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소설)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6

슈퍼물라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2:51:13
조회 3123 추천 52 댓글 49
														


20XX년 XX월 XX+43일, 04:20



선생 치료 시작 43일 째, 샬레로 향하는 길 어딘가



"...주인공으로서의 삶은 잘 즐기고 있나, 선생?"


"...너는"


그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선생은 이내 그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프랜시스."


"아주 잠깐 본 사이이지만, 내 이름을 기억해준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이름은 프랜시스, 당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보기 좋게 속아넘어가버린 성난 관객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끝내 내가 원하는 텍스트로 흘러가길 바라는 열성 구독자이자, 그러하기에 그대의 행적을 아직은 그저 관측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관조자이다."


"그렇다!!"


"그러니 다시 묻겠다 선생이여, 주인공으로서의 삶은 잘 즐기고 있나?"


"...나는 주인공이 아니야. 그저 나는 학생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있는 존재,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 자리에 웃음이 피어나게끔 하는 존재, 책임을 지는 존재일 뿐. 나는 주인공도 그 무엇도 아니야. 말하지 않았던가? 그 장르가 해체되든 뒤바뀌든, 우주전함이나 거대로봇을 꺼내서라도 극복해내겠다고 했는데."


"...역시 당신다운 답변이다."


"그렇다!!"


"잠깐 데칼코마니, 개입이 너무 잦다. 아직 내 말이 안 끝났다. 알았나?"


"알았다!!"


얼핏 보기에 하나로 보이는 둘의 모습은 마치 만담과도 같았다. 검은 양복에게 듣기로 프랜시스는 새로운 인격이라고 하니, 아직은 골콩트만큼의 합이 맞지는 않는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뿐이었다.


"아무튼, 역시 당신다운 답변이다. 그 겸손함까지도, 내가 그대에게 속아버린 이유겠지만."


다시 평정심을 찾은 비명지르는 그림이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나도, 한 발 물러서서 이 텍스트를 분석해보았다. 관객이 아닌 비평가로서. 그리고 내가 낸 결론은 하나였다."


"만일 이 장르가 진정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라면, 그 주인공은 물론 학생일 터, 선생 당신은 어쩌면 당신의 말대로 주인공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의견은 존중할 수 있다."


"그렇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선생이여, 당신은 누구인가? 정녕 당신은 스스로의 겸양과 같이 그저 학생들을 도와주는 조력자에 그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당신이 써내려가는 텍스트는 물론 다른 세계의 당신이 만들던 텍스트 역시 나로썬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뭐?"


프랜시스의 말을 진정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인데 라는 표정을 짓는 선생이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이미 2~3일 정도 잠을 자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의식 수준과 더불어 그의 정신력이 슬슬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이 있었기에 어찌보면 자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프랜시스는 절대로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직감이 있었기에 선생은 대화를 멈추고 등을 보일 수 없었다. 골콩트보다 더 위험하다고 평가받는 그이다. 절대로, 절대로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당신은 누구에 의해 이곳에 왔는가? 그리고 당신은 대관절 누구이기에 모든 선택이 모두가 웃는 최선의 결과로 귀결되고, 그것이 학생이라면 그 누구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학생들이 서로를 죽일 듯이 달려들다가도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가?"


"나는 색채를 느꼈다. 그래, 분명히 그것을 느꼈다.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나는 색채를 느꼈다. 그리고 나는 당신과 다른 세계의 당신의 서사까지도 모두 읽을 수 있었지. 그렇기에 선생이여, 내 물음에 대답해다오. 어찌하여 당신이라는 존재는 그 존재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을 행하는가?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이기에 이 시간축에서는 모두가 극복해낸다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시간축에서는 모두가 결과를 예상하는 장르마저도 뒤집어 엎어버리고 화려하게 끝맺어버리는것인가?"


".........."


"글쎄 나도 그건 잘 모르지. 그러나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했던 선택은 그저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했던 결정이었단 거야."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당신이 한 선택 중 그 무엇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절대로 지금의 당신과 당신의 세계는 존재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서 당신은 그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말하는 어른이 정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읽고 보는 관중들이 그것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시점에서 그것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선생이여.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정하고 있지만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선을 추구하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전능하다. 당신이 그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내린 선택은 그것이 무엇이든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내린 결정은 뭐지? 결론을 다 내려놨다면 빙빙 돌려말할 것 없이 결론부터 이야기해줬음 좋겠는데, 내가 잠을 못 자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건 조금은 무리일 것 같거든."


