은 우리 엄마나 아빠보다도 젊어. 그렇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 외모도 사고도 독특하지만 난 이토코네 삼촌을 알게 돼서 잘됐다고 생각해. 다음에 슬쩍 이토코네 삼촌 가게에 가 보고 싶어. 물론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앗, 아니다. 20살이 된 다음에 가야겠지만 말이지.


나 자신도 나아가야 할 길이 겨우 정해져서 올해는 입시 공부와 축구부의 일본 우승에만 집중하고 싶어.


미소라고 축구부도 신입부원을 맞이하고 매니저도 한 명 늘고 바로 예선이 시작되고…… 응, 현재로선 순조롭게 이기고 있어. 매주 시합이 있어서 정신없이 바쁘지만 충실하게 하고 있어.


상쾌한 계절에 상쾌한 얘깃거리를 가져오고 싶지만 어떤 묘한 사건이 일어나 버렸어. 또냐고 하고 싶어졌지만 이번 사건은 마녀계에도 관련이 있는 일, 즉 하나가 엮인 일이라 우리도 제대로 협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걸' 발견한 건 나였어.


MAHO당 홈페이지에 디저트 레시피를 올리려고 인터넷을 켰다가 축구 뉴스가 보여서 잠깐 살펴봤어.


유럽 리그는 곧 있으면 마지막 시합을 맞이해. 어느 나라든 우승은 몇몇 구단으로 좁혀졌고 그와 동시에 J리그의 이적설도 슬슬.  내가 본 것도 그 정보였어.


이탈리아에 있는 명문 구단이 일본인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매니저인 카시와기 치나미와 동아리가 끝나고 그 얘기를 했던 참이었어. 둘이서 세리에 A에 일본인이 가입하는 건 오랜만이라 기대된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면서 말야. 그랬더니 이어진 관련 페이지에 뜻밖의 기사가 실려 있었어.


"하나, 얘들아, 좀 와 봐!"


MAHO당은 영업을 마치고 내일 일 준비를 하고 있어서 다들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난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


"뭔 일인데? 소리를 지르고?"


"진짜, 놀래키지 마"


아이코랑 모모코가 투덜거리면서 나한테 왔어. 내가 가리킨 컴퓨터 화면을 보고 하즈키가 하나에게


"어? 어…… 저기 하나, 이 사람"


"사쿠라 미라이 언니다~! 왜~? 무슨 일~?"


그래. 조그맣게 미라이 언니가 찍혀 있었어.


세리에 A의 한 명문 구단의 성적이 올해는 안 좋아서 이탈리아 구단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구단주가 바뀌게 됐어. 그 새로운 구단주가 최근 푹 빠져서 작업 거는 상대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유리 공방을 하고 있는 "MIRAI" 씨라고 쓰여 있었어. 일본인 유리 공예가라서 일본 사이트에도 올라와 있는 거지. 미라이 언니는 미인이기도 하니까. 화제로 삼고 싶어지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 구단에 일본인 J리거가 이적한다는 얘기가 없었다면 이탈리아 현지 뉴스로만 끝났을지도 몰라. 굳이 거기에는 미라이 언니를 소개하는 사진이 작게 실려 있었어. 아이코가 화면의 스크롤을 움직이더니


"우와, 공방이랑 로마에서 한 전시회 때 모습까지 세세하게 실렸는데?"


"일본인 여성이라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구나"


하즈키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어. 우연에 우연이 겹친 거지. 요즘 미라이 언니는 예술가로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을지도 몰라.


하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기사를 읽고 마조리카를 봤어. 마조리카도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었어.


"사쿠라 미라이가 혼자였다면 잘 넘길 수 있었겠다만"


"그러게요. 지금은 유메가 같이 있으니까요"


라라도 똑같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이 됐어. 비행기로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이탈리아의 뉴스가 일본 고등학생한테도 알려진다니 뭔가 무서워.


"미라이 언니한테 빠졌네 카는 건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조크일지도 모른다"


아이코가 말하니까


"그 기사가 진짜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냐"


"맞아, 모모코. 한번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없애는 게 일단 힘들다고 생각해. 그리고 사진은 지울 수 있어도 본 사람의 기억까지 지워 없애는 건 더 어려워"


자신의 경험과 하나가 파리에 왔었을 때가 떠올랐는지 하즈키는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봤어. 난 마조리카를 보고


"저기, 마조리카. 이 기사가 구단주의 단순한 조크로 끝난다면 금방 사라질 화제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 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내 말을 듣고 마조리카는 끄덕였어.


"온푸의 중국인 친구한테 매스컴이 취재 공세를 편 적도 있었지"


그래. 그런 일도 있었어. 그땐 모리가 야무졌고 외국인이라는 것과 미라이 언니랑은 달리 정말로 고등학생이어서 금세 해결됐지만.


"온푸한테도 말해 주는 게 좋겠지?"


모모코의 말을 들은 마조리카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어.


"아직 아무 일도 안 생겼다. 온푸는 일하는 걸로도 바쁠 테니 다음 주 월요일에 왔을 때 해도 괜찮을 게다"


"안 돼. 온푸라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 줄지도 몰라. 우린 모두 하나의 엄마니까. 미라이 언니뿐만 아니라 유메도 걱정 돼. 그리고 월요일까지 그 사이에 뭔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할 거야!"


그렇게 내가 단호하게 말했어.


온푸는 하나를 위해 초보 마녀가 됐어. 마녀계가 휘말릴 소동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면 함께 생각해 보고 싶어.


다른 애들도 같은 생각이라 마조리카한테 다가가니까


"자 자, 아직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일단 여왕님께 전달하고 유럽에 있는 마녀들한테도 협조를 구하는 걸로 하자. 온푸한테도 물론 기사 얘기를 해 주고. 그럼 된 거지? 마조리카"


중재하듯이 라라가 말하니까 마조리카도 우리 마음을 시험해 본 건지


"그렇지. 온푸도 초보 마녀지. 도레미, 연락 좀 부탁하마. 너희도 지금은 평소처럼 해도 되지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협력 좀 해 주거라"


우린 크게 끄덕였어.


그날 밤, 난 온푸한테 핸드폰으로 기사 얘기를 해줬어.


사쿠라 미라이 언니의 뉴스를 발견하고 나서 보름 정도 지났어. 미라이 언니가 베네치아 공방에서 종적을 감췄다는 기사가 실렸지만 매스컴의 집요함은 수그러들지 않은 모양이야. 미라이 언니가 여왕님께 얘기한 것 같다고 마조리카가 말했지만 그 이후의 정보는 없어서 우린 더 이상 알 수 없었어.


