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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투명하게 흐려지는 - 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23:30:45
조회 682 추천 21 댓글 3
														

이전화


16742자




두 사람은 잠든다.


"진짜 눈치채지 못하네."

"소, 손을 놓지 마세요. 놓아 버리면. 당신만 들킬 테니까요...... 아마도."


D.U.번화가. 대형 상업 시설과 주위를 둘러싼 상가가 고객 유치를 위해 날마다 다투고 있다. 우리는 그 혼잡함 속을 누비며 걷고 있었다. 역시 내가 함께라면 그도 들키지 않는다.


"이렇게 간단하게 밖에 나올 수 있다니."

"밖에 나와보니 어떤가요?"

"음, 역시 이상하네. 뭐가 어떻게, 같은 건 말할 수 없지만."

"그런가요."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반쯤 충동적으로 손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인기척이 적은 곳으로 가야 할까, 아무리 눈채채지 못한다 해도 절대적인 건 아닐테고.


"미유씨, 어디로 가는 중이야?"

"음...... 우선 저희가 지금 있는 D.U.의 중심지에서 벗어나려고 해요. 어딘가 다른 학구로 도망가는 것도 좋을지 모르지만 제가 다른 학교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즉,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다보니 말이 빨라졌다.


"그럼 그것부터 느긋하게 결정할까?"

"어, 느긋하게요?"

"응, 느긋하게. 이 정도로 눈치채지 못하면 괜찮아. 돈도 내가 마련할 수 있고."


돈, 그러고 보니 내 계좌는 동결된 채였나. 일단 지금도 사용할 수 있는 계좌에 조금은 남겨둔 거 같기도 하지만, 아마 두 사람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되어 있지 않겠지.


"돈을 쓰면 거처가 탄로난다거나......?"

"과거의 나, 잘 저축해둔 거 같으니까."


키득키득 웃는 모습을 보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선생님은 어른이었다. 우리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에 제대로 저축하고 있었겠지. 아무도 모르는, 선생님만의 대비책이다.

어떤 사태를 상정한 대비책이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건을 사는 정도면 얼버무릴 수 있고, 일단은 괜찮을 거 같네요. 죄송해요. 제가 데리고 나간다고 말해놓고 아무런 쓸모도 없어서......."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데리고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가장 먼저 그 사람에게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는 형태가 되어버린 내 자신이 한심했다.

미야코쨩이 완고하게 선생님에게서 돈을 받지 않은 것도 한심하다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우리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 나름대로 지켜야 할 프라이드가 있을지도 모른다.

살짝 침울해진 걸 쥔 손에서 느낀걸까.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쓸모 없다고 말하지 말아줘."

"어째서인가요?"

"왜냐면, 네가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나는 이렇게 밖에 있는 거야. 내 꿈은 무책임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네가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서 있을 수 있어."

"......후후, 상냥하시네요."


조금 잡는 손에 힘을 주고 미소짓는다. 놓고 싶지 않았으니까.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서 있다. 이전에 나는 그 말을 선생님에게 한 것 같다. 그럼 어째서 지금의 나는 서 있는 걸까.

나를 지탱해 준 사람은, 이제 없을 텐데.


"조금 춥네."

"가을이니까요."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물건은 사둘까? 교복만으로는 춥지 않아?"

"저, 저는 괜찮아요. 꽤 좋은 소재니까요. 공원 생활로 익숙해졌고......"

"으음. 나중에 필요하면 큰일이니까 코트 정도는 사두자. 내가 내고."


그에게 뭔가를 받는 건 왠지 미안했지만,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이 근처라면 가격적으로도 저렴한 가게를 발견할 수 있겠지.

적당히 들어간 옷가게는 이미 완전히 겨울옷만을 취급하고 있었고, 나는 진열된 옷을 바라보며 조금 계절에 뒤처진 듯한 기분이 되었다.


"이런 건 어때?"


내민 코트를 받아들인다. 교복 위에 입으면 조금 언밸런스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모처럼 골라준 거니까 시험 삼아 걸쳐본다.


"잘 어울리나요......?"


조금 소매가 길어 손바닥이 가려진다. 전체가 보이도록 그의 앞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코트였기 때문에 그런 동작은 쉬웠다.


"좀 큰가. 괜찮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이 크기로."

"그렇구나. 그럼 이걸로 할래?"

"네. 감사합니다."


사실은 그가 골라줬다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았다. 살짝 큰 코트가 나를 조금은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큰 코트를 몸에 걸쳐 교복을 감추는 것으로, 모든 것에서 벗어나려는 지금의 상황에 내가 조금이라도 더 걸맞게 된다고 생각했다.


******


"쇼핑도 끝났고, 다음엔 어디로 갈까?"

"슬슬 D.U.를 떠날까요?"


계산을 마칠 때도 우리라는 걸 들키는 일은 없었다. 점원이 보기에 우리는 만화 배경에서 순간적으로 걷는 모습이 보이는 모브 같았을 거다.

눈치채지 못한다, 라기보다는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내 성격이 변질된 모양이라. 우리와 부딪히지 않게 피하면서 스쳐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한순간에 잊으면서 상점가의 혼잡함 속에 비로소 잘 녹아들었다며 주변과 나의 어긋남이 하나 해소된 것 같아 조금은 반갑게 느낀다.

자신의 모습이 희미함을 이용해 살아온 자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편리하게 다룰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누구인지는 인식되지 않아도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단계까지 인식된다는 건 무서운 일이었지만.


