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심보선앱에서 작성

수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1.26 16:14:32
조회 558 추천 5 댓글 0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심보선

오래된 습관을 반복하듯 나는 창밖의 어둠을 응시한다, 그대는 묻는다, 왜 어둠을 그리도 오래 바라보냐고, 나는 답한다, 그것이 어둠인 줄 몰랐다고, 그대는 다시 묻는다, 이제 어둠인 줄 알았는데 왜 계속 바라보냐고, 나는 다시 답한다,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그대는 내 어깨 너머의 어둠을 응시하며 말한다, 아니요, 당신은 멀쩡히 깨어 있어요, 너무 오랜 고독이 당신의 얼굴 위에 꿈꾸는 표정을 조각해 놓았을 뿐

이 밤에 열에 하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열에 하나는 무척 외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열에 하나는 흐느껴 울기도 한다, 이 밤에 그대와 내가 이별할 확률(=0.1*0.1*0.1)을 떠올리면 내 얼굴은 저 높이 까마득한 어둠 속 백동전으로 박힌 달 표면처럼 창백해진다, 나는 다만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시간의 완곡한 안쪽에 웅크리고 누워 잠들고 싶은데, 지금 나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잊고 번민으로 오로지 번민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병든 개와 모든 풋내기가 그러하듯 나는 운명앞에서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대를 오랫동안 품에 안았으나 내 심장은 환희를 거절하고 우울한 예감만을 가슴복판에 맹렬히 망치질 하였다, 우연이란 운명이 아주 잠깐 망설이는 순간 같은 것, 그 순간에 그대와 나는 또 다른 운명으로 만났다, 그러나 운명과 우연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있다 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지금 서로의 목전에서 모래알 처럼 산지사방 흩어지고 있는데

그대에게서 밤안개의 비린 향이 난다, 그대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 어둠 속 내륙의 습지를 돌아와 내 눈동자에 이르나 보다, 그대는 말한다, 당신은 첫 페이지부터 파본인 가여운 책 한 권 같군요, 나는 수치심에 젖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묻는다 여기 모든 것에 대한 거짓말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진실이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덜 슬프겠는가, 어느 것이 먼 훗날 불멸의 침대 위에 놓이겠는가, 확률은 반반이다, 확률이란 비극의 신분을 감춘 숫자들로 이루어진 어두운 계산법이 아닌가

눈을 떴을 때 그대는 떠났는가, 떠나고 없는 그대여, 나는 다시 오랜 습관을 반복하듯 그대의 부재로 한층 깊어진 눈앞의 어둠을 응시한다, 순서대로라면, 흐느껴 울 차례이리라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공지 낭독 갤러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 태어나고싶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24 791 0
887 멍하니 멎다 [1/1] Paul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5 0
874 연습 낭독) 김수영 - 너를 잃고 쇠안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6 40 0
871 낭독) 저는 .. 입니다. 쇠안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4 58 0
863 생활 / 이시가키 린 Ghost(211.55) 23.12.11 40 0
862 참대 - 하기와라 타쿠타로오 Ghost(211.55) 23.12.11 28 0
861 윤동주 - 서시 Ghost(211.55) 23.12.11 40 0
860 윤동주 서시 낭송 영상 [1] 낭갤러(211.234) 23.11.16 86 0
859 상생 미래세(61.75) 23.10.14 21 0
858 이별은 슬프지 않았다 ㄱ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30 25 1
856 노금할꺼 KILLUS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1 25 0
849 김수영 - 사령 (세번째 연습)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20 48 0
848 에라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6 39 0
84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6 25 0
846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6 22 0
845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6 27 0
844 사령 - 김수영 (두번째 연습)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6 35 0
841 자작) 철을 지나는 아이 (낭독 올림)수정1)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5 50 0
840 세상 읽는소리 [5/2] ㅇㅇ(58.224) 23.01.02 65 0
838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0000(122.254) 22.12.04 61 4
837 푸쉬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81 0
836 편지 - 김남조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46 0
835 윤동주 - 편지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183 0
834 김수영 - 사령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49 0
833 재연습) 김수영 - 풀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6 44 0
830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ㅇㅇ(116.120) 22.10.22 89 0
817 자작 시) 별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31 57 0
779 재연습2) 김수영 너를 잃고,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6 41 0
778 김수영 - 풀 [1/1]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6 51 0
754 자작 시) 시인은 칼을 지르는 사람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03 89 3
753 자작 시) 빨갱이 같은, 대가리 꽃밭 가있는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03 74 0
740 너가 반짝이던 겨울에서 사자(112.187) 22.07.28 42 0
727 잊었던 밤 김소월 ㅇㅇ(175.223) 22.07.24 109 0
726 편지 ㅇㅇ(39.7) 22.07.12 98 0
725 동행 ㅇㅇ(175.223) 22.07.09 92 0
720 같은 시 낭독 연습) 슬픈 환생 - 이운진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11 33 0
717 같은 시 낭독 연습) 김수영 - 너를 잃고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11 44 0
645 자작) 코스모 틴에이지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16 70 0
595 ㅇㅇ(119.69) 22.04.29 39 0
587 낭독 야무지게 해봅시다 ㅇㅇ(223.38) 22.04.09 53 1
575 프랑소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04 64 0
561 자작) 로맨틱 토일렛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2 90 3
559 낭독 ㅇㅇ(175.223) 22.01.23 102 1
557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ㅇㅇ(39.7) 22.01.15 180 2
552 그녀의 꿈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25 60 0
551 그녀의 꿈 ㅇㅇ(39.7) 21.12.22 89 0
550 슬픈 환생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16 58 2
548 기형도 시작식 메모, 낭독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11 61 0
545 기형도 詩作 메모 (1988.11) ㅇㅇ(116.120) 21.12.04 115 4
539 눈이 부시게 낭독 임해랑(14.38) 21.11.06 45 2
536 어린왕자 낭독해봤습니다. ㅇㅇ(124.58) 21.11.02 67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