MAHO당 영업이 끝난 뒤나 집에서도 매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미라이 언니라는 미스터리한 여성에 대한 화제는 여전히 뜨거웠어.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안녕"


MAHO당 뒷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더니 사쿠라 미라이 언니가 쓱 들어왔어.


"미라이 언니!"


바로 앞에 있던 난, 무심코 큰 소리로 말했어.


내 목소리에 다들 뒷문 쪽을 주목했어. 확실히 미라이 언니였어.


"오래간만이에요…… 설마 여러분과 이렇게나 빨리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요"


미라이 언니는 마조리카한테 고개를 숙였어. 안경을 끼고 정장을 입고 있어서 여직원처럼 보였어. 좀 지친 것 같아. 하긴 그럴 거야.


"일본에 무슨 일로?"


내가 물어봄과 동시에 하나가 나서서 물었어.


"유메는? 유메는 어딨어?"


바로 이어서 아이코도


"종적을 감추셨다 캐가, 걱정했던 참이니더"


그러자 온푸, 하즈키도 연달아서


"매스컴은 아직도 끈질기게 굴고 있나 보네요"


"힘드신가 봐요. 유메는 별일 없나요?"


미라이 언니가 당황스러워하니까 모모코가 말했어.


"얘들아, 질문만 퍼붓지 말고 일단 이쪽으로 들어오게 해드리자"


"그래. 일단 설명 좀 들어보자"


마조리카가 미라이 언니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어. 라라가 난로 쪽으로 가면서


"그래. 홍차를 준비할게. 유메는 같이 있는 거야?"


"일본에는 같이 왔어. 지금은 호텔에서 쉬고 있어. 사실 여러분께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미라이 언니는 우리가 의자를 권하자 앉았어. 모두가 홍차를 받으니까 다들 자연스럽게 미라이 언니를 주목했어.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같이 있었지만 우리가 연속해서 질문을 쏟아낸다면 시간만 걸릴 거라서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나도 조용히 듣기로 했어.


미라이 언니의 얘길 듣기 전에 언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줄게. 미라이 언니는 사실 마녀계 여왕님의 여동생이야. 하나와 유메의 관계랑 같은 거지. 미라이 언니는 인간계에서 마법을 쓰지 않고 살아가길 희망해서 여러 나라의 유리 공방에서 수련했고 최근까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리 공방을 근거로 삼았었어.


우린 하나의 생각을 존중해서 유메를 찾았어. 미라이 언니가 맡게 됐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단서가 적어서 찾아낼 수는 없었어. 오키나와에도 가 봤지만 마침 거처를 옮긴 뒤였지.


그 뒤, 덴마크에서 미라이 언니의 유리 공예 전시회를 한다는 걸 알고 다 같이 코펜하겐에 가서야 미라이 언니와 만날 수 있었어.


하나는 유메한테 자기가 언니라는 것과 마녀계의 여왕이 될 입장에 있다는 걸 말해줄 생각이었는데 유메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였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미라이 언니가 같이 지내는 걸로 결론이 났어.


평범하게 살던 여자애가 갑자기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패닉에 빠질 거야. 유메는 하나와 마찬가지로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유메는 마녀계에 대한 걸 미라이 언니한테서 어디까지 들었는지 우린 알 수 없었어.


인간 세상에서 쭉 살 거라면 마법의 힘은 필요 없을 거고 미라이 언니처럼 제어하는 걸 배워야 해.



미라이 언니한테 맡기기로 우린 결정했어. 모녀처럼 오손도손 잘 지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무너뜨려 버린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 같았어. 그래서 하나가 언니라고 밝히는 건 유메가 12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는 걸로 했어.


미라이 언니는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어.


"……내가 자신의 정체를 모르고 인간계에서 살고 있던 시절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여유 있는 세상이었어. 자신이 마녀라는 걸 안 뒤에도 마법 같은 건 필요 없었어. 좋아하는 유리 작품 만들기에 계속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그 시절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 미라이 언니는 마법을 쓸 수 있지만 쓰지 않는 마녀야. 평범한 인간과 똑같이 살고 있는 마녀가 평범한 사람과 다른 것, 그것은 너무나 너무나 오래 산다는 거야. 언제까지나 나이를 먹지 않는 미라이 언니가 좋아하는 상대와 평생을 함께 살 수는 없어. 한 지역에 계속 있을 수도 없어. 마녀라는 걸 밝힐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여러 지역을 전전하면서 살아온 거야.


세리에 A의 구단주와의 화제도 금방 수그러들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미라이 언니의 사진이 인터넷에 떴을 때 최근까지 오키나와 유리 공방에 있었던 일본인이라는 게 알려져 버렸고 다른 나라에서도 아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어. 우리조차도 금방 정보를 볼 수 있었을 정도니까.


이후에 수십 년도 더 된 사진이라도 드러난다면 꼼짝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미라이 언니는 유메와 함께 이탈리아를 떠났어.


"일단 파리에서 골동품 가게를 하는 마조콜레트가 자리를 마련해 줘서 오랜만에 파리에서 만났어. 그때 여왕님한테서 너희들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


미라이 언니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어.


"10년 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을 만큼 사회가 변해 버린 거지. 세심하게 주의했을 텐데 이렇게 돼 버렸으니……"


미라이 언니는 고개를 떨구고 말했어.


미라이 언니 잘못이 아니라 인터넷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게, 잘못된 것도 올바른 것도 전부 뒤섞여서 전파돼 버려. 한번 인터넷의 파도를 타 버린 건 없애기가 어려워.


그 대신 순식간에 다음 화제에 쫓아가 버리니까 현재는 금세 과거가 돼 버리지. 정말 무서워.


발단이 된 이탈리아 명문 구단의 구단주는 원래부터 스캔들이 많은 사람이었어. 예쁜 여성을 보면 바로 작업을 건다고 했어. 이탈리아 사람은 그런 면이 좀 있다는 표정으로 하즈키와 온푸가 같이 끄덕였어. 설마 경험해 본 걸까?


"유메를 파리에 두고 나 혼자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베네치아 공방을 정리하고 왔어. 그리고 매스컴을 피하기 위해 우린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늘 일본에 도착했어. 유메는 피곤했었나 봐. 저녁에 호텔에 도착해서 밥을 먹으니까 바로 잠이 들어버렸어"


유메 얘기를 할 때 미라이 언니는 표정이 부드러워졌어. 그리고 미라이 언니는 고개를 숙이고


"부탁드려요. 당분간 유메를 맡아 주시면 안 될까요?"


설마했던 전개에 우린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깜짝 놀라서 서로 쳐다봤어. 마조리카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건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끄덕였어.


"그래서 자넨 어쩔 셈인가?"


"새로운 지역에서 유리와는 무관한 일을 하면서 지내려고요"


나도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미라이 언니는 유리공예 장인으로서 너무 유명해졌으니까. 어디서 지내든 매스컴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동안에는 단서는 가능하면 없애는 게 당연히 좋지.


