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감상] 책읽고 나서 다 까먹는데 정상임? - <문학의 건망증>

ㅇㅇ(182.208) 2024.05.19 09:59:42
조회 1332 추천 20 댓글 7
														


<향수> 작가 파크리트 쥐스킨트의 10여 쪽 남짓의 아주짧은 단편,

<문학의 건망증>을 읽고..

(깊이에의 강요 단편집에 수록)


ㅡㅡㅡㅡㅡㅡㅡ


누구나 책을 읽다보면 읽는 도중에 앞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다 읽고 난 후에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등,

책을 읽고 내용을 망각하는 경험을 자주한다.


이 짧은 단편 역시, 주인공이 책을 읽고 망각하는 장면과 망각에 대한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ㅡㅡㅡㅡ

주인공은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그 책을 집어 읽었다.


그런데 하필 다른 사람이 이미 읽고 물음표, 느낌표, 밑줄표시와 같은 메모가 있는 책이었다.


메모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고 읽다가,

주인공은 감명깊고 참신하다고 생각한(심지어 이미 읽은 책인데도!) 부분에 표시를 하려니

마침 메모를 해둔 사람도 동일한 부분에 밑줄이나 느낌표를 해둔게 눈이 들어왔다


독서의 막바지에, 파도와 같은 감동이 밀려와 자신의 감상을 쓰려하자, 익숙한 필체로,

자기가 느낀 바와 똑같은 감상내용이 쓰여있었다.


사실 그 메모는 모두 예전의 자기가 해둔 것이었다!

그러자 주인공은

"과연, 독서에 의미가 있는것인가"

골몰히 생각한다.

ㅡㅡㅡㅡ

이 단편은 독서가 과연 인간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두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첫째, 독서를 하고 나서도 모두 망각해버리기 때문에 단순히 읽는 순간의 유희 이외엔 의미가 없다.


둘째, 망각에도 불구하고 독서는 우리를 변화시킨다.


마치 사람은 매번 반복되는 일상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특별한 경험이나 이벤트는 기억하듯이,


독서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사고구조나 생각 등을 변화시키며, 이미 독서를 하는 도중에 바뀌어버린 사고구조에 의해 독서한 것이 기억에 남지않게 되는 것.


글 내용을 인용하자면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


다만, 그 과정에서 비판중추마저 변화시키기에 망각의 강물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 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ㅡㅡㅡㅡ

위의 두 관점 중 무엇이 맞는 말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진심으로 공감하고 유머있는 문장을 보며 첫번째 관점의 독서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읽다가 아주 기가막힌 구절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밑줄 그었는데,

그 밑줄의 일부분도 생각이 안났다.

(다시 찾아보니 위의 인용한 부분이었음)


다만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무언가의 작은 변화는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간직하며 독서를 할뿐