반쯤은 사실이었지만, 남은 반쪽에서는 이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이 본인의 상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있었다. 프랜시스의 말은 어쩌면 내가 해온 행동들에 한없이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의 시로코에게 이미 들은 적이 있다. 그 세상의 나 역시 크게 다른 선택을 해오진 않았다고. 그렇다면 어디선가, 아주 사소한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 색채에 반전된 아이들과 멸망해버린 키보토스라는 것.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이며 '리스폰' 이라든가 '인서트 코인 투 컨티뉴' 같은 개념따위 없는 '망겜'을 해왔다는 것 역시 아주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좋다. 이제 나는, 당신을 더는 주인공이라 칭하지 않을 것이다.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완전무결하고 지극히 선하며 가늠할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당신은 어쩌면 주인공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이제부터는 다른 호칭으로 칭할 것이다."


"당신은, 학생의 구원자이지만 그 어떠한 설명도 제시되지 않았다. 당신을 부른 자는 어떠한 자인지 알 수 없다. 당신의 '불가해한 상자' 역시 어째서 당신만이 조작할 수 있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의 카드 역시 어디서 온 것이며 왜 당신이 가지고 있는지 나로썬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신과 당신을 불러온 자는 그 존재자체만으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군이 되어준다. 친애를 표한다. 오직 '당신'이라는 이유가 개연성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선생이여, 당신의 말대로 당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면, 당신을 부를 수 있는 호칭은 오직 '신'이라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뭐?"

                                                               기계장치 위의  신

"당신을 오로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오직 그 뿐이다."


일순간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신'이라는 선언이 머리를 강하게 때린다. 


~~~


"...궤변이야."


잠시간의 침묵 끝에 선생이 내놓은 답은 궤변이라는 말로써 그것을 논파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키보토스에서 총알 한 방으로도 무력화될 수 있는 존재, 네가 말하는 신처럼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틀렸어. 나는 일상처럼 일어나는 테러에도 안전을 위협받고 아이들이라면 큰 상처 없이 일어나는 폭발일지라도 나에게는 치명적이야. 정말 내가 네 텍스트 상의 신이라면 그럴 순 없겠지."


"좋은 반론이군, 허나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든 선생 당신의 존재로 모든 것은 그 극복의 과정에서 개연성을 가진다. 나는 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텍스트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럴듯하게 꾸미고 관객을 속였지. 허나 관객이 아닌 비평가로서 그것을 볼 때 나는 다시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선생이여, 당신이 말하는 당신의 한계가 바로 이 이야기에 부재한 것처럼 보였던 최소한의 '개연성'을 꾸며주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일지라도."


"그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신이 아니라는 거야. 나는 그저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바람직한 어른이 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당신은 이미 위에서 내가 했던 질문에 그 무엇도 답하지 못했다. 당신이 개입한다면 그것이 사람 간의 갈등이든 세계 멸망의 이야기이든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오로지 당신이 존재하기에, 당신의 행적이 있기에 그것은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그 전지한 능력을 일신의 영달을 위해 쓰지 아니한다. 한없이 선하며 끝없이 전능한 당신이 신이 아니라면 누가 신이라는 말인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앞서 했던 생각은 철회다. 이제는 1분이라도 빨리 이 대화를 매듭지어야 했다. 궤변이라고 답했지만 어느새 슬슬 페이스에 말리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선생이었다. 게다가, 과거의 일을 지속적으로 끄집어내는 프랜시스로 인해 슬슬 머리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이 이상은 안돼...저 녀석 앞에서라면 더더욱 쓰러질 수 없어...버텨야해...무너지면 안돼...절대로...'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 이야기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신이 매달린 그 기계장치를 부수어 당신을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고자 하였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주어진 취약함이라는 이름의 개연성을 확인한 순간, 나는 이 세계의 작가에게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대, 기계 장치의 신이 어떻게 인간을 타천하는지를 직접 지켜볼 것이다. 그러니 선생이여, 이번에야말로 파국을, 절망을 향해가는 엔딩을 지켜볼테니, 당신의 전부를 보여다오. 이번엔 부디, 당신의 관객들에게 깊은 만족을 선사해다오!


"그렇다!!"


말을 마친 프랜시스는 이내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는 거리에는 다시 선생만이 남았다.


"불쾌, 타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어법이었습니다."


"우으...아무리 색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너무 무례한 것 같아요. 그쵸 프라나 쨩?"


"아로나 선배. 일어나셨으면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아아아아아 프라나 쨩 한 번만 봐주면 안될까요...?"


".........."


어느새 만담이 되어버린 둘의 대화에도 선생은 웃을 수 없었다. 이를 먼저 눈치챈 것은 프라나였다. 


"선생님. 마음을 굳게 먹으셔야 합니다. 아로나 선배와 제가 선생님을 보좌할 것입니다."


"아, 아앗 맞아요 선생님! 저희가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테니까요! 저 기분나쁜 초상화가 하는 말은 잊어버리자구요!  자자, 어서 집으로 가요!"


"아하하... 그래, 그러자."


'고마워 아로나, 프라나.'