"유메를 위해서도 평온하게 오래 지낼 만한 장소를 신중하게 찾아야죠. 그러기 위해 1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미라이 언니의 설명도 맞는 말이었어. 무엇보다 유메를 MAHO당에 맡기라는 건 여왕님의 조언이었다고 하고 미라이 언니도 유메랑 같이 있으면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아.


"유메는 마법을 안 쓰지?"


마조리카가 근엄한 목소리로 확인하니까


"마법을 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제 앞에서 쓴 적은 없어요"


그러고 미라이 언니는 유메가 베네치아에서 살기 시작했을 무렵의 에피소드를 얘기해줬어.


유메를 길러 준 엄마인 마조르부르가 아파서 미라이 언니가 대신하게 됐을 때 유메는 두 살이 되기 조금 전이었어. 마조르부르도 파리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나 봐. 그걸 보고 자란 유메는 마법의 힘을 가졌으면서도 쓴 적은 없었다는 거야.


하지만 아기 때는 하나랑 같아서 무의식 중에 공중에 떠오르거나 젖병을 움직이는 것 정도는 했었나 봐.


미라이 언니랑 같이 살게 되고 나서도 유메는 세 살 정도까지는 한 번도 마법을 쓴 적은 없었대.


"근데 딱 한 번 무의식 중에 내 눈앞에서 마법을 쓴 적이 있었어. 나랑 공원에 산책하러 갔을 때 유메는 강아지랑 친해져서 즐겁게 놀고 있었어. 근데 그 강아지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서 차에 치일 뻔하게 된 거야. 유메는 순간적으로 마법으로 강아지를 멈추고 구해줬어. 유메는 자기가 마법을 써서 구해 준 건지 강아지가 그냥 혼자서 멈췄을 뿐인 건지도 모르고 가만히 서 있었어. 그때 난 강아지가 영리하다고 칭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유메가 마녀라는 걸 말하신 거예요?"


마조리카가 물었어.*


"역시 거기까진 안 말했어요. 유메한테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가르쳐줬어요. 하지만 그걸 쓰면 주변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보고 괴롭힘 당할지도 모른다고 주의를 줬고 유메도 안 쓰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럼 유메는 그 이후로 마법은 안 썼나요?"


라라가 물었어.


"아마도…… 근처에서 마법을 쓰거나 마력을 가진 자가 접근하면 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내가 미라이 언니랑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초보마녀라는 걸 간파당했지.


"근데 그때……"


하고 하나가 뭔가를 떠올리고 말하려고 했어.


옆에 있던 내가 팔꿈치로 하나의 옆구리를 쿡 찔렀어. 하나가 베네치아에서 유메를 만났을 때 얘기를 하려고 그랬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도, 도레미, 뭐 하는 거야?!"


내가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이니까 하나는 철렁해서


"그, 그때라는 게 하나도 어릴 때 걸핏하면 마법을 쓰려고 해서 도레미랑 친구들한테 혼났었지…… 문득 그 생각이 나서"


하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변명했어. 누가 봐도 거짓말이라는 걸 알겠어, 하나. 난 미라이 언니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 미라이 언니가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면 도저히 거짓말은 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했어.


미라이 언니의 베네치아 유리 공방 근처 공원에서 짓궂은 애들이 집요하게 놀렸을 때 유메는 마법을 쓰려고 했었어. 강아지로 변신했던 나와 하나가 그 애들을 쫓아내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유메는 마법을 썼을 거야.


그 얘기를 다 하고 나랑 하나는 12살 생일 때까지 유메와 만나지 않겠다는 미라이 언니와의 약속을 어긴 걸 사과했어.


"저희, 강아지였었고 유메한테 절대로 안 들켰을 거예요. 그치? 하나?"


하나는 끄덕이더니


"죄송해요"


하고 미라이 언니한테 깊숙이 고개를 숙였어.


미라이 언니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저희도 둘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알면서도 말 안 해서 죄송해요"


"저희도 공범이에요"


"쏘리. 죄송해요"


하즈키와 친구들도 같이 사과했어.


마침내 미라이 언니가 조용히 입을 열었어.


"솔직하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 내 눈이 미치지 않은 곳에서 유메가 마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다행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말하다가 미라이 언니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어.


우린 조마조마하면서 미라이 언니의 다음 말을 기다렸어.


"유메는 하나와 도레미가 강아지로 변신한 건 알아채지 못했어. 내가 코펜하겐에서 돌아왔을 때 자기를 지켜 준 강아지 얘기만 나한테 했으니까요"


나와 하나는 서로 마주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


미라이 언니는 홍차를 다 마시고 일어섰어.


"여러분과 마조리카가 있다면 안심하고 유메를 맡길 수 있어요. 부디 여러분께서는 절대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유메도 마법을 쓰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하나, 자매라는 사실은 말하지 마세요. 이 세 가지만은 꼭 지켜 주세요. 부탁할게요"


우리는 끄덕였어.


"내가 책임 지고 감시할 테니 걱정 말도록"


마조리카의 말에 미라이 언니는 끄덕이더니 모레 유메를 데려오겠다고 하고 돌아갔어.


다음 날 우린 MAHO당을 긴급 휴업으로 하고 그날 하루 엄청 서둘러서 방을 준비했어. 그리고 도도와 요정들은 유메와 같이 있을 동안에는 고양이로 변신해서 있기로 했어.


물론 라라도 똑같이 고양이가 되지만 라라는 역시 미묘(美猫)라는 느낌에 행동도 위화감이 없는데 도도는 자기가 고양인 걸 깜빡하면 어색해져 버렸어. 특훈이 필요했던 거야.


"난감할 때는 자 버리는 게 나아. 고양이는 자고 있는 시간이 많아"


라라의 말을 듣고 좀 안심한 것 같은데 도도는 계속 잘 거 같아. 인형인 척하고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게 어떠냐고 하즈키가 얘기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어려울 거 같아.


그리고 그다음 날 저녁 미라이 언니는 유메를 데리고 MAHO당으로 왔어.


머리는 베네치아에서 만났을 때보다 좀 자랐지만 귀여움은 여전했어.


"미라이……?"


유메는 미라이 언니 뒤로 숨으려고 하면서 불안한 듯 미라이 언니를 쳐다봤어.


그럴 거야. 도합 여섯 명의 여고생과 할머니와 대량의 고양이가 다 같이 두 사람을 주목하고 있으니까.


