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퀘스트』

[카즈마]

모몬가님은 좋은 분이시네.

[아쿠아]

하아? 무, 뭣, 왜 그래 갑자기.

그렇달까 뭔 소리야?

저 언데드가 좋은 사람일리 없잖아! 애초에 사람도 아니고!

[메구밍]

《전언》이었던가요?

어제 그 마법으로 오랫동안 얘기 나누고부터 상태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세뇌라도 당한 건가요.

[다크니스]

세, 세뇌!?

그, 그그그그런 추잡한 마법을, 저 언데드가 카즈마에게!?

[메구밍]

……저로선 세뇌에서 추잡이라는 단어가 연상이 안 되는데,

대체 무슨 상상하는 건가요 다크니스.

[카즈마]

훗. 맘대로 말들 하셔.

저 되먹지 못한 세계로 가서 겪은 나의 노고를, 저렇게 측은한 마음으로 꼬치꼬치 들어준 사람이야.

그런 분을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람이든 아니든 그건 사소한 일이지. 응.

그렇달까 위즈도 그렇고, 내가 아는 언데드는 현재로선 좋은 녀석들이 더 많고.

애초에 언데드란 게 아쿠아가 말하는 것만큼 나쁜 애들 맞는 건가 싶은데?

[아쿠아]

뭐, 뭐야!

이 나의 맑고 깨끗한 표정을 의심한다는 거야!?

[카즈마]

응.

그도 그럴 게 모몬가님쪽이 좋은 사람이고 믿음직스럽고 상냥하시고.

[???]

마, 마, 맞아요!

[마레]

……앗.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말을 걸어서…….

[카즈마]

오오, 과연 알아주시는 건가요

어 그러니까, 마레씨?

[마레]

네, 넷.

사, 상냥하신 분이시죠, 모몬가님.

[카즈마]

네에.

겉모습은 무섭지만 목소리만 들으면 신기하게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마치 외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것만 같은 안심감이 있지요.

[마레]

그, 그, 그렇지요!

저, 저도 처음에는 좀 더 무서운 분인가 생각했었는데요,

괴, 굉장히 우리들을 생각해주셔시고!

[카즈마]

응응. 다시 보니 겉모습만 해도

오히려 멋있다고 해야 하나, 오라가 있달까.

[마레]

그, 그렇지요!

게, 게다가 막강한 힘도 지니고 계시고,

가, 같은 남자로서 저도 동경하니까요……!

[카즈마]

그렇죠~

……응? 같은 남자로서……?

[???]

……놀랐네.

그 마레가, 거의 초면인 상대와 의기투합하고 있다니.

[마레]

누, 누나.

[카즈마]

누나?

쌍둥이 남매라고 했으니, 그럼 이쪽이 여자고,

엣. 마레씨가 남자…… 엥?

[아쿠아]

왜 동요하고 있는 거야 로리니트.

……너 설마, 메구밍만으로도 질리지 않고…….

[카즈마]

앝, 아니야아!

평범하게 놀란 거라고!?

[아우라]

아하하. 혼란스럽게 했다면 미안해.

나는 아우라 벨라 피오라. 마레의 누나.

당신이 카즈마?

[카즈마]

오, 응.

어제랑 똑같이 도중까진 눈이 가려진데다

오늘은 뭐하는 건지도 자세히 듣지도 못하고 끌려나왔는데요.

[아우라]

응. 자세한 건 내가 설명할게.

자 마레. 길 안내 수고했어. 너는 니 일 하러 가도 돼.

[마레]

엣, 아, 응.

근데, 저기…….

[카즈마]

안내 고마웠어요, 마레씨.

다음에 만나면 더 모몬가님 토크 나눠요.

[마레]

네, 넷!

그, 그럼! 또 뵈요!

(마레 퇴장)

[아우라]

슬라코나 player한테서

해로운 상대는 아닌 것 같다고 들었지만──

[카즈마]

……뭐, 뭔가요.

