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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친애와 축제의 프렐류드 6~10화앱에서 작성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9 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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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오역 주의



6화



굉장한 속도로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아간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을 정도다.

아키라: 빠르네, 루틸....

무르: 좋아! 나, 따라잡아볼게!

샤일록: 그늘이 되어준다고 했던건요?

무르: 다음에 봐! 이얏호ー!

이런이런 하고 쓴웃음을 짓는 샤일록의 앞에서 무르가 하늘로 비상해간다.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들로 차례차례 하늘 위로 향했다.
레녹스의 빗자루의 움직임은, 안정되어있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페인트로 칠한 듯한 푸른 하늘 아래, 적토의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웅대한 경치에, 나는 숨을 삼켰다.

아키라: 아침해에 대지가 빛나고 있어...바다뿐만이 아니라, 육지도 빛나네요. 처음 알았어요.

레녹스: 아침에는 기분이 좋지요. 지쳤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아키라: 감사합니다. 앗, 이거, 받으세요.

레녹스: 앗.....뭔가요?

레녹스의 뒤에서, 그의 얼굴 쪽을 향해 팔을 내민다. 카나리아씨에게서 받은 비스킷이었다.

아키라: 간식이에요.

레녹스: 하하. 벌써인가요.

아키라: 손을 놓을 수 없어요? 그럼, 입을 벌려주세요.

레녹스: ......조금, 쑥스럽네....

작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레녹스는 비스킷을 덥석 물었다.

하늘 여행은 정말 멋졌다. 새떼에 놀라거나, 돌풍에 휩쓸리거나, 잠이 덜 깬 라스티카가 공중제비를 돌거나 했지만. 샤일록은 때때로 파이프를 물고, 클로에는 쾌활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피가로는 친절하게 미틸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자연이 만드는 경치는 아름다워서, 햇빛을 쬐고, 심호흡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 같았다.
태양이 높이 떴을 무렵에, 한참 앞까지 날아갔던 루틸과 무르가 역주행해서 돌아왔다.

샤일록: 어라, 돌아왔네요. 마중나와주신건가요?

루틸: 그것도 있지만, 잠깐 갔던 앞에 마을이 있는데, 아무래도 뭔가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라스티카: 곤란해?

무르: 어ー이 하고 손을 흔들었어. 마을로 내려와주길 바라는 것 같았어.

클로에: 그거 괜찮아...? 동쪽의 마법사들은 지난번에 동쪽 마을 사람들한테 심한 짓을 당했다고 했었어.

피가로: 남쪽에선 흔히 있는 일이야. 마법사의 마법은 편리하니까, 뭔가 도와줬으면 하는 거겠지.

루틸: 마을에 내려가도 괜찮을까요?

피가로: 아아, 괜찮아. 거기서 점심을 먹을까.

클로에: 정말로 괜찮아...?

클로에는 아직도 겁내고 있는 것 같았다.루틸은 그의 옆에서 빗자루를 나란히 날게 하면서, 환하게 웃는다.

루틸: 괜찮아! 분명, 넘어진 나무를 치워달라던가, 응급환자를 옮겨달라던가, 그런 거야. 나도 고향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 때에 자주 부탁받았었고. 걱정된다면, 같이 내려가자.

클로에: 응.....

우리들은 루틸에게 안내를 받아서 작은 마을의 상공에 다다랐다. 적토의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몇 개의 집이 늘어서 있다. 마구간이나, 조그만 목장도 있었다.
콩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크게 손을 흔들거나 천을 흔들거나 한다.
심한 재해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도 아니었지만,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레녹스가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레녹스: 아....소가 죽어있네요. 목장 구석에 몇 마리가 쓰러져있어.

아키라: 에....!?

나는 흠칫하며 마을의 목장을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누워있는 소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행의 기분이었던 나는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이 세계와 자신의 역할을 떠올리고 긴장했다.

샤일록: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클로에는 어떻게 할래요?

클로에: 나....나도 같이 가볼래.

루틸: 괜찮아요. 맛있는 우유를 대접받을지도!