"유메, 이분이 마키하타야마 리카 씨. 이 집의 주인이셔"


미라이 언니의 말을 듣고 유메는 마조리카한테 꾸벅 고개를 숙였어. 귀여워♥


"그리고 이쪽이 리카 씨의 손녀 마키하타야마 하나. 그리고 가게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하나의 친구들이야. 인사하렴"


미라이 언니가 유메를 자기 앞으로 오라고 하니까 유메는 쭈뼛쭈뼛 나와서


"사쿠라 유메……예요. 잘…… 부탁드려요"


일본어는 별로 능숙하지 않구나. 그래 그래, 귀여워~.


하나를 마조리카의 손녀라고 하기로 했어. 문제없는 설정일 거야. 우리가 차례로 자기소개를 하니까 유메는 한 명 한 명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숙였어.


"짧은 기간이지만 친하게 지내자, 유메"


하나가 유메를 집 안으로 이끌었어. 미라이 언니는 웃으면서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유메, 다들 엄청 착한 사람들이야. 나도 최대한 빨리 데리러 올 테니까 말 잘 들어야 돼"


미라이 언니는 유메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낮춘 뒤 두 손을 꼭 잡고 말했어. 유메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똑 떨어졌지만 바로 닦고는


"응. 괜찮아. 미라이, 빨리 유메 데리러 와야 돼"


일본어로 더듬더듬 말하면서 생긋 웃었어. 미라이 언니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지만 큰 소리로 울진 않았어. 정말 대견하지? 우리도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어.


그날은 MAHO당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유메에게 집 안과 가게 안을 안내하고 우리가 가져온 어릴 때 입었던 옷 같은 걸 유메한테 입혀 보고 했더니 많이 늦어져 버렸어.


유메는 목욕을 한 뒤 피곤했는지 푹 잠들어 버렸어. 우린 자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돼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 첫날은 순식간에 지나가서 둘째날 밤이 되어서야 마조리카의 표정이 떨떠름하다는 걸 알았어.


유메를 맡으면서 우리는 절대로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미라이 언니한테 맹세했어. 평소부터 마법을 쓰지 않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MAHO당 측에는 큰 문제가 있었던 거야.


"유메가 있을 동안 도도랑 요정들은 고양이로 변신하면 되지만 그러면 모모코랑 너희가 없는 시간에는 디저트를 못 만들게 되지"


마조리카의 말을 들으니 우린 그제서야 깨달았어.


주요 디저트는 모모코가 중심이 돼서 만들고 있어. 기본적인 디저트는 부쩍 실력이 향상된 하나나 우리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낮에는 학교에 가야 되고 방과후에도 나랑 아이코는 동아리가, 하즈키는 레슨이, 온푸는 일과 레슨이 있어. 올봄부터 하나와 모모코한테는 치어리딩 동호회의 활동이 추가됐어.


우리가 없을 때는 컵케이크의 데코레이션에 구운 과자나 캔디 만들기, 낱개 포장 같은 자잘한 일은 도도와 요정들이 중심이 돼서 하고 있었어. 고양이 상태로는 할 수 없는 게 음식을 취급하는 가게 주방에 실제론 아니지만 고양이가 있다는 것도 좋지는 않잖아. 그뿐 아니라


"구운 과자나 캔디류도 인기 있는 디저트야. 단기간이라고 해서 없앨 수도 없어. 우리 매상에도 영향이 오는 만큼 소홀히 할 순 없지. 난감하구나"


1개월 동안 영업을 쉴 수도 없는데 우리도 깜빡한 거야.


"유메는 그림 그리거나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디저트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우리도 평일에는 못 가르쳐 주지"


하즈키도 난감하다는 표정이었어. 하나는 이럴 때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었겠지만 여왕님께도 약속한 거니까 절대로 어길 수 없어.


"맞다!"


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마치 초등학생처럼 큰 소리로 말했어.


"세키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유메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건 어떨까?"


굿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 모모코는 갸웃하면서


"그렇게 간단하게 될까?"


"근데 말씀드려 볼 가치는 있겠어. 유메한테도 또래 애들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즐거울 테니까"


하즈키가 말하니까 아이코도 찬성했어.


"유메는 지금까지 학교는 안 갔다고 했었제. 괜찮지 않겠나?"


"우린 유메랑 놀아주거나 공부나 일본어를 가르쳐 줄 수는 있어.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친구는 못 될지도 모르지"


온푸 말대로 유메는 항상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의젓한 면이 있지만 아직은 어린이지.


"그럼 나는 일본어를 가르쳐 줄게. 아침에는 학교에 바래다주고!"


하나도 "하나"가 아니라 "나"라고 했어. 언니 티를 내고 있어. 유메가 자기 동생이라는 것도 하나는 밝힐 수 없어. 하지만 동생처럼 예뻐해 줄 수는 있지. 난 마조리카한테


"마조리카, 내일 세키 선생님한테 연락해 볼게. 마조리카도 잘 설명해 줘"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마조리카를 보고 말했어.


"학교 측에서 받아줄지는 모르겠다만 얘기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구나"


마조리카도 마음이 내켰나 봐. 세키 선생님이 잘 챙겨 주시는 좋은 선생님이라는 건 마조리카도 알고 있으니까.


세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마조리카도 유메에 관한 여러 가지 서류에 사인해서 이야기는 마무리됐어. 유메는 단기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미소라제일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어. 그 서류에 관해서는 살짝 사실과 다른 점도 있지만 말야.


"유메, 일본 초등학교는 말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있어. 친구들도 분명 많이 생길 거야"


하나와 우리가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며 유메한테 설명하니까  


"유메, 가 보고 싶어"


하며 눈을 반짝였어.


불과 3일 만에 우리도 도도와 요정들이 MAHO당의 필수불가결한 전력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참이라 유메가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해 줘서 정말로 다행이었어.


"짧은 기간이지만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게 선생님들도 도와줄게"


교과서를 전해 주신 세키 선생님이 든든한 말씀을 해 주셨어.


자세히 파고들지 않고 받아들여 준 학교와 세키 선생님께 엄청 감사할 따름이야.


정말로 짧은 기간이라 유메가 오히려 안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또래 학생들과 같이 지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세키 선생님은 하나와 함께 공책과 교과서를 준비하는 유메를 보시고


"역시 친척답게 마키하타야마랑 유메는 정말 닮았구나. 그건 그렇고, 점잖고 의젓한 아이구나. 하루카제가 초등학생일 때랑은 하늘과 땅 차이야"


"에~, 그거 좀 실례 아닌가요?"


나의 항의를 무시하시고


"일본어도 인토네이션은 미묘하지만 할 줄은 아는 것 같은데 문제는 한자지. 뭐 2학년이니까 그렇게 어려운 한자는 안 쓴다만"


하즈키가


"괴롭힘 안 당할까?"


유메를 슬쩍 보고 말했어. 우리가 보기에 즐겁게 준비하는 유메가 상처 받을까봐 걱정된 거야.