~~~


20XX년 XX월 XX+43일, 12:46


선생 치료 시작 43일 째, 샬레 숙직실


"끄으으응...."


숙직실에 들어온 것은 6시가 다 되어서였고, 밤새 몸에 베인 비와 전장의 흔적을 씻어내고 침대에 누운 것은 7시가 넘어서였지만, 밤잠, 아니 아침잠을 설치느라 날린 시간을 빼면 실질적으로 그의 수면시간은 4시간이 겨우 넘을 정도였다.


"하아..."


싯딤의 상자로 눈을 돌린다. 대기모드로 들어가있는 화면으로 보아 둘 역시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신이라...신...기계장치의 신..."


프랜시스가 이야기한 개념은 이미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주 먼 옛날 그리스에서 펼쳐지던 연극은 대다수가 그런 장르였다고,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신이 내려와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며, 그 신을 연출하는 방법이 기중기를 통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었기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그럴리가 없잖아... 신이라니...'


프랜시스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어이없음'이었다. 누구보다 이 세상에서 취약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심지어 상대적으로 어린 학생에게 완력으로 밀리는 사람이 '전능'할 리 없잖은가. 그렇기에 샬레로 오는 그 순간까지도 그저 그것은 '색채 광선을 잘못 쬐어 마음이 아픈 아이'의 '안타까운 소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자고 일어나서도 그 이야기가 여전히 머리에 남아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요, 그것을 곱씹어볼수록 점점 그 이야기의 무게감을 느끼게 된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어찌 보면 프랜시스의 말은 그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제외한다면 적지않은 부분에서 사실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떠한 경우에는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단 하나의 실수라도 없었기에 나의 학생들은 모두 웃음지을 수 있었다. 잠시 울고 있더라도, 잠시 심연으로 떨어지더라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밝은 얼굴로 그 앞에 나타났고, 또 지금 당장 심연에 있는 아이들이라도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단 하나의 실수도 없었기에.


'만약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총학생회장과의 대화에서, 그는 내가 다시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나를 믿어주었다. 어쩌면 지금의 전개 역시 총학생회장이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앞으로도... 단 한 차례의 실수 없이 선택을 이어간다라...'


"우..우웁! 커헉!...쿨럭..."


그리고 마음 한 켠에서는 이러한 강박이 24시간 3교대 근무를 돌리고 있다는 점이 지금 선생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불쾌감의 실질적인 원천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단 하나의 분기점도 실수할 수 없기에, 실수한 분기점, 혹은 과정에 있어서의 돌발상황으로 인해 귀결된 결말이 불러올 여파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총 수면시간 4시간 17ㅂ.... 선생님?! "


"콜록콜록...우우웁.....으아...허어업..."


그리고 그렇게 헛구역질을 이어가던 선생을 급히 부른 것은 프라나였다. 다른 세계에서 건너와 그 쪽의 나와 함께 수많은 일을 성공해냈을 것이다. 단 하나의 분기가 나와 달랐거나, 거기서 무엇인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뿐. 


"ㅍ, 프라나..."


"구호기사단이 부담되시면 응급의학부를 부르겠습니다. 심장박동과 혈압이 모두 이상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처치가ㅡ"


"ㄱ, 괜찮아...쿨럭... 아직은..버틸만...해...이건...어디ㄲㅏㅈㅣ...ㄴ..."


그러나 그 선택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곧 나의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선생님 제발!!"


"쿨레흐윽?!"


"선생님은 정말...이해할 수 없습니다...대체 어째서!!"


"하아..하아..프라나...?


"저를 배려해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그치만...그치만...!"


다음 순간 프라나의 눈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저를 배려한다고 모든 것을 안고 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눈치가 보여 선생님의 괜찮지 않은 건강마저 괜찮다고 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그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프라나의 이런 감정적인 모습을 본 것은 싯딤의 상자에 프라나가 합류한 뒤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선생님 속 심연을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아픔을 나누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치만...흐으으윽...그치만!"