루틸의 밝은 모습에 안심하면서, 불안해하는 클로에의 옆얼굴에 대고 빌었다. 부디, 클로에가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이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던 상냥한 친구가 상처받거나 하지 않고, 기쁨과 놀라움에 가득 찬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기를.



7화


마을사람: 아아, 왔다왔다! 미안하네! 여럿이서 하늘을 날고, 여행 중이었을 텐데. 이 근방은 마법사가 없으니까....

피가로: 아니, 막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이 근처에서 쉬게 해줘도 괜찮을까?

마을사람: 물론이다. 우리 마을의 빵과 치즈를 먹고 가줘. 얘들아! 밖에 테이블을 준비해!

마을 아이: 네ー에!

마을 아이: 마법사다! 마법사가 왔다! 저기저기, 빗자루 만지게 해줘!

루틸: 좋아, 차례대로!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루틸과 클로에의 주위를 둘러싼다. 긴장하고 있던 클로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클로에: ....내 것도 만져볼래?

마을 아이: 오빠의 빗자루 멋있어! 아까 밑에서 봤었어. 여기서 손 흔든 거, 하늘에서도 보였어?

클로에: 응, 보였어. 그러니까 여기까지 내려온거야!

웃는 얼굴의 클로에에게 따르는 것처럼, 아이들이 파란 의자를 끌고 온다.

마을 아이: 이 의자에 앉아! 이 의자의 페인트, 내가 바른거야!

클로에: 굉장해! 솜씨가 좋네!

클로에들과 마을의 아이들이, 점심 식사용으로 테이블을 늘어놓고 있는 동안 피가로는 마을의 어른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피가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하늘에서 소가 죽어있는 걸 봤어. 가엾어라.

마을사람: 요즘, 매일밤같이 먹히거든. 밤이 되면 늑대를 닮은 이상한 괴물이 찾아와서...

마을사람: 소만한 크기의 늑대야. 머지않아 아이들이 잡아먹히는건 아닐까 하고 불안해서.... 대단한 사례는 못하지만, 마법으로 퇴치해 줄 수 없을까?

샤일록: 받아들일게요.

피가로의 옆에서 샤일록이 말했다.

샤일록: 밤에 찾아온다고 한다면, 서쪽 마법사만 이 마을에 남아서 기다립시다. 괜찮으신가요, 현자님.

아키라: 상관없지만.....부탁해도 괜찮나요?

샤일록은 기쁜 듯이 웃으며, 클로에를 돌아봤다.

샤일록: 따뜻하게 환영을 해주신 사례입니다. 덕분에 클로에도 즐거워하고 있으니까요.

마을사람: 고마워. 겸손하고 친절한 마법사님이다.

마을의 할아버지가 영차 하고 발돋움해 샤일록에게 포옹을 한다. 샤일록은 즐겁게 웃고 있었다.

샤일록: 별 말씀을. 자주 들어요.

우리들은 햇빛 아래, 덜컹덜컹 흔들리는 나무 테이블을 둘러싸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닭이 발밑까지 다가오고, 염소가 그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네로의 도시락도, 마을의 치즈도 맛있었다. 특히 갓 짜낸 우유는 일품이었다.

아키라: 맛있어! 아직 따뜻해!

마을사람: 그거 다행이다. 배불리 드세요. 당신들, 어디로 가는 건가?

루틸: 레일라 산맥을 넘어, 남쪽의 끄트머리까지!

마을사람: 꽤 멀리까지 가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야. 조심해서 가. 돌아올 때는 또 들러줘.

루틸: 해냈다! 치즈 먹으러 올게요. 이거, 엄청 맛있어.

많은 사람이 둘러앉은 테이블과 초록빛 뜰에, 반짝반짝 햇빛이 쏟아진다. 와작와작 점심을 먹고, 우리들은 마을 사람과 서쪽 마법사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날아올랐다.
남쪽 나라 사람들과의 교류는 멋졌다. 이런 멋진 만남이 이 앞으로도 많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해가 기울어질 무렵, 슬슬 야영할 곳을 찾아보려고 피가로가 말했다.

피가로: 미틸이 많이 피곤한 것 같아. 첫 날이고, 너무 무리를 해도 말야.

나는 미틸을 돌아보았다. 녹초가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아침보다도 눈빛이 흐릿하다.