[아우라]

딱히?

뭐 만약,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동생을 속이려드는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 좀 했을 뿐.

[다크니스]

호오.

못 들은 척 넘길 수 없는 말이군. 대체 어떻게 하려는──

[메구밍]

아- 네네.

까다로워지니까 입 좀 다물고 있어요, 다크니스.

그래서, 오늘은 어디서 폭렬마법을 쏘면 되나요?

[아우라]

오늘은 딱히 폭렬마법이라는 건 안 써도 되지만.

[메구밍]

에이 그런 말씀 마시고.

사용하면 안 된다, 는 건 아닌 거지요?

[아우라]

무, 뭐어,

여기는 나자릭에서 떨어져 있기도 하고 사람이 다니지도 않는 장소이니

지형을 너무 바꾸지 않는 범주라면…….

[메구밍]

물론 그런 부분은 섬세하게 컨트롤할 거고 말고요!

그렇다면 바로──

[메구밍]

히아아아아아아!?

읏, 느닷없이 드레인 터치라니 비겁해요 카즈마!

[카즈마]

싸・물・어.

니가 이야기를 무진장 복잡하게 꼬아버리고 있다고.

그리고 섬세한 컨트롤 같은 건 절대 무리잖아.

[메구밍]

것보다, 돌려주세요!

지금 마력이 빨린 탓에 폭렬마법을 못 쏘겠어요!

[카즈마]

아- 눼이눼이.

얌전하게 지내고 있으면 나중에 돌려줄게.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되나요? 아우라씨.

[아우라]

응, 밖에서 얻은 자원을 나자릭으로 운반하기도 하는데,

요즘 좀 귀찮은 일이 생겨서 말이지.

[카즈마]

오. 뭔가 평범하게 퀘스트 같다.

클리셰대로라면, 그 자원의 수송로에 몬스터가 솟아서 곤란해…… 같은 이야기인가요?

[아우라]

이해력 좋네.

그래. 어느 생물종이 너무 많아져서 말이야.

뭐, 딱히 강한 상대는 아니지만──

수송 중에 발걸음이 뚝뚝 끊기는 바람에, 수수하게 수송 효율이 떨어졌어.

수호자 중에서는 밖에 나갈 기회가 많은 나나 마레가, 오늘처럼 이동하는 김에 사냥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다른 일도 있고 말이지. 뭐, 밖에서 활동하게 해서 좋은 일꾼은 한정되어 있고,

다소 귀찮아도 어쩔 수 없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 때──

[메구밍]

우리라는, 밖으로 내보내도 될 허드렛일꾼이

예정 밖으로 늘어난 거군요.

[아우라]

그런 거야.

[카즈마]

그런 거였군. 허드렛일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모몬가님께

우리가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드릴 찬스구나.

[메구밍]

……본격적으로 세뇌일 가능성이 걱정되기 시작했는데요.

일을 앞에 두고 의욕을 내다니, 카즈마답지 않아요.

[다크니스]

……확실히.

카즈마는 일 따위는 하지 않고, 나…… 여자를 일하러 보내놓고,

자기는 집에서 낮부터 술 마시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타입일텐데.

[아우라]

……정말로?

[카즈마]

아, 아닙니다앗! 너희들도 남들이 오해할만한 소리 하지 마!

……그리고 저기 말이야. 조금은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언제까지고 자질구레한 일만 하면서 보호받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메구밍]

그건 뭐 그렇네요.

나자릭은 우리와 달리 식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노동력도 많이 있는 것 같고요.

[다크니스]

잡무를 우리에게 돌리고 있는 데는

값을 매기는 목적도 있는 건가…….

[아우라]

헤에. 그런 점은 잘 알고 있구나.

뭐, 모몬가님께 도움이 되겠다는 건 아주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해.

[카즈마]

네!

[아쿠아]

그다지 강하지는 않지만, 너무 많아져서 곤란한 몬스터……

왠지 좀 꺼림칙한 예감이 드는데요.