아이코가


"이탈리아에서 살았을 정도다. 분명 근성이 있는기라"


태평하게 말하니까 온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어.


"아이코, 그 말 근거가 뭐야?"


"그냥 그래 보이"


정말, 아이코도 참. 그렇게 마무리해도 됩니까?


세키 선생님은


"뭐 일본인에 비해 자기 주장이 강한 외국인들 속에서 지냈구나. 보기보다 근성은 있을 거야. 유메를 맞는 동급생들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거야. 학생들의 반응도 기대 돼"


웃으면서 말씀하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셨어. 역시 듬직하셔.


다음 날, 하나는 일찍 일어나서 유메를 학교에 바래다줬대. 사실은 동갑인데 보호자 같아. 우리가 하나를 맡았던 초등학생 때가 생각나.


"유메, 씩씩해 보이네. 안심했어"


학교가 끝나고 바로 MAHO당으로 온 하즈키가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어. 물론 다들 두근두근하면서 MAHO당으로 달려온 건 말할 필요도 없지. 하나는 수업 중에도 엄청 걱정됐었다고 했어.


그게 MAHO당에 도착하자마자


"유메~, 학교 어땠어? 반 친구들이랑 친해졌어? 세키 선생님은 친절하셨어? 괴롭히는 애는 없었어?"


유메한테 질문을 퍼부었어.


"……괜찮았어"


유메는 하나의 박력에 당황하면서도 생긋 웃으면서 대답했어. 유메가 걱정하게 만들면 어떡하냐고.


"일본어는 어땠노? 수업 잘 알아듣겠드나?"


아이코가 물으니까 유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자가 좀 어려웠어"


"아, 확실히 한자는 읽는 법도 여러 가지고 히라가나도 섞이면 복잡하잖아. 그리고 직선이 많아서 독특하지"


모모코는 자기도 경험했는지 어깨를 으쓱했어. 확실히 알파벳에는 직선이 별로 없는 거 같기도. 쭉 일본인으로 살아서 못 느꼈었어. 유메는 쭈뼛쭈뼛하면서


"근데, 별로, 얘기는, 안 했어"


"그건 아직 첫날이라 그래. 일본 사람은 수줍음을 많이 타니까"


내가 그렇게 대답하니까 하즈키가


"우리가 워낙 말을 많이 하니까 반 친구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후후후. 유메, 애들도 차츰 익숙해질 거야"


유메에게 웃으면서 말했어. 유메는 미소로 화답해 줬지만 뒤에 있던 마조리카가 째려봐서 하즈키는 나랑 가게로 아이코와 모모코는 디저트를 만들러 하나는 유메를 방으로 데리고 갔어.


고양이로 변신한 도도와 요정들도 하나와 유메를 따라갔어. 유메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나 봐. 당연한 일이지만 큰 문제 없이 첫 등교가 끝나서 안심했어.


유메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지 일주일이 지났어.


유메가 없는 시간에 도도와 요정들이 풀가동으로 디저트 만들기에 힘쓰고 우리도 최대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로 했어. MAHO당의 디저트가 다 품절돼 있으면 모처럼 와 주신 손님한테 죄송하니까. 다들 힘들지만 유메는 귀엽고 하나가 언니티 내는 걸 보는 것도 흐뭇해. 짧은 기간이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만 유메는 그 이후에도 반 친구들이랑 친해지지 못했나 봐. 세키 선생님도 말을 걸어주시니까 완전 고립된 건 아닌 것 같지만.


"역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제"


아이코가 그렇게 유메한테 일본어로 말을 걸거나 가르쳐 주면서 일본어를 못 한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해줬어. 아이코의 일본 말은 오사카 사투리지만.


그리고 유메는 오키나와에 한동안 있었기도 하고 미라이 언니한테서 배웠기 때문에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건 아니야. 단지 성격이 내성적이라 그런지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건 잘 못하나 봐.


"언어 실력을 올리는 요령은 말야, 쑥스러워하지 말고 말을 많이 거는 거야"


모모코가 윙크하면서 말했어.


하즈키는 유메의 마음을 이해해서


"몸짓이나 손짓을 섞어서 얘기하면 꽤 잘 전해져. 그리고 있잖아, 내가 그림책을 가져왔어"


이사할 때도 챙겨 뒀던 어린 시절 읽던 그림책을 잔뜩 가져왔어.


"예쁘다……"


유메는 테이블에 펼쳐진 그림책을 보고 눈을 반짝거렸어. 일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거야.


"그래. 유메는 그림을 잘 그렸지?"


나는 집에 돌아가서 최근엔 거의 안 쓰는 색연필과 크레용을 가져와서 유메한테 줬어.


"좀 낡았지만 이거 써. 이걸로 좋아하는 그림 마음껏 그려"


"고마워!"


열심히 그림책을 읽고 있던 유메는 하나한테서 스케치북을 받자 바로 내가 가져온 크레용 통을 열었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린 디저트 만들기를 시작했어.


MAHO당 2층에서 같이 사는 하나가 유메한테 열심히 가르쳐 주기도 해서 유메의 일본어는 모모코와 비슷한 정도로 유창해졌어.


그래서 그런지 유메는 하나를 되게 좋아했고 우린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는데 보름 정도 뒤면 이별이 찾아와. 이별할 때 하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면 불안해 죽겠어. 우리도 하나를 기르던 시절이 떠올랐어. 하나와 헤어지게 됐을 땐 알면서도 섭섭했지.


하지만 하나와 우리 때와는 다르게 유메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건 아니니까. 하나라면 한방에 만나러 갈 수도 있을 거야. 무사히 하나가 미라이 언니와의 약속을 지킨다면 앞으로 몇 번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 그리고 하나랑 유메는 쌍둥이 같은 관계니까 어딘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싶어.


우린 평소와 같은 일과로 돌아가서 매일을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로 보냈어. 회의가 있는 월요일, 일찌감치 MAHO당으로 가니까 유메가 안 보였어.


"오늘은 친구들이랑 공원에서 놀고 온다며 나갔어"


홀케이크의 데코레이션을 하면서 모모코가 말했어.


"근처에 있는, 그 공원?"


"예스! 게다가 친구들이 데리러 와서 같이 나갔어. 나 기뻐서 하트 마들렌을 애들한테 줬어"


모모코가 기뻐하며 말했어. 하나는 혼자 가게에 있다고 해서 나도 가 보니까 안절부절못하면서 진열장을 닦고 있었어.


하나는


"도레미, 유메 아직 멀었을까?"


밖은 아직 환한데 유메를 너무 걱정해서 진정을 못 했어.