"역시 이러고 있으면 무서워?"

"......조금, 이지만요."


이렇게 둘이서 거리를 걷는다. 그것뿐이라면 선생님과 몇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 이렇게 거리를 걷는 것은 도망이며, 유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억을 잃고 불안정한 상태라 할 수 있는 『샬레의 선생님』을 연금 상태에서 꺼내 거리를 거닌다. 안전보증이나 정보유출의 위험에 노출시켜, 무슨 일이 일어나면 D.U.뿐만이 아니라 키보토스 전체로 문제가 파급될 가능성도 있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 선생님은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웃는 것만으로 불안정한 우리의 세계를 지탱해주는 커다란 기둥이었으니까.


"분명히 예전의 나라면 스쳐지나가는 모든 아이들을 자신의 학생이라고 말했을 거야."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엄청났구나."

"지금은 이제, 아무도 학생이라고 말씀하실 수 없나요......?"

"그녀들은 내 학생이 아니야. 그의 학생이겠지."


그렇게 단언한 그는 맞잡은 오른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조금 아프다.

혼잡한 소녀들의 파도가 느려진다. 그녀들은 우리를 보지 않는다. 나도 그녀들을 보지않는다.

시야의 모든 것이 보잘것 없었다. 그와 이어진 열량.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저도, 당신을 선생님으로 보지는 않았어요. 저희에게 선생님은 그 사람뿐이에요."

"그럼, 미유씨에게 나는 어떤 사람?"

"그건......"


데리고 나왔을 때의 감정을 되돌아본다. 당신의 고독이 이어지는 현상황에 대한 분노와 거절. 그것을 나만이 알고 있는 괴로움과 유열. 고독을 아는 동류의식인가, 이전에 선생님이 나를 구했듯이 다음에는 내가 구하고 싶었던 걸까.

알기 쉽게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가 없어서, 머리가 좋지 않은 자신이 싫어진다. 이럴 때 현명한 소대원들이라면 뭔가 우리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었을까.

소대원들의 얼굴이 뇌리에 떠오른다. 지금 내가 저지르고 있는 죄를 책망당하면 소대 모두에게 폐가 되는 정도가 아니겠지. 미야코쨩의 꿈도 내가 부수게 된다.

나는 어떤 관계인지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고독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버리려 하고 있다.


".......여보세요~?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언젠가 답을 드릴게요......?"

"응.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모호하고 위태로운데도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나는 여전히 나일까. 그런 엉뚱한 사고로 뇌수를 흔들며 그에게 웃음을 보인다.


"그럼, 쇼핑을 좀 더 할까요."


자신이 그의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천천히 도시 구획에서 멀어진다. 새 배낭에 최소한의 짐을 채워넣고, 그것만 보면 하이킹이라도 나가는 듯했다.

가게도 인적도 드문 교외. 나는 항상 도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조금은 이쪽이 더 마음이 놓인다. 물론 코우사기 타운과는 다른 방면으로 와 있었다.


"도망치고 싶다고는 했지만, 진짜 어디로 가야할까."


그가 원시적인 종이 지도를 펼치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서 우스웠고, 도망 중이라고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던 나는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후후. 시간이라면 잔뜩 있는걸요......?"

"그렇지만 모처럼 나왔으니까....... 오, 이런 곳은 어때? 모레부터 가을 축제래."


지도와 함께 건네받은 관광 가이드에는 이곳에서 떨어진 시골에서 대대적인 가을 축제가 열린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은 좀처럼 오지 않는 것 같다. 이유는 단순히 가기가 너무 번거로운 외진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학교의 손도 미치지 않을 듯한 쓸쓸한 땅이다.


"사람도 적은 거 같고....... 좋네요. 모레면 조금 서둘러 갈까요."

"심야버스 같은 건 빠를 거 같네. 잘하면 오늘 밤 중으로 나갈 수 있어."

"뭔가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 같아요."

"분명 그럴 거야. 그 정도 인식이면 돼."


안심시키려는 듯 말하는 모습은 솔직히 선생님과 다를 바 없어서 그 상냥함에 자신을 맡기고 싶어지지만,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해 옆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심경이 복잡했다. 거기에 여행 정도의 인식이면 된다고, 그가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만 예약해 두고 어딘가 조용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낼까요......?"

"찬성. 카페 같은 데 가보고 싶어."

"예약은 제가 할 테니, 당신은 카페를 찾아 주시겠어요?"


그는 제스처로 대답하고는 갈 가게를 찾기 시작한다. 몇 시간만 더 지나면 이 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교외에서 멀리 보이는 빌딩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내 눈에는 하나하나의 창문이 선명하기 보인다. 저 창문 너머에 있는 그녀들은 우리가 사라지는 걸 모른다.

부디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기를. 아쉬움과 상반되는, 잠 못 이루는 감정을 품은 채 두 사람 몫의 자리를 잡았다.


******


축음기에서 연주자도 알 수 없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크 브라운 인테리어에 둘러싸여 오랜 세월을 거쳐 캔디같은 광택을 얻은 원목 테이블과 의자.

심야버스 시간까지 쉬기 위해 들어간 곳은 그림 같은 낡아빠진 카페였다. 공상적인, 경험해보지 못한 노스탤지어가 자극되는 곳.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는 최소한의 조명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이 가게 주인이 만들어내고 싶었을 이세계를 잘 연출하고 있었다.

적당한 인플루언서가 이 가게를 발견하면 이 고요함도 끝나 버릴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싫은 기분이 든다.