저기,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아우라]

응? 뭔데?

[아쿠아]

그 몬스터란 거…… 개구리는 아니, 지?

[아우라]

응, 아닌데?

[아쿠아]

…………훗.

[메구밍]

…………훗.

[다크니스]

…………칫.

[아우라]

응? 뭐야? 상대가 개구리라면 뭔일 있어?

[카즈마]

아- 뭐 조금 트라우마가.

[아우라]

흐응?

[카즈마]

(뭐, 개구리가 아니면 괜찮겠지.)

.

.

.

[아쿠아]

카아쥬우으마아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카즈마]

바봇, 얌맛, 이리 오지 마 아쿠아!

[아쿠아]

싫어어어엇! 녹는다 녹는다 녹는닷!

뭐야 이 슬라임! 녹아버려!

옷과 날개옷이 녹아버려어어엇!

[메구밍]

옷만 녹이는 슬라임…… 위험성이 높지 않은 건 고맙지만,

뭔가요 이 카즈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만 있는 듯한 파렴치한 특성.

[다크니스]

하아, 하아…… 우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메구밍.

봐다오, 이 녀석들, 한 방울 한 방울, 점액을 날려오며 천천히 내 옷을……!

이, 이 녀석들 분명 이대로 나를 벌거벗기고 끈적끈적 미끈거리는 전신을 사용해서……

후아아아아아! 참을 수 없다!

[메구밍]

……정정하겠습니다.

카즈마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네요.

[아우라]

아, 아하하.

약간 특수한 슬라임이라, 식물이나 섬유 같은 걸 좋아하는 모양이라 말이지?

별달리 해는 없지만, 나르는 자원에는 목재도 있어서──

[메구밍]

나무의 베인 단면 같은 녹이기 쉬운 부분에 이끌리듯 모여든다, 는 건가요…….

뭐, 산성을 가진 흉악한 슬라임이 아니라 다행이에요.

[아우라]

그렇네. ……그래도 괜찮겠어? 냅두고 있어도.

뭐랄까, 파란머리애가 엄청나게 노려지고 있는데.

……질 높고 맛있어보이는 섬유라도 가지고 있는걸까.

[메구밍]

슬슬 가세할게요.

아까 카즈마에게 마력도 돌려받았으니.

[메구밍]

카즈마! 이쪽 준비는 다 됐어요!

[카즈마]

좋았어!

어이 아쿠아, 그 슬라임한테 인기 대폭발인 날개옷 좀 빌려줘 봐.

[아쿠아]

어? 도, 도와 주는 거야?

그럼, 네.

[카즈마]

크리에이트 워터. 그리고 프리즈, 엇차.

[아쿠아]

저기 카즈마씨!?

왜 내 소중한 날개옷을 구겨서 물을 끼얹고, 게다가 가볍게 얼려버린거야!? 응!?

[카즈마]

다크니스! 이걸 가지고 아슬아슬할 때까지 슬라임을 끌어들이다가,

둘러싸이기 직전에, 좀 떨어진 위치의 상공으로 힘껏 던져!

[다크니스]

알겠다!

두, 둘러싸이기 직전이구나! 직전!

아슬아슬! 타이밍이 빠듯하니까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

[카즈마]

실패하면 나자릭 전체에, 네 귀여운 본명을 퍼뜨려주마.

[다크니스]

그, 그건 그만둬어!!

[아쿠아]

히이이이이이이이이잇!

좀, 카즈마씨!? 설마, 저기 그만해!?

저렇게 하늘 높이 내 날개옷을 내던지는 거, 하지마 그만둬!!

[카즈마]

메구밍!!!

──쏴라.

[메구밍]

익스──

[아쿠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아우라]

하아. 자비 없네…….

폭렬마법에 말려드는 것 확정이었던 날개옷을

간발의 차이로 아우라의 부하가 회수해 준 결과,

아쿠아는 한동안 아우라하고 밖에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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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에서 카즈마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