"진짜, 하나도 참 과잉보호야"


난 한숨을 쉬었어. 저녁이라고는 하지만 밖은 아직도 환하고 목적지는 MAHO당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공원이란 걸 알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데리러 왔다잖아. 기뻐할 일이라고 내가 말했지만.


"나도 알아. 그치만 그치만 걱정된단 말야!"


유메는 상대도 안 될 만큼 우리한테 걱정 끼쳤던 건 하나 자신 아니었나? 손님이 왔는데 접객하는 태도까지 어색한 하나를 내가 주방으로 보내고 하즈키나 아이코가 올 때까지 혼자서 응대하기로 했어.


유메는 온푸가 MAHO당에 도착한 것과 비슷한 시간에 돌아왔어. 생각보다 늦어서 하나의 걱정이 최대치였지만 즐거웠다고 하니까 "너무 늦지는 않도록 해"라고 했어. 이건 뭐 완전히 보호자야.


가게는 디저트가 다 팔려서 영업을 종료하고 유메의 식사에 어울려서 우리도 간단히 식사에 함께하게 됐어. 나도 우리 가족이 걱정하지 않도록 연락을 했어.


"유메, 왜 그래? 피곤해?"


평소보다 잘 못 먹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유메한테 하즈키가 물으니까


"아니…… 쪼끔"


고개를 들고 생긋 웃더니 유메는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어. 식사 뒷정리는 우리가 하기로 하고 난 하나한테 유메를 맡겼어. 유메는 식사 후에는 바로 목욕을 하니까 그동안 우리는 남아 있는 내일 일 준비를 마무리하는 게 일과야. 우리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간 뒤에는 하나가 유메의 숙제나 다음 날 학교 갈 준비를 도와준대. 언니스러움이 무르익은 거지.


유메는 목욕하는 기척이 나는데 하나가 평소처럼 주방으로 안 돌아와서 나는 상황을 보러 갔어.


"무슨 일이야? 하나"


하나가 욕실 앞에 가만히 서서 울먹이니까 내가 깜짝 놀라서 말을 걸었어. 그랬더니 하나는 "쉿!"하고 검지를 입술에 댔어.


"있잖아, 오늘 같이 놀았던 친구들 엄마가 저녁이 돼서 하나둘 마중 나왔대"


"아……"


그래서 유메가 살짝 쓸쓸해 보였구나. 향수병일까. 이상할 것도 없지. 우리 앞에서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평범한 척했구나.


"그래서 목욕탕에서 유메가 울고 있어……"


"하나"


울먹이는 하나의 어깨를 내가 살포시 안아줬어.


"미라이……라고 했어. 하나는 이해해. 내가 있는데, 언니인데, 말하면 안 되겠지……?"


"그래. 그리고 하나까지 울면 안 돼. 유메도 노력하고 있잖아"


나한테는 유메의 쓸쓸한 마음도 하나가 진실을 전할 수 없어서 울고 싶은 마음도 이해됐어. 그저 어깨를 감싸고 등을 토닥여 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어.


"유메가 목욕탕에서 나왔어. 하나, 뚝 그쳐"


"……응. 알았어, 도레미"


하나는 눈물을 닦고 코를 삼키고 나를 보고 웃었어.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는데 세면대에서 유메가 잠옷으로 갈아입나 봐. 난 하나가 울음을 그친 걸 확인하고 슬며시 1층으로 내려갔어. 주방에서는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어서 내가 설명했어.


아이코는


“향수병이고마. 딱 그럴 시길지도 모르겠네. 내도 경험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빠와 둘이 살게 됐던 때 얘기를 해줬어.


유메와 마찬가지로 아빠한테 들키지 않게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목욕탕에서 소리 죽여 울었었대.


얘기를 마치고 아이코는 시무룩한 나의 어깨를 토닥여줬어.


하즈키도 슬픈 표정으로 말했어.


“역시 불안할 거야”


이다음에 유메와 미라이 언니가 어디서 살게 될지 난 몰라. 당분간 베네치아에는 못 돌아간다는 건 확실하고. 한동안 유리 만들기도 못 할 테니. 사쿠라 미라이라는 이름도 못 쓰려나.


한참 있으니 하나가 계단으로 내려왔어.


“유메는?”


“피곤했나? 바로 잠들었어”


내가 물으니 하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 유메는 침대에 눕더니 하나한테서 등을 휙 돌려 버렸대. 그러다가 잠잘 때 숨소리가 들려서 슬쩍 침대를 벗어나 돌아온 거야.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온푸가 목소리를 낮추고 하나한테 물어봤어.


“유메의 마법은 어느 정도로 쓸 수 있는 걸까?”


“모르겠는데…… 아마 하나랑 비슷한 정도……?”


자신 없는 목소리로 하나가 대답했어. 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어도 똑같은 마녀에다가 자매니까 곁에 있다는 걸 아나 봐.


“그렇다는 건 엄청난 파워라는 얘기지?”


“얘, 2층에서 자는 유메가 깨면 어떡해?”


모모코의 목소리에 하즈키가 검지를 입에 대고 2층을 봤어.


“지금은 도도랑 요정들이 유메랑 침대에 같이 있으니까 괜찮다”


아이코가 OK 사인을 보냈어. 근데 도도는 유메가 깨도 못 알아채고 잘 거 같아. 레레랑 다른 요정들이 우수해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난 하나보다도 도도가 더 걱정 될 때가 있어. 폿프한테도 들켰을 정도니까.


하즈키는 유메의 스케치북을 훑어보더니


“일본어를 기억하는 스피드도 빠르고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그림 재능도 있어 보여……”


“후생가외라는 느낌이네. 마, 우리하고는 다르겠지만”


나보다 외국어가 훨씬 능통한 하즈키도 유메의 일본어 실력 향상에 놀랐어. 하나가 편입하고 바로 학년 탑이 된 것처럼 둘의 집중력은 장난 아닌 거지. 그것도 여왕님 후보인 마녀라 그런 걸까?


“반 친구들이랑 다 친해졌을까?”


문득 모모코가 말했어. 우린 옷을 갈아입고 각자의 짐을 챙겼어. 하지만 왠지 모르게 걱정돼서 바로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어. 온푸도 곧 있으면 도착할 매니저님의 차를 신경 쓰고 미소를 지으며


“애들은 한번 스스럼없어지면 빠르지 않을까. 근데 금방 이별이 찾아오니까 섭섭할 거야. 우리도 반 친구들도. 그리고 유메도 말이지”


하즈키는


“앞으로는 여러 사람들과 이별을 경험할 거야”


숙연한 어조로 말하니 난 미라이 언니의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어. 아득히 오랜 시간을 사는 마녀들의 심정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 아직 하나와 유메도 그런 세상을 모르지.