"좋은 곳이네요."

"입구는 엄청났지만 말이야. 아무리 봐도 폐허였으니까."

"어쩌면 앞으로 진짜 폐허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아니, 역시 힘드려나."

"계속 숙소에서 머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그, 그래도 저는 어느 정도 서바이벌 지식도 있으니. 사키쨩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 본격적으로 키보토스가 선생님을 찾기 시작한다면 쉽게 숙소에 머물 수 없게 되겠지.

지금의 우리는 눈치채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정말로 눈치채지 못한다면 쇼핑도 할 수 없다. 나 혼자서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선생님과 나라면 세상은 나를 본다. 그와 나라면, 세상의 배경이 된다. 뭔가 제어 되지 않는 초능력 같다.


"그때는 의지할게. 지금은 아직 조용하니까 느긋하게 즐기자."

"ㄴ, 네."


지금은 아직. 그 말은 언젠가 자신이 쫓기는 입장이 된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대사였고, 분명 그도 내심 두렵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그대로 연금돼 있던 장소에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리가 없다.


"커피, 맛있네. 인스턴트만 먹어봤으니까."

"다행이에요. 역시 무슨 일이든 그 길을 걷는 사람이 하면 다른거네요."

"미유씨도 저격수의 길을 걷는 사람이지."

"저,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아직 견습이니까요."

"그래? 굉장하다고 들었는데."


누구에게서 들었을까. 짐작 가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는 보고서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저격수로서의 실력에는 최소한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 칭찬 받아서 기쁜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렇네요. 저격수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런 저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조용함도 익숙해지고 커피로 목을 축였기 때문일까. 조금 수다스러워지는 자신을 느낀다. 이렇게 된 나를 그는 특별히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들려달라고 이야기의 맞장구를 친다. 면회를 다니던 시절부터 그랬다.


"힘든 역할이라고 들었어.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사격 솜씨가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확실히 저격수가 짊어진 책임은 무거워요. ......하지만 그건 어떤 포지션에 있는 대원이라도 마찬가지예요. 저격수라면 굉장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뭐, 그건 틀림없겠지. SRT같은 굉장한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라는 듯이 컵을 기울인다. 그 사이 견과류 타르트를 포크로 쪼개 조금 먹은 뒤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다.


"총격전은 저희에게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대화와는 또 다른 자기 표현의 장소.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끼는 거지만......"

"그럴 때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격수는 그 자리에 서지 않아요. 항상 혼자예요."


총격전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란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나는 그 장소에 있을 수 없다. 멀리서 바라보고, 일방적으로 관측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상대는 어떤 사람이 쐈는지 모른 채 쓰러진다.


"특수부대라면 바뀔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고 그 학교의 문을 두드렸어요. 비굴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나도 강하고 긍정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들어간 거니까 너는 대단해. 그 학교는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하지만, 깨달은 거예요. 이 곳에서도 나는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없구나. 오히려 반대로 내가 싫어했던 게 내 장점이었구나....... 하고."


병과에 희망은 없었다. 다만 입학시험을 돌파한 후 적성검사 훈련을 받았고, 곧바로 저격수로서의 교육이 시작됐다. 갑자기 그런 길을 걷는 학생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례적이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적성이 있었나, 다른 게 너무 적성이 없었나. 확실히 전달받은 기분이 들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네 희미함은 재능이라고,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아 속상해서 묵묵히 방아쇠를 당겼다. 저격수로서의 나는 기계적이었고, 그것은 특수부대로서는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보고 쏜 후 그대로 떠난다. 그것밖에 하지 못해요. 희미함을 바꾸고 싶어서 왔지만 그게 없어져 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려. 그래서 저는 희미한 채로 요구받는 제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어땠어? 거기에 가까워질 수 있었어?"

"모르겠어요. 저격수로 계속 걸어갈수록 저는 희미해져 갔어요. 팀 동료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조금 달라진 것도 확실했어요."


그다지 그의 앞에서 선생님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애매한 표현으로 알기 어렵게 만들어 상처를 줄 바에야 사실을 전하는 쪽이 낫다.

이제부터 둘이서 계속 도망칠 테니까. 공유해야 할 것은 많이 있다. 그래서 그도 조금 쓸쓸한 얼굴을 하면서 지금도 말없이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모두를 지킬 수 있어. 나는 요령이 좋지 않은 쓰레기라고 해도...... 그런 감정은 지울 수 없었지만, 이런 희미한 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선생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분명 나는 네게 의지하고 있었을 거야. ......이렇게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라고, 교사로서 자랑스러웠겠지."

"그럴까요."

"그래. 언젠가 나도 미유씨의 사격 솜씨를 보고 싶네."

"그럼 언젠가 훈련하러 가죠. 이전에도 갔었거든요. 산속에 둘이서."

"좋아. 약속이야."


조용히 부드럽게, 내 앞에 새끼 손가락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변하지 않은 약속의 동작.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나와 그라도,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원의 형태.

그보다 조금 짧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그대로 흔든다.


"손가락 걸고 약속....... 거짓말하면, 어떻게 할까요?"

"거짓말 같은 건 안 하잖아."

".......그렇게까지 신뢰받으면, 조금 부끄러워요."

"기대되네, 미유씨의 저격."


어쩌면 그가 이렇게까지 믿는 사람은 세상에서 나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따뜻해져 버렸다.

