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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읽어볼만한글-영화 '밀양'에서 보는 기독교 용서의 보편성과 실존의 고통

테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5 17:20:59
조회 207 추천 3 댓글 4
														

영화 '밀양'에서 보는 기독교 용서의 보편성과 실존의 고통 < 주원규의 영화·드라마 속에서 읽는 기독교 < 연재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newsnjoy.or.kr)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의 연재글


영화 '밀양'에서 보는 기독교 용서의 보편성과 실존의 고통

[주원규의 영화·드라마 속에서 읽는 기독교] 용서를 향한 과도한 욕망과 보편적 교리의 무정함


(전략)

'밀양'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재앙의 당사자인 피해자가 마주한 실존의 비극이다. 영화는 피해자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인생의 단 하나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아들을 잃은 엄마의 시점에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도연 배우가 맡은 신애의 세계와 영혼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사건, 그 엄청난 사건 앞에서 존재가 신을 찾는 방향과 방식은 일반론 혹은 보편론의 시점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야 한다. 그 전혀 다른 지점에서 비극을 일으킨 가해자와 그 비극의 직접적 피해자가 된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기독교가 말하는 용서는 어쩌면 그 모순의 극한에 빠져든 실존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할지도 모른다. 분명 조심스러운 접근이지만, 기독교는 실존의 비극 앞에서 보편적 원리인 죄와 구원, 용서를 말한다는 게 모순이란 사실을 긍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말하는 용서는 다분히 보편적 적용의 원리로 제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결국 그 보편성이 실존의 현실에 육화되어 펼쳐지는 경우 더는 효용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용서의 보편적 적용을 잣대로 기도하는 것, 공감해 주는 것, 심지어 교과서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위로하는 모든 말이 무력해지는 것이다. 아니, 무력을 넘어 그것은 폭력이다.


영화 '밀양'으로 돌아와 보자. 실존으로서 신애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심연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는가. 감히 말하건대 그녀의 고통은 처음부터 이해와 공감의 차원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신애의 곁을 지키며 지켜보던 종찬 역시 그녀의 세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앞서 말한 폭력은 교회와 교회 구성원의 자만과 만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신애의 실존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것처럼 힘주어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하는 교인들. 그들 역시 각자의 인생에서 겪은 말도 안 되는 실존의 고통과 모순 앞에서 당황하며 어이없어하고 영혼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들을 가졌지만, 그 모든 게 신의 뜻이라는 철저한 믿음의 고백으로 회피하고 뭉개 온 것이다. 신애가 교인들과 달랐던 점은 실존의 고통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기엔 자신이 겪은 상황 자체가 너무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그뿐이었다.


신애에게 강요한 또 하나의 폭력은 용서의 폭력이다. 하나님의 용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 이 엄숙하고도 성스러운 보편적 교리가 제시한 절대 극복의 사랑이 절대 용서로 돌변하고 만다. 신애가 아들을 유괴한 유괴범을 용서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건 보편적 용서를 향한 과도한 욕망과 그 욕망이 당연한 하나님 사랑이라고 펼쳐 놓은 보편적 교리의 무정함에 있다.


오해는 말자.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의 보편성을 거부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은 분명 고귀하고 거룩한 기독교의 불변 가치다. 하지만, 용서의 보편성을 받아들이는 것과 자신 앞에 놓인 실존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고통은 고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실존적 현실을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진짜 용서가 아니다.


어느덧 10주기를 맞이한 세월호의 슬픔이, 2022년 가을 재앙처럼 몰아닥친 이태원 참사의 고통이 우리 사회 안전과 평화의 상식적 마지노선을 우습게 짓밟았다. 우리가 서로를 위무하고 함께해야 할 것은 실존의 극한적 고통 앞에 선 이들의 끝을 모르고 주저앉는 아픔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우리의 불안한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 비극의 징후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 우리 양심, 우리 제도가 개선해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참된 용서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진정한 기독교적 용서는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는 솔직한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 '밀양'은 어려운 숙제처럼 보편적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에 관한 실존적 질문을 요청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지 제법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정한 기독교적 용서는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는 솔직한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난 이 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나 자신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감히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다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고 넘겨짚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음 내가 알지 못 하는 수많은 일들과 상황이 있을테니...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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