“인간계에서 가게를 하는 마녀들도 쓸쓸할까?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살고 있겠지. 마조리카는 얘기 들어본 적 없어?”


내가 물으니까 마조리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런 얘긴 별로 안 물어보려고 해. 근데 다들 인간과 오래 살아서 슬픈 경험을 해도 마조아베닐처럼 인간을 좋아하겠지”


마조아베닐은 미라이 언니의 마녀계 이름이야.


라라는 우리 얼굴을 보면서 말했어.


“나도 오랜만에 너희를 만났을 땐 놀랐어. 우린 안 바뀌었는데 너흰 키도 커지고 얼굴도 변하고 엄청 어른스러워졌으니까. 만약 너희들과 헤어지고 나서 20년이나 지났다면 지나가다 봐도 못 알아봤을지도 몰라”


나 자신은 안 바뀐 거 같은데 외모는 확실히 바뀌었을지도. 라라의 말이 절실하게 와닿았어.


자동차 라이트가 다가오나 싶더니 MAHO당 뒷문 쪽에서 타이어 소리가 나서 온푸의 매니저님이 도착했다는 걸 알았어.


나와 아이코, 모모코, 하즈키는 온푸의 매니저님이 운전하는 왜건에 탔어. 매니저님은 우리를 몇 번 바래다 주셔서 집이 어딘지도 알고 계셔.


온푸도 매니저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우리한테 유메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꺼냈어. 그래서 우린 치어리딩 동호회나 축구부 현 대회 얘기를 했어. 아이코의 기록이 좋아지는 것도 알게 됐어. 봄 가을은 동아리 활동도 한창 할 계절이니 아이코도 열심히 하고 있어. 고등학교 대항전에 400미터 선수로 출전하는 게 목표라나. 나로서는 더 높은 곳도 노렸으면 좋겠지만.


집에 도착하고 혼자서 밥을 먹은 난 목욕을 하고 나서 숙제하면서 유메와 미라이 언니, 하나를 생각했어. 분명 다른 애들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야.


동갑인데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하나와 유메. 모습까지 바꿀 수 있는 마법의 힘을 가져서 우리의 10배 이상의 시간을 사는 마녀. 지금 지구에는 몇 명의 마녀가 있을까. 마법사계의 남자들도 있을까. 이렇게 오랫동안 교류했는데 뭔가 현실감 없는 세계야.


그런 세계를 아는 게 나 혼자였다면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비밀이겠지? 나한테 동료가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심지어 베스트 멤버가 아닐까 싶어.


유메는 이따금 미라이 언니가 떠오르는지 문득 먼산을 바라봤어. 그치만 유메는 우리한테 미라이 언니가 언제 오냐고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어. 쓸쓸한 마음은 숨기려고 해도 알 수 있지만.


하지만 나보다도 감정적이지 않다고 할까 희로애락이 격하지 않다고 할까 어른스러워 보여. 하즈키는 그런 점을 걱정했어.


“역시 유메는 알고 있을 거야. 자기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걸”


“그럴까?”


내가 말하니까 하즈키는 끄덕이면서


“감정에 동요돼서 마법을 쓸까봐 두려워하는 거 같아.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아직 어린인데”


하즈키는 하나와 모모코가 동호회 활동을 하는 날에는 MAHO당에 일찍 와 있어. 같이 디저트를 만들거나 2층에서 바이올린을 들려 주거나 유메의 그림그리기에 어울려 주는 모양이야. 차분한 타입인 하즈키는 유메랑 엄청 마음이 잘 맞나 봐.


아이코와 모모코, 하나가 MAHO당에 도착해서 나랑 하즈키는 홀로 나갔어. 우리들의 유메에 대한 논의는 계속됐어.


“유메는 참기만 하니까 안됐어”


내가 말하니까 하즈키가


“그러게. 미라이 언니한테서 자라서 그럴까. 평범한 어린이다우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슬슬 한계일지도……”


“그게 무슨?”


가게에 잠시 손님이 안 와서 내가 상품을 새로 진열하면서 하즈키한테 물었어.


“유메는 하나나 마조리카가 마녀라는 걸 몰라. 우리가 초보 마녀라는 것도 그렇고. 한 집 안에서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걸 숨기고 생활한다는 건 힘든 일이 아닐까. 매일 긴장하고 있을 거야. 어쩌면 그것도 유메를 우리에게 맡기라고 미라이 언니한테 조언하신 여왕님의 계산에 포함된 걸지도 몰라”


하즈키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서 나는 할 말을 잃었어.


다음 날, 하즈키의 말이 신경 쓰인 나는 유메가 잠든 뒤 하나의 마법으로 모두를 온푸 방에 모았어. 우리보다도 일찍 돌아오는 유메가 있는 MAHO당에서는 다 같이 얘기할 수도 없고 잠든 뒤에 얘기하는 건 불안하고 각자의 가족들도 걱정해.


일단 도도와 요정들이 우리 대역을 해 주고 마조리카와 라라한테 유메를 맡기고 모인 거야. 온푸는 월요일 이외에는 별로 못 오지만 혼자 있으니까 여건이 됐어. 내가 하즈키가 했던 얘기를 하니까


“그럼 미라이 언니랑 새로운 지역에서 사는 훈련 같은 거라는 얘기?”


모모코가 불신감을 드러내며 하즈키한테 물었어.


“하나라면 혹시라도 유메가 폭주해도 저지할 수 있을 거야”


“여왕님은 거기 입각해서 미라이 언니한테 조언하신 게 아닐까?”


온푸와 하즈키가 설명했어. 둘의 의견은 아무래도 일치하는 것 같아. 아이코가 씩 웃으며 하나 쪽을 봤어.


“남은 건 하나가 비밀을 지킬 수 있느냐 카는 거 아이가?”


“하나, 열심히 하고 있어!”


유메와 같이 있을 때는 자신을 “나”라고 하는 하나지만 우리 앞에서는 바로 “하나”라고 하지.


“하나는 지금까지 집 안에서 마법 쓴 적 있었어?”


내가 물으니 하나는 머뭇거리면서


“……가끔 있어”


마법이라고 해도 정말로 사소한 거래. 뭔가를 든다거나, 집 안에서 이동한다거나.


“근데 가끔밖에 안 썼어. 전혀 안 쓰면 몸 속의 파워가 쌓여버리는 거 같으니까. 유메가 오고 나서는 안 썼어. 그리고……”


“안 쓴 거 디게 강조하네”


아이코가 제지하니까 하나는 어깨를 으쓱했어. 온푸는 그 모습을 보고


“하나는 집에 있는 게 마조리카나 라라, 그리고 도도와 요정들이잖아. 마법을 써도 놀랄 사람은 없지. 무서워할 사람도”


하며 웃었어.