이사람은 이런 곳에서 나하고만 있으면 안 되는데. 그럼에도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석양이 지고 밖이 어두워진다. 심야버스 시간도, 이 카페의 폐점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이 가게에도 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쇼트 케이크 먹고 싶다."

"후후...... 저도 기억해 둘게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도피행이 일방통행임을 서로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밤에는 조금 쌀쌀하네."

"코트를 사 주셔서 다행이에요."


교외의 고속도로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예약한 버스를 기다린다. 여전히 멀리 있는 D.U. 중심구의 빌딩들과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의 헤드라이트가 너무 밝아 눈이 조금 아프다. 눈을 돌리기 위해 고개를 숙이면 코트와 교복 사이에 있는 공간의 어둠이 짙어져 있어,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삼켜질 것 같았다. 왠지 조금 겁이 나서 오른쪽 옆에 서 있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응? 무슨 일이야?"

"아, 아뇨......"


시선을 떼고 정면을 응시한다. 눈부셨지만, 이것도 한동안 볼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니 기억에 새겨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나도, 도시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단지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을 뿐이다.


"미유씨는 말이야."

"네."

"아마 그곳에서도 잘 해 나갈 수 있을 거야. 공원에 돌아가면 소대원들이 반겨줄 거고, 그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도 엄청 좋아하겠지."

".......네."

"내가 있을 곳은 그 도시에 없지만, 네가 있을 곳은 분명히 있어."

"확실히, 그렇겠죠."

"그래도 나랑 같이 갈 거야?"


지금이라면 아직 돌아갈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그는 어른이니까 그렇게 말할 의무가 있는 거겠지.


"......당신은, 제가 따라가는 것과 여기서 헤어지는 것. 어느 쪽이 좋나요?"

"어느 쪽도, 려나. 네가 같이 도망치자고 말해줘서 나는 나로 살아갈 결심이 섰어. 그런 네가 옆에 있어준다면 기쁠 거야."

"그럼――"

"하지만 말이지, 너를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어. 내 이기심에 더 이상 어울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야."


다시 그의 얼굴을 본다. 수많은 불빛을 받아, 표정에 숨겨진 감정들이 전부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 복잡한 색과 미소에 나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삼켜졌다.


"미유씨에게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할 수 없듯이 나도 미유씨와 계속 있어야 할지 알 수 없어. 하지만, 결정할 시간만은 와버렸지."


시계를 본다. 버스 도착시간까지 2분 남았다. 단 2분만에 앞으로의 생활이 바뀔지도 몰랐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어째서?"

"그 방에서 쓸쓸하게 웃는 당신을 보고, 혼자 있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생님과 함께 있고 싶었던 이유는, 선생님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저 연모와 존재 증명이라는 의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를 같은 의미로 좋아하는 지 알 수 없고, 그가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아아, 그래서 분명 그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거다.

타인을 좋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마찬가지로 타인이 좋아해줬으면 하는 욕심이 누구에게나 있다. 너는 나의 전부라고 말하고 싶듯이, 너는 나의 전부라고 듣고 싶다.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존재로 봐주었으면 하기에, 나는 그의 고독을 파고들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가치있는 나이고 싶다. 고독을 채워주고 싶다.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싶다.

내가 선생님을 필요로 했던 것처럼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전할 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교활한 대사만 전했다.


"저도 같이 데려가 주세요. 외톨이 여행 같은 건, 외로워요."

"......미안해."

"고맙다고, 그렇게 말해주세요. ......아, 버스가 왔어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그에게 웃음 지으며 마침 타이밍 좋게 찾아온 버스를 가리킨다.

그대로 눈앞에 정차한 버스를 타고 스마트폰에 표시된 번호와 일치하는 좌석에 둘이 나란히 앉는다. 그가 창가였다.

출발하면 커튼을 닫아야 하기에, D.U.는 이것으로 끝이다.

창문 너머로 잠들지 않는 도시를 흘끗 보며, 그곳으로 돌아갈 날이 오는 걸까 생각한다. 일찍 돌아가게 될까,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이상하게 망설임도 없이 이 좌석에 앉아버렸기 때문에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D.U.의 경치였다 해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멀리서 보니 예쁘네요."

"그러네."


그의 표정은 창문에 반사된 아랫쪽 반만 보였다. 굳게 다문 입가를 보면 슬퍼지기에 뭔가 말하면 그것도 느슨해질까 싶어 말을 걸어봤지만 짧은 대답 후 금방 원래대로 되어 버려서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나는 그 도시에 모든 걸 두고 왔을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은 더 이상 없고, 동료들과의 이별에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 방에서 나의 고독을 쏟아내고 그의 고독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을 만나면서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선생님과 떨어져 처음으로 변하려고 하는 거겠지.

약하기만 한 나를 마음에 살게 해주는 건 선생님 뿐이었다. 다음에는 내가 약한 그를 살게 할 차례. 게다가 망각의 저편으로 떠난 선생님 곁에는 지금까지의 내가 있을 테니까.

그러니 지금의 나에게 이 경치를 서운하게 느낄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가 커튼을 치고 잠 못 이루는 도시를 잠들게 할 때까지 어둠 속의 빛 하나하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심야버스 ◯◯호를 이용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버스는 우선 이 지구를 벗어나서......』


출발 전의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아마 들릴 거라 생각해 먼저 스마트폰의 알림을 끄려고 주머니에서 꺼낸다. 오른쪽 옆을 보니 그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자게 될 거고, 전원을 꺼도 될까?"

"심야버스는 처음이라, 잘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네요......"