"그치만 제발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마시란 말입니다...그러다 어느 날 훌쩍 변해버리는 것이, 저희를 떠나버리는 것이 제일 두렵단 말입니다...흐윽......."


"프라나..."


"어째서...그러시는 것입니까...흐으윽...흑...으아...으아아아아앙...."


작은 화면에서 프라나가 서럽게 우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프라나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도 직관적이었기에, 그리고 그럼에도 선뜻 그렇게 하겠노라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손가락을 프라나의 양 어깨에 지긋이 눌러 마치 어깨를 토닥이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것 뿐이었다.


다만 그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언제까지고 혼자서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 최소한 두어가지는 분업이 필요했다.


~~~


20XX년 XX월 XX+43일, 13:15


선생 치료 시작 43일 째, 샬레 숙직실


"좀 진정되었니 프라나?"


"훌쩍...긍정...훌쩍..."


"미안해 프라나. 나는 프라나가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할 줄은...아니 정확히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더욱 선뜻 말을 하지 못했던 거야. 그게 자칫 프라나에게 있어서는 아픈 과거의 반복일지도 모르고 굳이 끄집어내지 말아야 할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이 될지도 모르니까. 나를 이해해주겠니?"


"...긍정..."


"그치만... 프라나 네 말도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해. 너무 나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질 수는 없겠지. 그래서 일단은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


"지시를 따르겠습니다...훌쩍..."


"그래 그럼 총학생회의 린에게 전화를 걸어줄 수 있겠니? 직통 회선이 하나 있을거야."


"...확인."


"그리고 코 한번 풀자. 흥해봐 흥!"


"확인...흥...흐응...."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특히 헤일로가 깨진 학생들은 더더욱...'


프라나의 코를 풀어주며 다른 이들과 협업해야 할 두어가지를 생각하는 선생이었다.


~~~


흔히 게마트리아를 보고 이런 비유를 많이 하더군요. 검은양복은 뉴들박을 시도하는 핵과금러, 마에스트로는 일섭 한섭 같이 돌리는 무과금러(어른의 카드 처음 보는 뉘앙스), 골콩데칼은 둘이서 한 계정 돌려쓰는 애들, 베줌마는 분탕충 정도로요. 근데 골콩트가 죽어버렸으니(=폭사했으니) 그 자리를 채워버린 프랜시스에 대해 어떻게 캐릭터성을 부여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는 어떻게 보면 스안분 포지션이고 어떻게 보면 다음 화 빨리 내놓으라고 피카츄 협박하는 유저 정도로 설정해봤습니다. 근데 쓰다보니 학생들 모티브 꺼라위키에 꾸준히 편집하는 컨셉집착러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좀 걱정도 되네요.


어쨌든 프랜시스의 입장은 선생의(그리고 여러분의) 입장과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게임을 실제 플레이하는 여러분과 달리 게마트리아는 선생을 그저 지켜볼 뿐이니까요. 그들의 눈에는 태블릿으로 띡띡 하고 카드 슥슥 긁으니 학생들이 미친듯이 스킬 넣고 어디서 활동보고서에 강화석에 막 튀어나오니까 '저봐 저저 사기캐다'라고 생각할 여지 역시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의 카드의 존재를 잘 아는 검양이나,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선생에 대한 호감작이 잘 된 마에스트로야 '역시 우리 센세야!'라고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1장 최후반부에 등장한 프랜시스는 '뭔데 이 사기캐는'라고 할지도 모를 것이고요. 


사실 저런 개념을 어디서 막 끄집어오다보니 이번 화 업로드도 늦어버렸습니다. 온리전도 지금 티켓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데, 이러다가 이번주는 2회 연재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압박을 받아버린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다보니 스토리 진행에 밀려 센세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 보여주는 장치가 많이 안 보이는 듯한 반응도 있어서 이 부분은 앞으로 전개할 때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네요. 내일만 지나면 또 금요일이기도 하고요. 모쪼록 주말 잘 보내시고 온리전에 가시는 분들은 기회가 된다면(그리고 제 티켓이 부활한다면) 꼭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52