“있잖아 있잖아, 하즈키, 유메는 지금 엄청 힘들다는 얘기지?”


“그렇지. 그래서 유메랑 하나한테는 모모코가 말한 것처럼 훈련이 아니라 시련일려나”


“그러네. 하즈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우린 마법을 쓰는 데 준비가 필요하지만 유메랑 하나는 강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쓸 수 있지”


모모코도 납득했다는 표정이 됐어. 이렇게 되면


“빨리 미라이 언니가 안 돌아오면 유메의 스트레스가 무지 쌓인다는 건가?”


난 한숨을 쉬었어. 온푸도 끄덕이며


“미라이 언니가 유메의 지금 상태를 가장 잘 알 거야. 우리가 하나의 엄마였던 것처럼 미라이 언니는 유메의 엄마니까”


“그제. 이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둘 다 조용히 살 수 있었을 낀데. 마, 쪼매만 참는 기라. 유메는 힘낼 수 있을 끼다”


“맞아! 아이코, 문제의 발단이 된 이탈리아 사람 다 같이 날려 버리러 갈까!”


아이코와 모모코가 의기투합하고 주먹을 부딪쳤어. 그건 나도 동감이야.


“둘 다 너무 뜨거워지지 마. 이번엔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계와 준비가 필요해질 거야”


온푸가 침착하게 두 사람을 진정시켰어. 하즈키도 끄덕이며


“하나도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 하나는 지금도 유메한테 언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


하나는 하즈키가 물어보니까 눈을 감고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래. 여왕 후보라고 해도 정말로 여왕이 되는 건 아직 멀었어.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 거야. 그보다는


“좋아, 미라이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유메가 일본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 다 같이 힘내서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자!”


내가 말하니까 모두들 찬성했어. 마녀에 관한 거든 여왕에 관한 거든 자매라는 사실에 관한 거든 지금은 일단 딴 데다 두고 말이지.


유메가 MAHO당에서 지내는 것도 얼마 안 남았어.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


그로부터 1주일 동안은 빈 시간을 찾아서 유메와 외출하기로 했어. 다들 일정이 있으니까 멀리는 못 나갔지만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쇼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그래, 마법 같은 건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지.


하지만 유메와의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어.


“도레미! 유메가 돌아간대!”


토요일에 축구부의 현 대회 준결승 진출이 결정돼서 의기양양하게 MAHO당으로 가던 나에게 하나한테서 전화가 왔어.


바로 코앞에 MAHO당이 있어서 그 뒷문에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하나를 발견해서 내가 달려갔어.


“미라이 언니한테 연락 받았어?”


내가 물으니까 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닫았어.


“오전에 전화가 왔는데 저녁에 데리러 온대!”


“하나, 그렇게 크게 안 말해도 들려. 유메는?”


하나와 함께 뒷문으로 MAHO당에 들어가니까 다른 애들은 다 모여 있었어. 유메도 같이 있는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어.


“유메, 준비 안 해도 돼?”


하즈키가 물으니까 유메는 생긋 웃더니


“거의 다 됐어. 미라이한테 마들렌 만드는 법, 가르쳐 줄 거야”


더욱 유창해진 일본어로 대답했어.


“내 마들렌이 맛있잖아! 미라이 언니도 깜짝 놀랄 거야”


모모코가 갓 구운 마들렌을 오븐에서 꺼냈어. 달콤한 향기가 주방에 풍기니까 나도 행복해졌어.


“바로 만지면 안 된다. 충분히 식어야 된다”


포장지에 라벨을 붙이던 아이코가 손을 뻗던 유메를 말렸어.


“미라이 언니는 요리를 잘하지. 앞으로 유메도 많이 도와줄 수 있겠지? 미라이 언니도 기뻐할 거야”


온푸까지 달려들어서 하즈키와 함께 유메가 마들렌 레시피 적는 걸 도와줬어. MAHO당은 오후가 되고 나서 영업을 마치고 다 같이 유메를 둘러쌌어.


나만 연락이 늦어진 건 시합이 있어서 그런 거지만 왠지 남겨진 거 같은 섭섭한 기분이야.


선물로 가져갈 많은 양의 마들렌이 완성됐을 무렵에는 일러스트가 있는 레시피도 완성돼서 우린 유메와 함께 방을 정리했어.


“유메, 얼마든지 또 놀러 와. 이 방은 그대로 놔둘 거야, 알겠지?”


하나는 유메의 손을 잡고 말했어. 유메는 낮 동안에는 미라이 언니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가득해 보였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섭섭한 표정이 되는 걸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안녕하세요”


밑에서 미라이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유메는 뛰어서 계단을 내려갔어.


“미라이!”


유메가 있는 힘껏 튀어오르듯이 미라이 언니한테 안겼어. 미라이 언니는 유메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더니 마조리카와 라라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어.


“오랫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있으면 얘기도 못 하지”


그러면서 마조리카는 미라이 언니를 안으로 이끌었어.


미라이 언니는 헤어스타일만 바꿨을 뿐만 아니라 메이크업과 패션도 젊은 느낌이 됐어.


“미국에서 조그마한 카페가 딸린 화랑을 차리기로 했어요. 내일 바로 유메와 함께 미국으로 떠날게요”


“그렇게 빨리? 미국?”


하나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어. 모든 게 갑작스러워서 난 말도 안 나왔지만 유메가 미라이 언니한테 딱 달라붙어 있는 걸 보면 반대는 못 하겠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모코가 예쁘게 포장한 상자를 앞에 두고


“아까 다 같이 만든 마들렌이에요. 유메가 레시피를 적어놨으니까 미라이 언니도 만들어 주세요. 뭐, 제 맛에는 못 미치겠지만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어. 하즈키와 아이코도


“유메는 모모코의 마들렌을 엄청 좋아해요. 레시피도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림을 엄청 잘 그리더라고요”


“모모코의 맛이 그리버지면 또 무러 오면 된다”


두 사람이 웃으니까 유메도 싱긋 웃으면서 끄덕였어.


“유메는 한동안 미소라제일초등학교에 다녔어요. 친구도 생겨서 즐거워 보였어요. 분명 미국에서도 친구가 생길 거예요. 힘내, 유메”


온푸의 말을 듣고 미라이 언니는 유메가 학교에 갔었던 걸 몰라서 그런지 놀람과 동시에


“유메, 학교 다녔어? 미국 가게 근처에도 초등학교가 있어. 다녀 볼래?”


그렇게 물으니까 유메는 기쁜지 끄덕끄덕했어.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잘됐다고 나도 생각했어.


“미국이라고 해도 너무 넓으니까 모르겠네요. 미국 어디인가요?”


라라가 미라이 언니한테 물으니까


“그건 자리잡으면 제대로 연락 드릴게요”


“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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