"조용하기도 하고 의외로 금방 잠들지도 몰라. 승객도 적고."


둘이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소곤소곤 실없는 이야기를 이어가며 화면을 조작한다. 짧은 진동 후 화면이 어두워졌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상야등만이 우리를 비추고, 그것도 곧 꺼져버리기에 이 틈에 옆에 두었던 짐을 다시 정리했다.


"아...... 이 배낭."


갑자기 너무 어두워져서일까, 자신의 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의 배낭이었다. 둘이서 샀으니 딱히 내가 봐서 곤란한 건 없지만, 왠지 미안해져서 바로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다 손가락이 단말기 같은 것에 닿는다. 그는 아직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진 채였다.


"아아...... 왠지 모르게 가지고 왔어. 예전의 내가 아끼던 거였으니까."

"그랬군요."


살며시 단말기를 꺼낸다. 선생님이 항상 소중히 사용하던 태블릿이었다. 어째서인지 전원 버튼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만져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들어도 안 되더라. 그가 아니면 못 쓰는 거겠지."


이제는 빛을 발하지도 않는 그 판은 마치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정의한다는 듯 했고, 옆에 앉은 그는 『선생님』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그렇게 세상이 판단한 증거로 여겨져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갖고 오셨군요."

"일단은 말이야."


손상되지 않도록 태블릿을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이 그를 선생님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빈 자리에 그는 앉을 수 없다.

세상에 생긴 공백은 메워지지 않은 채, 투명해진 선생님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무도 모른 채, 부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가장 먼저 부서진 그를 데리고 나왔다.

산생님을 원하는 마음을 억누른 채, 인도받길 원하는 손으로 그를 인도하려 한다.

나는 선생님처럼 할 수 없다. 이건 그저 독주. 그를 한 명의 사람으로 보고 있는 건 나뿐이라는 도취. 하지만 언젠가 그가 자신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은 진심이다.

등받이에 몸을 맡기자 그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버스가 출발한 거겠지.


"출발이네. 도착은 아침인가."

"그렇네요. ......잘까요."

"응, 잘 자."


시끄럽게 느껴졌던 엔진 소리도 이윽고 아무렇지도 않게 됐고, 그보다 더 작은 그의 숨소리만 들리게 됐다. 이전에 일을 도왔을 때 잠들어 버린 선생님의 표정과 마찬가지로 계속 보고 있을 것 같아서 상야등을 껐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눈동자를 감는다. 그의 부드러운 호흡 소리에 맞춰 똑같이 잠에 빠져드는 순간. 그에게 닿은 오른쪽 어깨에 느껴지는 체온이 확실하게 생명을 느껴지게 하고, 거기에 몹시 안도했다는 것만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밤하늘의 속도.


버스에서 내리고, 가을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도시의 빛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서쪽 하늘에는 아직 별이 보인다. 스모그나 야경이 없는 시골 마을. 아침과 밤의 경계선, 박명의 때에 나는 서 있다. 귀성 시즌도 아닌데 이런 외진 땅을 찾는 건 우리 정도였으니 느릿느릿 떠나는 그 버스에는 이제 운전사 말고는 타고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네요."

"시골이네."

"저는 그, 공원 생활에 익숙해져서 있어서, 이런 거려나 싶어서......"

"그러네, 나는 공기가 좋아서 기뻐. 뻔한 얘기일까."

"......아뇨, 저도 공원보다 공기가 좋다고 생각해요."


차가운 아침 냄새를 천천히 폐에 넣는다. 우리를 모르는 토지의 모든 것이 혈액에 녹아 온몸을 도는 듯한 기분이 들고, 나는 조금은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조금 걸으면 작은 마을이 있다고 했던가. 지금가도 별 수 없으려나."

"잠시 여기서 쉬었다 갈까요? 이 경치도 아름답고."


버스 정류장 쉘터에 있는 의자에 앉은 그에게서 떨어져 길로 나선다. 동쪽 산에서 아침 해가 보이기 시작해 아주 조금 따뜻해진 기분이 들지만 코트를 입고 있지 않으면 춥다.

세상에 하늘은 하나밖에 없어서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논밭도, 어제까지 있던 도시도, 그 여름에 찾아간 어촌도, 이 순간 평등한 아침이 찾아오고 있다.

이런 곳까지 왔다하더라도 하늘은 이어져 있다. 차라리 하늘마저 분리된 곳으로 갈 수 있었다면 그곳을 그에게 안녕의 땅으로 삼을 수 있었을 텐데.

세상이 점점 밝아지고 서쪽 하늘에 보이던 밤하늘도 잠들기 시작해 정말로 오늘이 찾아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아침 안개가 되면서 내 몸에 휘감긴다.

밤도, 오늘도, 이 여행도, 내일 열리는 가을 축제도 모든 것이 끝나는 법이고 영원할 수는 없다.

선생님조차도 영원하지 않았으니, 분명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희."

"그러네.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다면 분명 즐거울 거야."


분명 선생님은 영원 같은 건 믿지 않았으니까, 어디까지 갈 수 있다면, 같은 말을 부정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원을 닮은 무언가를 바랐던 그를 보고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이해했다.

어두운 뒷모습도, 맹목적인 긍정도, 모든 게 환상일 뿐이다. 다만 우리 학생은 청춘이라는 전능감으로 그 모든 것을 긍정받은 기분이 들었을 뿐. 선생님은 어른이었기 때문에 그 내막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나처럼 「어디까지라도 갔으면」하고 바란다. 그게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라고 이해하고 있어도 모르는 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눈을 뜨면 다시 외톨이로 돌아가버리니까.

