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노을이 지는 교실 창문밖 나무의 그림자가 가장 안쪽까지 검게 자라나고 있을 무렵

 학생이 모두 자리를 비운 교실은 안락한 정적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우웅..."

 오직 가끔 흠냐흠냐 거리는 소녀의 달콤한 잠꼬대만이 파문한 점 없는 연못에 던져진 조그마한 조약돌처럼 부드러운 소음을 내는 가운데

 엎드려 자고 있는 소녀의 앞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턱을 괜채로 그대로 그 모습을 진중히 관찰하고 있는 한 사람만이, 모두가 떠나간 교실에 남아 쏟아지는 노을을 맞고 있었다

 그런 고즈넉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 될 것 같다고 다리를 꼬고 앉아 유심히 단잠에 세계로 빠진 또래 소녀를 관찰하던 아마노가와 키라라는 생각했다

 "뭐야, 다들 여기에 있었구나."

 드르륵, 문을 여는 소리는 그간에 있던 고요를 한 순간에 부숴버렸고, 동시에 키라라는 자신의 고요한 관찰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아, 미나밍."

 쭉 지켜보고 있던 소녀로부터 시선을 돌려 키라라는 문을 열고 들어온 학생회장이자 친구, 카이도 미나미를 보며 눈짓으로 인사했다

 "정말이지, 발레 연습에 늦는다고 생각했더니."

 한숨을 쉬듯 이야기하지만 미나미의 목소리와 시선에서는 애정이 묻어나왔다. 키라라는 종례시간부터 계속해서 단잠에 빠져 있는 소녀, 하루노 하루카를 보면서 맞장구 치듯 한숨을 쉬었다

 "좀 깨워주지 그랬니."

 "아니, 그럴 생각이었는데."

 멋쩍은 듯이 목 언저리를 긁으며 키라라는 시선을 애매한 방향으로 향하며 뒷말을 이었다.

 "너무 곤히 자길레 나도 모르게 그만"

 "지금까지?"

 종례가 끝나고 시간이 꽤나 지났다는 걸 상기시키려는 듯이 미나미는 교실에 걸려 있는 시계에 눈짓하듯 시선을 옮겼다

 "뭐어, 그런 셈이지."

 "귀중한 휴일을 그런 식으로 써도 아깝지 않아?"

 걱정하듯 하는 미나미의 말은 매일 같이 바쁜 키라라에겐 지당한 지적이었다. 키라라 본인 역시 막상 지적당하자 순간 꽤나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잠시였다.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생각한 키라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다지. 봐봐."

 키라라는 세상 모르고 책상에 얼굴이 납작하게 붙어버릴 거 같이 편히 자고 있는 하루카를 보며 킬킬 거렸다.

 "보고만 있어도 왠지 행복해지지 않아?"

 팔짱을 끼고 성실한 학생회장으로서 시간의 유용함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미나미는 상대방의 의견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후, 정말 그렇네."

 "그치? 그치? 신기하다니까 정말."

 서로서로 긍정하며 킬킬 거리는 두 사람 사이에 웃음 소리가 가시자 그 뒤에 교실에는 의자가 방향을 바꿀 때 끌리는 소리로 아주 잠깐 가득 메워졌다

 "쉿, 깨겠어."

 "아, 미안."

 숨죽이며 사과한 미나미는 그녀답지 않게 얼마간 시간을 무익하게 사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 일어날까?"

 "몰라, 지난 번에는 모델 스케쥴 때문에 도중에 깨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으니까."

 "한 두 번이 아니란 말이야?"

 "음.. 으음..."

 쉬이이잇!

 키라라가 미나미를 향해 검지를 들고 조용히 하란 손짓과 함께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걱정과는 무색하게 봄 바람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래의 공주님은 잠꼬대를 흥얼거리지 않겠는가

 "굉장해요 미나미 언니... 언제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거에요.... 흠냐..."

 자신이 깨우고 말았나하고 조마조마하던 미나미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얘는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람."

 "뭐든지 가능한 슈퍼우먼?"

 "제발 참아줬으면 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은 웃고 있다.

 "그런데 진짜 언제 일어날까. 슬슬 수위분들이 돌아다닐 시간인데."

 "글쎄... 내기라도 할래?"

 누가 먼저 자리를 뜨자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그저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이 고요한 관찰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주인들이 자리를 떠나고 노을과 나무의 그림자가 빈공간을 채운 고요한 샬롱 속. 자라온 환경도, 사고관도, 모두 다른 세 명의 공주님들은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해가 지고 돌아다니던 수위가 세 사람을 발견하고 호통을 칠 때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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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씨, 원래 엄한 내용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쓰다가 쥬지가 아파서 다 지우고 다시 썼다

 왠지 부끄러워서 로갓하고 올림 

 즐감 ㅃ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