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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스포) <달과 6펜스>를 읽고

독갤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1 22:02:58
조회 357 추천 1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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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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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는 구매한지 제법 된 책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알라딘 중고셀러분한테 다른 책들 사다가, '배송비도 아까운데 묶어서 살만한거없나?' 라는 생각으로 다른 책들도 찾아보다가, 제목이 익숙한 이 책을 같이 구매하지않았나 싶어요.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 책에 슬픈 전설이 있어서 한동안 구석에 넣어놓고 안 읽다가, '책이 무슨죄가 있나' 싶어서 꺼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이 민음사 전집기준 328p라 분량이 어마어마한 책이 아니기도한데, 한 번 읽으니 너무 재밌어서 멈출수가없더라구요. 이런 책은 진짜 오랜만이라, 앉은자리에서 커피마시면서 완독까지 끝내고왔습니다. 재밌게 읽은책이라, 감상문 아닌 감상문을 짧게라도 써보고싶어서 감히 아주짧게 써봅니다.



감상문



처음에는 줄거리를 주절주절 쓰면서 본문도 인용해보고 써봤는데요, 그렇게하니 스트릭랜드라는 이 인간을 설명하는 맛이 안나더라구요. 고이즈미 신지로 선생님의 말씀대로,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지가 않아 가볍게 요약만합니다. 



'아아~ 그림하고싶다~.' 라고 하더니 은행원으로 잘 살다가 가족 버리고 파리로 도주 + 거기서 자기 도와준 친구 아내를 자기도 모르게 꼬시기 + 친구 아내 자살하게 만듬 + "그 여자가 잘못한거잖아?" (실제로 한 말) 쓰고나니까 뭔가 좀 어지러운데, 이 사람이 본인 몸도 안돌보고 그림만 그리는거보면 그림에 진심인거는 확실해보입니다. 후반부에서보면 나병에 걸려서 몸상태 난리났는데도 그림그리는거보면 진짜로 그림이 몸을 지배한 사람같아요. 하는 행동들이나 말을보면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평가가 아주 정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에 몰빵한 미친놈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당연히 주인공이나, 주인공이 쓴 글을 읽고있는 저희들이나, 스트릭랜드를 이해하는건 쉽지않은일입니다. 주인공만해도 '아, 죽여버리고싶네?' '때리고싶네?' 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거든요. '이건 좀 아니지않나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트릭랜드의 작품에 대한 평가들도 크게 와닿기보다는 그저그런느낌으로 표현되거든요.



그런데, 파리에 있던 주인공의 친구 '스트로브'의 아내가 죽고 난 후 나오는 스트릭랜드의 작품에 대한 묘사들과, 스트릭랜드가 사후까지 살았던 타히티 사람들의 얘기들, 주인공의 의사지인의 이야기, 그의 정물화를 본 후 주인공의 독백, 그리고 스트릭랜드의 전 아내가 하는 행동들... 이런것들이 후반부에 몰려오는데 이것들을 읽고나면 앞에서 읽으면서 했던 스트릭랜드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나, 여자들에 대한 평가의 옳고그름을 따지는건 차치하고, '예술이라면 이래도 되는거 같기도하고...?' 싶은 생각? 게다가 스트릭랜드는 사후에 재평가받고 날아오른 대화가잖아요? 말그대로 쇼 앤 프루브를 했다는 사실이 받쳐주니 참 묘한느낌이었습니다.



묘하게 <광염 소나타> 가 생각나는 느낌이었는데, 후반부에 이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다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알려주시면 참 좋을거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중반부랑 후반부에서 느낀 '스트릭랜드' 라는 인물의 평가가 확 바뀌어버린거같아 이런 느낌이 좋았습니다.  길게 써보려다가 최대한 짧게 써놔서 오히려 중구난방인 느낌이긴한데, 300p 정도 되는 적당한 책이라, 생각있으신 분들을 읽어보시고 평가해주시면 너무 좋을거같아요. 감사합니다 :)




"그림을 봤네. 진짜 예술 작품 말일세. 나는 감히 손댈 수가 없었네. 겁이 났어"

(p.190, 스트릭랜드가 그린, 자살한 자신의 아내의 누드화를 보고) 



"후회해 본 적은 없었나?"

"아니, 단 한 번도 없었네. 먹고살 만큼은 버니까. 난 만족일세. 죽을 때 까지 지금처럼만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라지 않겠어. 지금까지 아주 잘 살아왔네"

(p.257, 의사로서의 성공을 포기하고, 알렉산드리아에 정착한 지인과 주인공의 대화)



방바닥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사방의 벽이 기이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중략)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중략) "맙소사, 이건 천재다" 이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다.

(p.294, 스트릭랜드의 최후의 작품을 본 의사 쿠트라)



방에 들어갔다. 금방 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참동안 그림을 바라보았다. 망고, 바나나, 오렌지, 그 밖에 이름 모를 과일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그림이었다. (중략) 거기에는 이상하게도 생명이 숨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 세상 만물의 형상이 영원히 고정되기 전, 어두웠던 창세의 시대에 창조된 것처럼 말이다. (중략)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모든 것, 행복한 인간 관계와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기쁨에 집착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앞에서는 경악하여 움츠러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또한 무섭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선악과처럼, 미지의 것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윽고 나는 돌아섰다.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비밀을 무덤에 묻어버리고 말았다, 라고 생각하며.

(p.301, 스트릭랜드의 정물화를 본 주인공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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