언젠가 끝이 온다 해도 지금은 새벽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우리가 발견되지 않기를, 마지막이라 해도 찾지 못하면 좋을 텐데.


"언젠가, 이곳에 있고 싶은 장소를 찾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런 장소가 있다는 보증 같은 건, 그야말로 어디에도 없는 거지만.


"그러네. ......우선 책을 잔뜩 사자. 책장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사서 그걸 다 읽는 거야. 그것도 끝나면 꽃이나 키워볼까?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법이라도 공부해서......."

"......후후. 좋네요. 대단히 멋져요."


만약 그런 행복한 때가 찾아오더라도 내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햇살에 녹아드는 아침 안개가 우리와 같지 않기를 바라며,

투명해져 가는 세상의 공기를 다시 한번 들이마셨다.


저도 그 장소로 데려가 주세요.

그런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


밝아져서 움직이기 시작한 시골 마을을 찾은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 확보였다.

관광지도 아닌 곳에서 그런 걸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작은 숙소가 있었다. 작은 아파트처럼 보이는 그것은 모텔 비슷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접수원으로부터 「어째서 여기에」 같은 말을 듣는 일도 없이 방에 안내받아 다다미 위에 짐을 두고 후우, 숨을 내쉬었다.


"의외로 신경쓰지 않네요...... 저, 이제 들키지 않으려나 했는데......."

"선생님이란 존재는 눈에 띌 텐데, 라는 걸까."

"유명인이니까...... 솔직히 여기에 오기까지 아무도 뭔가 말하지 않은 건 이상해요. 저희들에게는 형편 좋은 이야기지만......"

"으음. 네가 있기도 하고, 난해하네. 하지만 둘이서 함께 있는 한 특별히 누가 신경 쓸 일이 없는 존재로 있을 수 있다는 건 틀림없으려나. ......하지만 역시 방은 따로인게 좋지 않았을......"

"마, 만일을 생각하면, 당신을 지키는 데 있어서 같은 방이 더 편리하니까......!"

"흐응. 뭐, 난 선생님도 아니고,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자신을 선생님으로 인식하지 않음으로써 조금 마음이 편해진거겠지. 그는 책상다리로 앉아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그 모습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보게된 것만으로 데리고 나온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런 미소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나뿐. 정말로, 그런 것들만 늘어간다.


"가을 축제는 내일부터고, 오늘은 뭘 할까요."

"......일단 다시 자고 싶을지도. 익숙하지 않은 심야버스라 등이 좀 아파."

"......그럼, 점심 때까지 잘까요?"


아마도지만 지금의 나는 「어쩔 수 없네」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점심은 가까운 식당에서 테이크 아웃한 도시락으로 했다. 둘이 나란히 앉아 방에 비치된 TV로 로컬 프로그램을 보며 먹다 보면 계속 이 생활을 이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만큼 평온한 시간이었다.


"평소에 먹는 도시락보다 맛있어요."

"그거 다행이네."

"이걸 먹고나면 어떻게 할까요?"

"TV나 보면서 느긋하게 있을까?"

"그러면 그 방에서 면회할 때부터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재미있었잖아. 나는 그 시간이 좋았어."


안 될까? 라고 말하려는 듯한 그와 눈이 마주친다. 어쩌면 자연스러워진 그는 꽤 교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럼 한동안 느긋하게 보내다 밤에는 별을 보러 가지 않으시겠어요? 아침에 본 밤하늘이 예뻤으니까 제대로 보고 싶어서."

"좋네. 그럼 밤을 새야 할 테니까 다시 잘까."

"후후, 그건 너무 많이 자는 거 아닐까요......?"


텅 빈 도시락통을 버리고 다다미에 뒹굴었다. 잠을 잘 생각은 없었지만 낯선 천장을 바라보고 싶었으니까. 왠지 그리운 냄새가 난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어진 것이 기뻤다.

드디어, 이것은 두 사람의 여행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둘이서라면 조금 좁은 방이 마침내 도착한 낙원인 것 같았다.


******


시골 마을은 잠드는 게 빠르다. 계절적으로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섰지만 그럼에도 겨우 발견한 편의점조차 조금 있으면 폐점이 될 정도였다.

별을 보며 적당히 먹을 걸 마련하려고 들어갔지만 피곤해보이는 직원 말고는 아무도 없다. 진열 위치도 품목도 도시와 다를 바 없을 텐데, 다른 공간으로 보인다.


"술."

"응?"

"술, 마시는 거군요."


쇼케이스 안으로 손을 뻗은 채 그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나를 본다. 초록색 캔을 잡고 살짝 흔들고 있다.


"안 마셨구나."

"적어도 저희 앞에서는.......?"

"뭐 선생님이라면 당연한가....... 시험삼아 마셔보고 싶어졌으니까, 괜찮지?"

"부, 부디."


그 말을 듣고 싱긋 웃더니 한 캔만 바구니에 담는 그에게서 조금 떨어져 샌드위치가 놓여 있는 선반에서 하나를 집어들었고, 옆에 있는 보온 케이스에서 코코아도 집었다.

그에게 돌아와 그것을 바구니에 넣는다. 나는 그것만 있으면 충분했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살지 결정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정했어?"

"저, 정했어요......"

"그럼 나도 같은 걸로. 사올 테니까 기다려."