아키라: 마법사는, 마법을 너무 많이 쓰면 어떤 기분이 되나요?

레녹스: 사람에 따라 다르죠. 예민해지고 너무 흥분해서 불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신이 소모되어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키라: 힘들겠네요...레녹스는 괜찮은가요?

레녹스: 장시간 비행에는 익숙하니까. 어.... 저 근처에서 할 모양이네. 내려가 봅시다.

남쪽의 마법사들이 내린 곳은 웅대한 푸른 강가였다. 아주 넓은 강을 쏴쏴 소리를 내며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간다. 물가는 적토와 풀로 얼룩덜룩해져있었다. 커다란 큰 강의 반대편에는 끝없는 황야가 펼쳐져있었다. 석양을 받아서 적토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우리는 무심코 움직임을 멈추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낙양의 광경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아키라: 예쁘다....

루틸: 예쁘네요...석양에 반짝이는 강도, 대지도, 하늘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

미틸: 현자님! 저쪽 하늘에서는 벌써 밤이 오고 있어요.

미틸이 가리킨 방향을 돌아보자, 낙양의 반대편 하늘은 파랗고 맑은 별하늘이 되어있었다.



8화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나는 감동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내 몸이 가벼워져서 별처럼 하늘에 떠버릴 것만 같다. 울 것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키라: 아아.... 역시,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모두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

루틸: 저는 이 경치를 그림으로 그릴게요! 피가로 선생님, 레노씨랑 미틸도,  캠프랑 저녁밥 준비 맡겨도 될까요?

피가로: 알겠습니다, 예술가님.

미틸: 저, 엄청 맛있는 밥 만들래요! 모닥불의 가지, 모아서 올게요!

레녹스: 같이 가자. 강가니까 위험하다고.

척척 남쪽 마법사들이 움직인다. 루틸은 나의 손을 잡아끌어서 걸터앉을 수 있을 법한 바위를 가리켰다.

루틸: 현자님도 같이 어떠세요? 그림그리는 게 서투르다면, 현자의 서에 글로 적는 건?

아키라: 하, 할수 있으려나. 해볼게요. 아....하지만,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나요?

피가로: 괜찮아, 괜찮아. 모두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까. 일이 노는 것이고, 노는 게 곧 일이야.

저녁놀이 진 강가에서 텐트를 조립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그들은 말 그대로 느긋하고 즐거워보였다.
우리들은 바위에 걸터앉아 천천히 떨어지는 낙양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철새의 그림자조차, 바람에 움직이는 모래조차, 아름답다. 이 감동을, 이 아름다움을 어떤 말로 전할 수 있을까.

아키라: 빨강... 저 석양의 빨강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냥 빨강이라고 하면, 부족한 느낌이 드네...

루틸: 알 것 같아요... 그냥 빨간 색 물감으로는 틀리다는 느낌이 드네. 어떤 색깔과 섞으면 좋을까....

우리들은 진지하게 고심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정말로 즐거운 것이었다. 근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키라: ....생각났어요! 석양은, 오즈의 눈 같은 빨강. 석양에 대지가 빛나는 부분은, 클로에의 머리카락 색깔.

루틸: 멋져요! 다른 색깔은요? 계속해주세요.

아키라: 으음... 빛나는 지평선은 히스의 머리색깔. 멀리 있는 산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의 석양을 되비치고 있는 곳은 루틸의 눈동자 색깔.

루틸: 나의? .....정말이다!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키면서, 노을 지는 경치를 바라보며 루틸이 웃는다. 어린애처럼, 우리들은 서로 웃었다.
몹시,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둘러싸여서 소중한 모두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보냈다.
이 시간을 잊는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무르의 수수께끼가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키라: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하기 위해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손에 넣는 것....분명, 이걸 말하는 거야)

아키라: (사랑스럽고, 감동적이고,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 같은, 이것을 말하는 거야)

그 후에도 나는 이 소중한 놀이를 계속했다. 다가오는 별하늘은 시노의 머리색, 빛나는 별빛은 스노우나 화이트의 눈동자 색.
전한다면, 비웃으려나? 비웃어진다고 해도 분명 즐겁다. 자신의 체험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늘이 밤하늘로 바뀌어서, 모닥불을 둘러싸고 저녁밥을 먹었다.
모두 지치긴 했지만,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식으로 즐거운 여행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밤까지는....