고정닉 3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870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2865 AD 호요버스 신작 <젠레스 존 제로> 7월 4일 오픈! 운영자 24/06/05 - -
11308001 공지 호출기 1호 [98] ㅇㅇ(118.235) 24.05.27 90956 216
10256626 공지 현재 진행중 / 진행 예정 이벤트 모음글 [15] 오토매틱깡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6 61803 59
11245958 공지 한국서버 미래시 관련 정보 [10] 바위여왕아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23 41980 21
10528752 공지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 공지 (2024.04.15) 개정판 [3] 호감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07 28837 14
10386680 공지 블루 아카이브 갤러리 정보글 2.0 📖 [32] 바위여왕아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6 108336 15
11016343 공지 블루아카이브 갤러리 각종 정보글 모음 [5] solhar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25933 13
10526521 공지 ❗+블루아카이브 애니메이션 시청 완벽 정리❗+ [5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07 68222 195
11192042 공지 [중계공지]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 중계 [57] kai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19 21058 58
9292130 공지 블루아카이브 갤클리스트 모음집 (2024/02/28) [1] 호감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9 61964 17
9847062 공지 기부 관련 정보글 모음집의 모음집 [1] 매실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2.13 47762 22
9272984 공지 갤 내에서의 굿즈 교환 및 대리수령에 대한 공지 [3] 유다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8 52032 27
11505572 일반 히마리만 뽑자고 MK울트라프로젝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6 4 0
11505571 일반 어과초때는 한정뽑으라고 점검하고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6 18 0
11505570 일반 아직 안열렸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44 0
11505569 일반 이미 뒤진 카페 6시단 같이 뒤져주세요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22 0
11505568 일반 주작 결과 당첨자 [6] Auto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62 0
11505567 일반 점검 개빡치는점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53 0
11505566 일반 저번에 하루종일 점검한 이후 얼마나 됐지 Fill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24 0
11505565 일반 아니 근데 진짜 쓰담날아가는건 왜 보상안해주냐??????????? [3] 린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63 2
11505564 🗾JP 왠지 일섭도 해서 다행이네 ㅇㅇ [1] Nove12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44 0
11505563 일반 냉동피자 VS 피자스쿨 [8] 코코나교관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45 0
11505562 진짜임) 결국 호시노를 수박으로 만들고 수영복을 뺏은 노노미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50 0
11505561 일반 근데 우유롤케잌 2만원이면 미카롤케잌의 10배는 맛있는거 아님? [1] 돼지야이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21 0
11505559 일반 대항전 티켓충전 중독된거같은데 어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8 0
11505557 패배한 아리스 [2] ㅆㄲ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34 0
11505556 일반 얘네들 3월~4월 넘어가는 날에도 한번 이랬지 않나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55 0
11505555 일반 청휘석 복사급 버그였음? 뭐임 왤케 안열림? ㅇㅇ(221.141) 19:25 13 0
11505554 일반 와카모 피규어 앞머리 이런놈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33 0
11505553 📺️애 투?표) 애니 이오리 다리 핥는 장면 .jpg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54 0
11505552 일반 대체 뭔일이 있었길래 2시에 끝날 점검을 여태함 ㅇㅇ(211.226) 19:25 12 0
11505551 일반 8시 쯤에 오겠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8 0
11505558 일반 백화요란 메인스토리 하나도 보지않고 이벤트 미션깨기 디시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7 0
11505549 일반 마리랑 야스하기 vs 100만원 받기 [10] MisoNo_Mik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64 0
11505548 일반 용하형 사료 많이 뿌려줘 ㅋㅋ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34 0
11505547 일반 간만에 점검 병크 터트리네 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28 0
11505546 일반 똥아로나야 ap알람 그만 보내거라 [8] zero7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66 0
11505544 일반 나 아침에 암생각 없이 특임으로 ap 썼는데 내가 승리잔가? [1] 오직시로코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33 0
11505543 일반 김용하 뭐해! 코키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20 0
11505542 일반 용하 저녁밥먹냐?? 래빗소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11 0
11505541 일반 10시오픈하려나 [8] solhar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81 0
11505540 일반 아직도 안열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30 0
11505539 일반 나기쨩 롤케익 크림의 비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33 0
11505538 일반 10시 전까지는 열도록 증대현의뚝떨어지는직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15 0
11505537 일반 스팸튀김 맛 좆이네 진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39 0
11505536 일반 포간충 아닌데 이건 꼴리네....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56 0
11505535 🗾JP 브리태니커 대백과에서 정의하는 ”섹스“ [5] 나의소중한공주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59 0
11505534 일반 점검하게 만드는 버그 내는게 웃기긴 하다 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38 0
11505533 📃번역 핫산) 아루짱이 선생님과 데이트를 한다고?! 세미나 참전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74 1
11505532 일반 🔞쉿❗+ 엄마몰래보세요❗+ [6]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154 5
11505531 일반 김용하의 평생 노예되기 주작 결과 [7] Auto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4 6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