특별히 보고싶은 상품도 잡지도 없어서 밖으로 나갔다. 별을 보러 가자고 숙소를 나왔기에 지금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즐거움이 줄어 버릴까봐 왠지 모르게 위를 올려다 볼 수 없다.

논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불빛도 드문 민가를 보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사람은 생활하고 있구나 하고 실감한다. 일대의 인구는 많지 않기에 짧은 기간만으로도 모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사람이 적은 이 장소라면 나도 타인에게 인식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도시에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타입인 건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말로 시골까지 와 버리니 생각보다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정착한다면 시골이 좋다. 그것은 그와 함께 찾을 장소인지, 아니면 그와 헤어지고 홀로 어른이 된 자신이 언젠가 찾을 안녕의 장소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다렸지...... 으, 밖에 나오니 춥네."

"조금 걸을 건데, 괜찮으세요?"

"그건 아무리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음료는 식을지도."

"그렇네요. ......수통, 가져올 걸 그랬나."


자신의 이변을 깨닫고 캠프를 뛰쳐나와 그대로 그와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비는 두고 오고 말았다. 지금 수중에 있는 장비는 라이플과 약간의 탄약, 그리고 쌍안경 정도. 일단 헤드셋도 가져왔지만 지금은 배낭에 넣어서 숙소에 놔둬서 없다. 전원은 꺼져 있기에 역탐지 같은 걸 당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 수통, 귀여웠지."

"마음에 들었던 물건이라......"

"그렇구나...... 그럼, 갈까?"


고개를 끄덕이고 걷기 시작한다. 목적지인 공원까지 15분 정도, 그 사이 뭔가를 이야기하는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밤길은 최소한의 가로등이 있는 탓에 반대로 밤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한 치 앞이 깜깜했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갔을지도 모른다.


******


민가의 불빛이 멀리 보인다. 그의 눈으로 보면 쌀알 정도로만 보이겠지.

우리가 있는 곳은 그런 멀리 보이는 불빛만큼 작은 가로등밖에 없는 고지대에 있는 공원이었다. 내일 열리는 가을 축제 장소에서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기척도 없다.

숙소를 나왔을 때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하늘 전체를 구름이 뒤덮고 있었고, 검은색 위에 회색을 칠한 듯한 불투명한 답답함만이 퍼져 있었다. 이래서는 별 같은 건 보이지 않겠지.


"별은...... 안보이네."

"그렇, 네요. 마치......"

"마치?"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치 우리 같다고 말하려다, 마지막 순간에 입술을 멈추었다. 기세대로 뛰쳐나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느긋하게 라고 말하는 건 좋지만 그는 불안정한 채로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평온하기만 한 도피행은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다. 그의 앞에서는 겁쟁이로 행동하고 싶지 않다.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나약한 나를 받아주는 것은 그가 아닌 선생님이라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기에.

약한 나를 받아들이는 건 선생님이었고 약한 그를 받아들이는 건 지금의 나다.

적어도 선생님의 몸으로 나약함을 보이는 그를, 키보토스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비굴함과 비관을 억누른다. 나답지 않다고 해도 그를 지키고 옆에 있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이 헌신을 알리고 싶지는 않다. 아니, 아마도 「제가 보이시나요」라며 새하얀 방에서 매달렸던 그때부터 지금의 내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는 걸까.


"모처럼 걸었으니 조금 기다려볼까. 약간은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고개를 끄덕여 답했지만 너무 어두워 그것이 전해졌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근처에 있던 벤치까지 이동해 앉는다. 비 같은 건 내리지 않았는데 조금 습한 목재의 감촉을 묘하게 느꼈다.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미유씨는 먼 곳이 잘 보인다고 했었나."

"......네? 아, 네. 그런 거 같아요."


멍하니 앉아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의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는 살짝 웃고 있다.


"그런 거 같다라. 타인의 시야는 알 수 없단 말이지. 무엇이 보이는지, 어떤 색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뭐가 안 보이는지. 어디선가 어긋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그래서 명확하게 다른 것을 보고 있는 사람은 고독하게 될지도."

"......예전부터 저에겐 먼 것이 보였는데, 주위 아이들에겐 보이지 않아서 이상하다는 말을 듣곤 했어요. 그게 싫어서 조금씩 침울해지고, 생각해보면 제가 혼자가 된 건 이 눈이 계기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눈은 싫어?"

"그럴 지도 몰라요. 자신의 바꾸고 싶은 점은 많이 있고, 그래서 SRT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바꾸고 싶은 점에 구원받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그래도 모두가 있으면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런 곳까지 와도 몸에서 떼지 않고 가지고 있던 라이플을 들어올린다. 감긴 카모플라주용 버랩롤(burlap roll)에 붙은 마른 잎이 떨어진다. 코우사기 공원의 자취였던 그것은 캄캄한 발밑으로 떨어져 이윽고 다른 낙엽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제 가치는 여기에 있어요. 자취가 희미하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비굴하기 때문에 신중하며, 남들 이상으로 잘 보이는 눈으로 표적을 놓치지 않는. 전부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었어요. 그것이 저에게 있을 곳을 마련해 줬어요. ........그것을, 지킬 힘을 줬어요."

"그런 자신을, 좋아하게 됐어?"

"......조금은 좋아하게 됐어요. 저는 여전했지만, 그런 저라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그가 부러운 듯이 웃는다. 차라리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다 해도 나는 여기를 떠나 당신을 혼자 있게 하지 않을 테니까.


"강하네."

"저, 저는 약해요."