???: 쉬잇...깨우지 않도록 조심해. 본 적 없는 작은 양이다. 이거 비싸게 팔리겠지... 우쭈쭈, 이리와. 메에, 메에메에.

아키라: (............! 텐트 밖에서 모르는 사람의 말소리가....)

???: 좋아! 붙잡았다! 후다닥 도망치자.....

레녹스: 《포세타오•메유바》

???: 우와앗....!? 갑자기 양이 거대화했어! 살려줘-! 짓눌리겠어.....!

간밤에 나타난 수상한 사람들은 밀렵꾼들이었다. 신기한 동물들을 날치기해서 시장에서 팔아 치우고 있었던 것 같다.

피가로: 정말이지, 지금은 마법으로 잠들게 했지만 내일 어딘가 보안관이 있는 마을에 가서 넘겨줘야겠다.

레녹스: 제가 데리고 갈게요. 현자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루틸: 이렇게 멋진 곳인데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슬프네요....심한 꼴을 당한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는데....

미틸: .....어라? 저 녀석들의 가방, 뭔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어....

달빛 아래 미틸은 밀렵꾼의 가방으로 가까이 갔다. 쭈뼛쭈뼛 뚜껑을 연다.

???: 무무.

안에서 나온 것은 하얀 물범에게 고양이 귀를 붙인 듯한 푹신푹신하고 복슬복슬한 생물이었다.

아키라: 뭐, 뭐예요, 이 생물!

루틸: 본 적 없어요...! 귀여워....!

미틸: 귀여워.....! 얘도 밀렵당한걸까....?

레녹스: 그런 말을 하더군요. 남단의 곶 쪽에서 매에게 채여서 온 신기한 동물의 새끼를 주웠다고...

???: 무무....

물범처럼 보였지만 긴 털에 손발이 파묻혀있는 것만 같았다. 꿈틀꿈틀 손발을 움직이며 가방을 기어오른다.



9화



응석부리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부드러워 보이는 털을 미틸의 무릎에 문질렀다. 미틸이 쓰다듬자 손끝이 폭 털에 가라앉는다.
어른의 베개만한 크기의 고양이 같은, 물범 같은 푹신푹신한 생물을 미틸은 살짝 껴안았다.

미틸: 와..... 푹신푹신해.... 귀엽다..... 너, 따뜻하네.

아키라: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까 귀엽구나....큰 고양이 같아....)

???: 무우.....?

미틸: 대답했어! .....어라? 하지만, 조금 약해져 있는 걸까.

레녹스: 가방에 넣어진 채로 있었으니까. 쇠약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네. 물이랑 슈가를 줘봐.

미틸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팔에 안긴 채 있는 생물에게 손바닥으로 떠낸 물을 준다.

미틸: 힘내.... 물이야.

???: 무우.....

푹신푹신한 생물은 미틸의 손에 얼굴을 갖다댔다. 하지만, 할짝할짝 물을 핥는 힘도 약하다.

미틸: 피가로 선생님....

의지하는 듯한 미틸의 시선을 받으며 피가로는 미소지었다.

피가로: 미틸의 슈가를 줘보렴. 그래도 기운을 차리지 못하면 선생님이 봐줄게. 분명 괜찮을거야.

미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마도구인 유리병을 움켜쥐면서 기도하는 것처럼 주문을 외웠다.

미틸: 《오르토닉•세아르시스피르체》

언제나 혀를 깨물어버리는 어려운 주문을 막힘없이 신중하게 목소리에 싣는다. 그러자, 유리병 안에 슈가가 나타났다.
푹신푹신한 생물의 입을 벌리고 깨트린 슈가를 조금만 혀에 닿게 한다.

???: 무우.... 무무....

푹신푹신한 생물은 자신의 의지로 할짝할짝 미틸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좀 더, 하고 조르듯이 미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미틸: ......다행이야! 착한 아이네, 조금만 기다려.

