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독자는 지금 현실도피를 하고 있음. 지금 벌어지는 일이 다 꿈이라던가 뭐 그런게 아니라 현실이 멸살법의 세계로 덧씌워지고 과하게 적응해서 행동하고 있단 말이야

이건 이미 김독자는 "다시 읽기" 이후로 현실이 아주 개박살나버렸다는 걸 의미함. 현실에 의미가 없이 걍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그 하루하루의 동력이 멸살법이었기에 기존의 현실보단 지금 멸살법이 적용된 현실이 더 낫다 생각하고 있는거지.

근데 과연 그게 옳은 상황일까? 난 그렇게 생각 안함. "다시 읽기"의 진실을 깨달은 이후 김독자는 한번도 수경씨와 대화한 적도 없고, 사건의 진상도 "그냥 그렇게 된 것이었다"고 대충 받아들이고 넘어감. 여전히 기존의 현실과 지금 바뀐 세계의 자신이 유리되어 있다는 듯이.

즉 원인까지 짚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김독자의 현실도피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이 하나도 안되었다는 말임.

싱숑의 전작을 읽어본 입장에서 싱숑은 분명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쓸거라 확신함. 그리고 기존의 "다시 읽기" 챕터같은건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라 하기엔 너무 부족했고.

그러니까, 한번 더 김독자의 인생을 "다시 읽기" 하고, 그 후에 트라우마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서 그 후에 다시 선택하게 해야한다고 봄. 트라우마가 해결되었으면 김독자의 인생은 멸살법과는 무관한 삶이 될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독자는 유중혁이 있는 세계를 택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질거라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꼭 해줬으면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