"아니, 강해. 나와는 달리 너는 강해. 나는 그렇게 행동할 용기가 없었어. 선생님이라고 불린 그처럼 될 수 없다고 처음부터 포기해 버렸어. 누군가에게 요구받는 나 자신이 되려는 강함은 없었던 거야."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선생님이라는 존재의 이상함은 이제와서 말할 일도 아니다. 실제로 선생님의 도움을 받은 나도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만약 그것이 『어른』 본연의 모습이라면, 나는 평생 『아이』인 채로 남겠지.


"저는 당신이 있었으면 해요. ...... 기뻤어요. 당신이 저를 잊지 않고 있어줘서. 선생님이라서 보고 있었던 게 아닌, 당신은 그런 이유 없이 나를 보고 있어 줬죠. ......그러니 혼자 있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라이플을 놓고 그의 손을 잡는다. 조금 차갑다. 열을 보내듯이 꽉 힘을 준 후 느슨하게 하며 부드럽게 손등을 쓰다듬었다. 내 열이 섞이면 그의 고독을 녹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제 손의 열이 느껴지시나요? ......저는 여기에 있어요."

"따뜻해. ......미안."

"후후......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고독의 괴로움을 아는 사람들이니까. 고독의 구멍을 메우기 이전에 고독으로 생긴 상처를 깨닫는 우리들이니까.

기억을 잃고도 변함없이 상냥한 당신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있을 곳을 찾을 수 있을 거다. 나는 거기에 첫번째로 올라탔을 뿐.


"저기, 그게......"

"무슨 일이야?"

"저를, 당신의 마음에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이쪽이야말로. 내 마음에 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한 그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 보였고, 그 눈동자 속에서 작은 빛을 보았다.

위를 올려다본다.


"아, 별이......"

"정말. 기다린 보람이 있었네."

"......모처럼 보였는데, 별자리 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온 하늘의 별이었다. 차가운 밤하늘, 별의 대해. 내 눈으로도 표면조차 보이지 않는 먼 별들. 구름이 지나가고 마치 기적처럼 빛나고 있다.

그저 올려다보고 있었다. 늦가을 밤은 칠흑같은 밤이 펼쳐져 있어야 할텐데, 어째서인지 그 천장은 푸르게 보였다. 그의 눈에도 비슷한 색으로 보이면 좋으련만.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대단하네. D.U.에선 이렇게는 안 보였어."

"저도 이렇게 맑게 보이기는 처음일지도 몰라요. ......저희는 투명한데, 밤하늘은 이렇게 선명하고......"

"투명하다면, 앞으로 무슨 색으로든 물들거야. 너는 앞으로 어떤 자신이라도 될 수 있어."


가르치듯 말하는 그는 조금 선생님 같았다.


"당신은, 될 수 없나요?"

"......나는 학생이 아니니까. 투명한 채로 있을지도 몰라."


쓸쓸해 보이는 옆모습을 보며,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별이 빛나는 하늘보다 가까이 있으면서 그런 하늘보다도 덧없는 표정의 색이 나의 붉은 눈에 새겨진다.

언젠가 나는 그를 이 밤의 구석에 남겨 두고 잊어버리게 될까.

만약 그런 쓸쓸한 밤이 찾아온다면, 내가 의지할 건 추억뿐이다.


"그래도, 저는 잊지 않겠어요. 제가 먼저 물들어 이 밤하늘처럼 푸르게 된다 해도, 당신이 투명한 채로도. ......반드시, 반드시예요. 왜냐하면 당신은 저를 잊지 않고 있어줬으니까. 기억을 잃어버려도, 저를 보고 있어 줬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사라지지 마세요.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옷을 주름이 잡힐 정도로 잡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심장 소리는 확실하게 들렸고, 이후엔 가을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만이 푸른 밤하늘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했다. 언젠가 모든 기억이 돌아오고 그가 선생님이 된다면. 내 고독은 없어지겠지만 나의 고독을 진정으로 이해해 준 사람은 그 사람뿐이라고 생각해 버렸으니까.

나를 선생님이 투명함에서 구해준 것처럼 내가 그를 투명함에서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나와 당신은 함께 있을 수 있다. 이별 같은 건 겪지 않아도 된다.

미지근한 물에 잠기듯이 서로 상처를 핥는 게 불건전하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 달이 밤의 저편으로 가고 아침이 돌아온다 해도.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갈까."

"네."


둘이 나란히, 라고 말하기엔 조금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앉은 채, 옆에서 술을 마시는 그의 마음에 계속 있을 수 있었으면 했다.


"술, 맛있나요?"

"잘 모르겠어. 맛을 보고 싶다고 하면 안 되니까."

"아우우......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아하하. 언제 한번 같이 마시자."


한번 펼쳐진 밤하늘은 계속 빛나고 있고, 이 밤이 계속된다면 좋을 텐데. 그래도 내일은 와버리니까, 우리의 고독과 충만한 감정을 전부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설령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라도.


"저, 이 시간이 좋아요.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야 버스를 탔을 때도, 좋아한다고 전했던 이 순간도, 오른쪽 어깨에 느껴지는 열량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기에 조금은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 같았다.

뺨에 흐르는 열기가 없었다 해도, 눈이 녹아버릴 것 같은 따스함이 내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준다. 당신도 역시 나의 소중한 사람이라고.


"계속, 제 세계에 있어 주세요."


고마워. 그가 작게 중얼거렸고, 우리를 아는 것은 별과 밤 뿐이었다.

지금은 그저 내일도 당신을 볼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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