유리병 속의 슈가를 다 먹었을 때쯤 푹신푹신한 생물은 완전히 기운을 차렸다. 따르는 듯이 미틸의 얼굴에 뺨을 문지른다.

???: 무무!

미틸: 아하하! 간지러워!

루틸: 건강해져서 다행이네! 미틸, 잘했어!

피가로: 그 애는 미틸 혼자의 힘으로 살린거야. 훌륭한 마법사였어.

피가로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루틸에게 등을 감싸안아지면서 미틸은 쑥스러운 듯, 하지만 어딘가 자랑스러운 듯이 웃었다.

미틸: 네! 형님, 피가로 선생님...이 아이,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루틸: 무턱대고 잡으면 불쌍하지 않아? 하지만, 남단의 곶 쪽에서 발견했다면 우리들의 목적지 옆이 이 아이의 서식지일지도 모르겠네.

미틸: 태고의 신전이 있는 곳? 그럼, 거기까지는 같이 데리고 가도 돼요?

피가로: 괜찮지만, 정들지 않겠어?

미틸: 괜찮아요! 동료를 찾는다면 동료에게 돌려보내줄거니까요!

미틸은 푹신푹신한 생물을 끌어안고 기쁜 듯이 뺨을 비볐다.

미틸: 네 이름은 무무야, 잘 부탁해!

무무: 무우... 무무!

그날 밤 미틸은 무무와 함께 잠들었다. 무무를 바라보는 미틸의 눈빛은 루틸과 같이, 형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무무는 계속 우리들의 아이돌이었다. 루틸도, 나도 헤롱헤롱해졌다.

무무: 무무....

미틸: 낮잠에서 깼어? 좋은 아침, 무무. 가방에서 나오면 떨어져버릴거야.

아키라: 귀엽구나....

루틸: 귀여워.....솜으로 만든 인형 같아....

피가로: 인기쟁이구나. 다음 생에는 저런 생물의 모습으로 태어나야지.

레녹스: 그다지 본 적이 없는 생물이네요. 남쪽 나라의 남단에밖에 서식하지 않았던 건가.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건가....

피가로: 마력도 해도 없는 것 같지만.아.... 슬슬 목적지에 도착한 게 아닐까? 잠들어있는 태고의 신전이 있는 곳이 가까워.

피가로가 가리킨 곳은 아련하고 부드러운 초록빛으로 빛나는 고지대였다.

루틸: 서쪽의 마법사분들, 장소를 알 수 있을까요?

피가로: 표식을 남겨두자. 《폿시데오》

피가로가 주문을 외우자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모양을 바꾸었다. 하트 모양과 파이프 모양의 구름이 된다. 다른 구름들은 모양을 바꾸어서 흘러가는데, 그 구름만은 모습을 바꾸지 않고 둥실둥실 하늘의 같은 곳에 떠 있었다.

미틸: 어째서, 하트와 파이프 모양인가요?

피가로: 샤일록이 수줍어하면서 기뻐할까 하고.

루틸: 샤일록씨, 이런 건 실소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요.

레녹스: 도시적인 편이니까....

하늘에 뜬 표식을 배웅하면서, 우리들은 초록빛의 고지대까지 내려갔다.



10화



다다른 곳은, 초록색 나무들로 뒤덮인 멋진 터널 같은 오솔길이었다. 그림책에 나올 법한 풍경이다.

아키라: 예쁘다! 나뭇잎 사이로 해가 반짝반짝 빛나!

피가로: 주민도 없는 것 같고, 이거라면 문제없이 성스러운 축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서쪽 마법사가 올 때까지 낮잠이라도 잘까.

미틸: 저도 가까운 곳을 탐험할래요! 리케한테 줄 선물도 찾지 않으면. 무무, 같이 가자!

무무: 무무!

무무는 미틸을 따라서 걷게 될 정도로 따르고 있었다. 흔들흔들 엉덩이를 흔들면서 걷는 뒷모습이 귀엽다.
미틸과 무무가 달릴 때마다 풀 냄새가 났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무무를 뒤돌아보며 미틸이 웃는다. 그 웃는 얼굴에 가슴이 술렁거렸다.