7fed8272b58769ff51ef8fe046827c734966670194959bfd3c689f7aa3ce9dec

(밑줄 치고도 까먹어서 다시 찾아본 그 부분이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7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59313 공지 [필독] 독갤사용설명서 (공지 및 운영 원칙)  [7] ㅇㅇ(223.39) 21.04.05 38696 69
609683 공지 신문고(게시물 신고, 건의 등)입니다. [3] ㅇㅇ(118.235) 24.04.04 2481 0
459728 공지 독서 갤러리 내 홍보에 관한 공지(2022.11.23) [1] ㅇㅇ(104.28) 22.11.23 12100 5
95230 공지 독린이를 영입하기 위해서 작성한 글 [58] 닥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1.10 133732 432
247207 공지 독서 마이너 갤러리 정보글 모음 [7] 정보글(203.255) 21.03.01 144443 71
599520 공지 독서 마이너 갤러리 추천 도서 목록 [20] 퀸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2.28 17968 31
590988 공지 셀털,개똥철학,일기장 경고없이 6시간~1일 차단하겠음. [133] 포크너붐은온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27 7640 55
627807 일반 심리학 태명작 하나 추천함 ㅇㅇ(114.201) 13:52 23 0
627806 일반 밀리의 서재에 차단기능없나 카탁프락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1 28 0
627805 질문/ 독갤에서 유명한 일문학 중에 빠진거 있을까? [1] ㅇㅇ(221.146) 13:50 37 0
627804 일반 나의 기묘한 독서 모험 ㅇㅇ(223.33) 13:42 17 0
627803 일반 연애소설 추천좀 해줘 [1] ㅇㅇ(121.147) 13:41 25 0
627802 일반 광장 읽고 싶어요 ㅇㅇ(58.237) 13:30 23 0
627801 일반 나의 투쟁이라는 책 읽을만 한가요? [2] 문성근(203.232) 13:27 51 0
627800 일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사상의 철학가는 누가있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6 66 0
627799 일반 요즘 보기 싫은 것 ㅇㅇ(211.248) 13:23 44 0
627798 일반 장강명은 왜 작가포스가 안 날까 [4] 루비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0 79 0
627797 일반 독붕이 중고거래 한거 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9 63 1
627796 질문/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명작인가요? [1] ㅇㅇ(175.114) 13:08 43 0
627795 일반 아마존 킨들 있는 사람 있음? ㅇㅇ(121.167) 13:04 30 0
627794 일반 학교 도서관에 갤주 신간 신청했더니 주문해줌 ㅅㅅㅅ 하늘하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4 68 0
627793 일반 한국 개슬픈 단편소설 원탑 머라 생각해 [8] 독붕(223.39) 12:45 148 0
627792 일반 내글왜삭제됏어 책추천글인데 [1] ㅇㅇ(114.201) 12:39 92 0
627789 질문/ 님들아 추천 좀 [5] 스터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0 96 0
627788 정보 마법의 소라고동님, 레르몬토프 시집이 나올까요? [2] 스터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5 95 3
627786 일반 켄리우 거의단편계의 천재인데 [6] ㅇㅇ(39.120) 12:08 120 0
627784 일반 삼체 [4] 브람스(119.18) 12:04 79 0
627783 일반 종이책좋아하는데 책이 너무 비쌀땐 [7] ㅇㅇ(112.157) 11:48 166 0
627782 질문/ (스포) 조르바 이 부분 급전개 뭐임? 존스노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8 51 0
627781 일반 죽음의 수용소에서 다읽었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0 95 2
627780 일반 졸업 때까지 읽을 철학서 목록 짜봤음. [14] ㅇㅇ(220.89) 11:27 210 0
627779 일반 미국이 위대한 나라인 이유 [9] 안녕안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252 0
627778 일반 독붕이 책왔어 :) [7] B2(211.51) 11:26 197 8
627777 일반 독붕이들은 마음을 뺏긴 소설이 있음? [12] 독린이(210.100) 11:25 144 0
627776 감상 죄와벌 독중감 1회차 [3] 독린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1 52 0
627775 질문/ 뒷골목 이야기 다루는 소설이나 책 없음??? [2] ㅇㅇ(211.218) 11:18 44 0
627774 일반 스토너 더 못읽겠음 (스포)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95 0
627773 일반 알라딘에서 발표했던 2000~2020년 사이 베스트셀러 작가들 [1] ㅇㅇ(119.195) 11:06 91 0
627771 질문/ 휜테게르키, 량밍쉬고우, 음뚜아스부이 [1] 그랑불레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40 66 0
627770 일반 듄을 존버한지 어언 4개월... [1] ㅇㅇ(203.246) 10:28 84 3
627769 일반 제무르가 쓴 프랑스의 자살 재밌냐? [1] ㅇㅇ(59.19) 10:04 53 0
627768 일반 성경 754일차 [2] ㅇㅇ(112.212) 09:58 53 4
627767 일반 만약 알라딘 주문했는데 재고 없으면 [3] 스파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3 117 0
627765 일반 오늘 읽은 부분 - 즐거움의 미학 [2] Aft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4 103 5
627764 일반 김애란 에세이 좋네 ㅇㅇ(175.223) 08:58 75 0
627763 일반 무협지 추천 [19] ㅎㄹㅍㅂ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9 156 0
627762 일반 내면소통 이거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책이네 [1] ㅇㅇ(210.205) 08:22 197 0
627760 일반 화이트노이즈 좋은지 잘 모르겠다 ㅇㅇ(59.19) 07:52 81 0
627759 일반 쇼펜하우어 인생철학 권기철역으로 샀다 N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9 94 0
627758 일반 시집 추천 좀 해주세요 [5] ㅇㅇ(1.241) 07:06 9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