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이 당번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하는 노아 양
선생님보다 30분 앞서 출근해 아침부터 환기, 청소, 업무 세팅까지 철저하게 준비함
사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출석률이 높다보니 이런 루틴이 몸에 베인 노아는 자연스럽게 준비하는 것
물론 선생님한테 더 잘보이고 싶어서 몰래 끼부리는 것도 없잖아 있음
그렇게 준비를 다 마치고 선생님이 출근할 무렵...
복도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옴
무슨 소리인고 하고 나가보니 복도에서 게헨나 학원의 미식연구부 동아리 전원이 선생을 둘러싸고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음
선생님은 모두에게 웃어주며 이제 등교할 시간이라고 바이바이 하지만
한 학생만 떠나지 않고 기다림
아카리는 선생 앞에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선생을 바라봄
선생님은 어휴 한숨을 쉬면서 못이기겠다는 양 아카리를 데리고 업무실로 들어옴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노아와 마주침
"어, 노아, 좋은 아침."
"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평소와 같은 아침인사를 나누는 둘
"그쪽은...?"
"아, 여기는 게헨나 학원의 와니부치 아카리야. 아카리, 여기는 밀레니엄 학원의 우시오 노아 양. 둘이 인사할래?"
아카리는 눈웃음을 지은채 노골적으로 노아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봄
"안녕하세요? 게헨나 학원의 아카리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노아입니다."
노아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사무적으로 대답함
둘의 인사 후 선생님은 언제나 일하던 자리에 앉고 아카리는 방 한쪽에 위치한 접대용 쇼파에 앉음
평소 당번이 두명이서 진행하는 경우엔 선생님이 미리 언질을 주었었는데, 자연스럽게 샬레의 접대용 쇼파에 자리앉은 아카리의 모습에 노아가 선생님에게 물어봄
"선생님, 오늘 당번은 두 명이었나요?"
"아, 그런 건 아니고, 지난 번에 아카리한테 내기를 져서..."
"내기라면 어떤..."
"선생님이랑 우동 빨리 먹기 대결을 했는데, 제가 두그릇 패널티로 시작했는데도 선생님이 지셨거든요~"
갑작스레 둘의 대화를 비집고 설명하는 아카리
그런 아카리를 빤히 바라보던 노아는 수첩을 들어 무언가를 메모한다
"그 벌칙이 오늘 하루 종일 날 따라다니는 거라서..."
"따라다니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요? 샬레 내부에서만 한정인가요? 아님 외부까지? 하루 종일의 기준이라면 오늘 자정 24시까지인가요?"
"어..."
갑작스런 노아의 질문 공세에 말문이 막혀버린 선생
"후훗, 그건 제가 알아서 유도리 있게? 할 것 같네요, 노아 양?"
말끝을 올리며 노아에게 싱글벙글 웃어주는 아카리
노아는 그런 아카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수첩에 무언가를 메모한다
"아, 아무튼 그렇게 됐어... 혹시 노아가 불편한 거라도 있니?"
"아, 저는 괜찮은데, 선생님이 힘드실까봐, 걱정이 되네요. 원래 당번 업무 이라는게 그날 지정된 업무에 알맞는 학생을 선생님이 '지명'하시고 협업하는 일이잖아요?"
"음... 그렇지?"
"혹시라도 저희의 업무 도중 사내 기밀이나 보안이 염려되어서 그래요. 심지어 학원도 다르고... 당번 업무하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학생이 있으면, 샬레의 입장에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어..."
노아의 설명에 고민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카리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아하, 그런거군요, 라며 중얼거렸다.
"글쎄요, 노아 양, 학생과 선생 사이에 그렇게 거창한 일까지 하게 될 일은 없지 않을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실제로 '선생님과의 당번 11회차 때' 밀레니엄의 보안 수준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한 적이 있었는 걸요."
손끝으로 입술을 가리고 말하는 노아의 모습에 아카리의 웃음이 잠시 사라졌다 돌아온다.
"후훗, 근데 오늘은 단순 업무일 뿐이잖아요? 밀레니엄 외곽에서 일어난 과학실험 현장에서 폭발 사건에 대해 타 자치구와의 접경 지역이라 샬레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거?"
"어, 어?? 아카리, 알고 있었어?"
"우연히 봤거든요. 방금 들어오면서 선생님 서류에 적힌걸요."
"오... 아카리 눈썰미가 되게 좋구나."
"..."
노아는 감탄하는 선생님을 보더니 노트를 들고 다시 무언가를 메모한다.
"응, 그렇게 되서... 샬레를 비우고 외부로 외출하니... 오늘 같은 업무는 타 학생이랑 함께 도움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그럼 저 학생은 무급으로 일하는 건가요?"
"어..."
"노동법에 어긋나는 데요."
학생들에겐 이상한 곳에서 서투른 선생에게 지적하는 우시오 노아. 아카리는 쇼파에서 일어나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는다.
"전 무급으로 일해도 딱히 상관 없는데요, 선생님? 밥만 잘 챙겨주신다면요☆"
"아뇨, 아카리 양이 아니라 샬레에서 상관 있습니다. 노동법으로 기소되면 골치가 아파서."
"어머, 노아 양은 오늘만 샬레 소속이 아닌가요? '내일' 선생님이 알아서 처리하실텐데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의 선생님이 잠시 고민하더니 해답을 내놓는다.
"그럼 봉사 차원에서 아카리에게 샬레 지정 봉사시간을 주는 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
"봉사라, 좋은 걸요~ 무슨 봉사건 다 좋아요 저는☆"
"..."
노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아카리를 노려본다.
아카리는 그런 노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선생님의 어깨를 두드리며 윙크를 한다.
- 뿌득
"어, 뭔 소리지?"
"아, 죄송합니다. 펜이 고장나 버렸네요. 오래 써서 그런가."
노아는 부러진 펜을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새로운 펜을 들어올린다.
"그럼 출발은 조금 있다 하는 걸로 하고..."
- 띠리리링!
"어쿠, 린쨩이 또... 얘들아 미안해, 잠깐만..."
선생님이 허둥지둥 전화를 받으며 업무실을 나갔다.
"..."
"..."
- 딸깍딸깍딸깍
정적이 휩싸인 업무실에선 노아가 건조하게 키보드를 치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아쉽게 됐네요, 노아 양?"
"네?"
갑작스러운 아카리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는 노아.
"원하는 대로 안돼서 말이에요. 슬프게도 며칠 전부터 선생님과 약속했던 거라... 조금 양해 부탁드릴게요?"
"글쎄요, 뭐가 아쉽다고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다시 모니터를 쳐다보고 타자를 치는 노아의 모습에 아카리가 쿡쿡 웃는다.
"그런가요? 그럼 지금은 그냥 집중이 안되서 똑같은 글자만 계속 치고 있는 건가?"
멈칫, 키보드를 치던 손이 멈추고 노아는 아카리를 바라본다.
아카리는 머릿결을 만지작거리며 태연하게 말한다.
"제가 걸려오는 싸움에는 지지 않는 성격이라..."
노아는 잠시 펜을 들고 무언가를 메모하더니, 다시 모니터를 보고 천천히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아카리는 그런 노아를 보고 우후후 웃으면서 선생님이 떠나간 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2편은 쓸지말지 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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