아키라: (저렇게 사이가 좋아져서, 정말로 무무와 작별할 수 있으려나?)

그 때, 무무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틸: 무무!?

미틸을 내버려 두고 녹색 사이를 달려나간다. 미틸은 놀란 표정을 띠고 걱정스럽게 무무를 쫓아갔다.

미틸: 기다려! 위험해! 놓쳐버려, 무무!

나도 미틸의 뒤를 쫓아갔다. 무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다. 녹색 풀이 무성한 곳까지 가자 무무는 갑자기 사라졌다.풀이 무성한 곳 아래는 뒤엉킨 나뭇가지와 나무의 뿌리로 되어있었다. 그 틈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미틸: 무무! 무무!

미틸은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나무 뿌리 아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무무가 불쑥 뿌리 아래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빨리 이쪽으로 와, 라고 말하는 듯이 모습을 감췄다.

루틸: 무슨 일이야?

미틸의 목소리를 듣고 루틸이 달려왔다. 미틸은 눈썹을 내리고 나무뿌리의 밑을 가리킨다.

미틸: 무무가 이 아래로 떨어져버렸어요..여기에 구멍을 내도 돼요?

루틸: 그래...아, 기다려.

루틸은 미틸을 제지하고 부스럭부스럭 허리 근처에서 뭔가를 꺼냈다. 카인에게서 빌린 단검이다.

루틸: 짜잔-! 나갈 차례예요! 믿음직한 기사가 무무를 구해줄테니까.

득의양양한 대사와는 반대로, 루틸은 무릎을 꿇고 착실하게 나무뿌리를 바삭바삭 잘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뿌리는 단단해서 생각처럼 잘리지 않는 모양이다. 루틸은 고개를 들고 문득 숨을 내쉬더니 머리에 붙은 풀을 털면서 단검을 치웠다.

루틸: 안 되겠다, 마법이 더 빨라.

아키라: (태세전환 빨라...)

루틸: 《오르토닉•세토마오졔》!

루틸이 주문을 외우자 뒤엉켜 있었던 나무뿌리가 천천히 움직이고, 풀어져 갔다.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되었다.

루틸: 미틸은 발이 닿지 않을지도. 제가 먼저 내려가서 두 사람을 받아줄게요.

말하자마자 루틸은 가뜬하게 뛰어들었다. 미틸은 걱정스러운 듯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꼼짝 않고 구멍을 바라보는 채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루틸: 괜찮아! 뛰어와!

루틸의 신호를 기다려서, 우리들도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풀잎투성이가 되어서 루틸에게 받아져서 땅바닥에 발을 댄다. 위에서 들여다보았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대한 공간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초록빛 풀과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비밀 기지 같다. 하지만, 무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틸: 무무...

불안한 듯이 중얼거리는 미틸의 어깨를 툭 하고 상냥하게 루틸이 두드렸다.루틸의 단정한 머리는 풀투성이로 부스스했다. 그렇지만, 봄의 햇빛처럼 빛나고 있다.루틸은 변하지 않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루틸: 괜찮아. 미틸은 무무와 만날 수 있어. 둘은 친구인걸.
아까도 미틸을 찾으러 와 주었잖아? 고개를 불쑥 내밀고 미틸을 불렀어. 만나고 싶은 것은 똑같으니까, 괜찮아.

루틸의 상냥한 목소리가 마법의 주문처럼 미틸의 마음을 강하게 한 것 같았다.꾹 입술을 다물고 미틸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틸: ....네.

루틸: 그래. 그럼, 찾으러 가자. 출발!

선명하게 미소를 지으며 루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나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루틸은 신기한 사람이다. 결코, 강한 마법사는 아닌데. 밝고, 상냥하고, 이따금 얼빠져 있는 그의 매력적인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져간다.

루틸: 앗.....

루틸은 갑자기 풀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풀에 얼굴을 대고 무언가를 집어올리면서 탐정처럼 찬찬히 관찰한다.

미틸: 무슨 일이에요?

루틸: 이거, 무무의 털 아니야?

미틸: ......! 그럴지도.... 잘 보면, 여기저기에 잔뜩....

루틸은 손바닥 위에 살짝 무무의 털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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