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랜만에 yojouhan shobou의 작품이 나와서 읽기 전엔 내심 기대감이 컸었다.

초창기 그림체를 완전히 바꾼 뒤 모녀의 우리로 시작해 말초신경 하나하나 자극하면서

협박물의 스토리 또한 다양하게 설정하는 작가는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표지를 보자마자 최근 작과 비교해볼 때 달라진 점이 굉장히 많았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1.콧등을 뭉툭하게 표현하려는 흔적과 2.미묘하게 달라진 그림체, 3. 애용하던 스케치 툴의 변경등을 꼽을 수 있었다.

작가 나름대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그림체를 바꿔가는 자세가 보기 좋았지만,

이후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러한 생각들은 이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가장 먼저, 스토리에 대한 성의가 없었다. 

작가가 그림체를 환골탈태하면서 이름을 알렸던 모녀의 우리는 '죽은 남편의 빚으로 인해 세 모녀가 인신매매를 당한다' 라는 이유가 있었고

산제물인 엄마는 '따돌림 당하는 아들을 위해 엄마가 희생한다'

요람팔이 아내는 '주식으로 인해 재산을 탕진한 엄마가 가족들 몰래 자금을 되찾는다'

Bitch인 레이카 짱은 '어릴적 엄마에게 학대당한 뒤 가출하여 생활고로 인해 매춘을 한다'라는 당위성이 명백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저 '아들이 몰카를 찍었는데 범죄로 인해 뉴스에 나올지도 몰라'라는 아들 친구들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에서부터

이유를 납득하기가 힘들고 엄마가 납득해서 매춘하는 과정또한 너무 빠르다.

겨우 두페이지로 납득하는게 말이되나?

더욱 실망스러웠던 점은 중반부가 되기도 전에 복사컷의 빈도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늘었던 점이었다.

이전에도 복사컷을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대형 컷이나 감안할 만할 정도로 사용했던 것에 비해

당장 바로 아래, 옆에 있는 컷조차 복사컷을 남발하니 보는 내내 위화감을 없앨 수가 없었고

얼굴만 따로 떼서 복붙한 뒤 몸을 그리니 김성모식 망가를 보는 느낌이 들어 여기서부터 모든 감흥이 사라졌었다.

모녀의 우리는 그림체가 거칠고 심하게 말하면 읽기 더러울 정도였지만,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장점이 되어서 상상력을 자극했던 반면에

그림체는 더욱 깔끔해졌지만 스토리에도, 그림에도 성의가 사라지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작가에 대한 실망감을 처음 느끼는 작품이었다.